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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추적]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또 '논란', 오히려 추가 설치?
입력: 2017.05.23 05:00 / 수정: 2017.05.23 08:45
영풍 석포제련소는 최근 봉화군과 안동시 시의원 11명이 공장 폐쇄를 요구하고 나설 정도로 낙동강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오른쪽 위는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 /봉화=장병문 기자
영풍 석포제련소는 최근 봉화군과 안동시 시의원 11명이 공장 폐쇄를 요구하고 나설 정도로 낙동강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오른쪽 위는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 /봉화=장병문 기자

[더팩트ㅣ봉화·태백=장병문 기자] 문재인 정부가 환경문제 개선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낙동강 상류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중금속 오염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나온 중금속이 인근 토양과 낙동강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의혹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으나 문제 해결이 요원하자 최근에는 시의원들과 환경단체가 공장 폐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주민들의 체내 중금속 농도와 토양이 석포제련소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서도 공장 폐쇄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도 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그룹(명예회장 장형진)은 환경오염 방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석포제련소 인근에 추가로 별도의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 단지에 환경 오염 가능성이 큰 제련소를 건설할 것을 우려한다.

영풍이 계획 중인 태백 귀금속산업단지는 영풍 석포제련소보다 약 8~9km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낙동강 최상류에 중금속을 배출하는 제련소가 하나 더 생길 것으로 보는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영풍측은 이에 지자체와 협의후 사업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현장 취재를 통해 실태를 짚어보기로 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나오는 연기가 직접 닿는 산등성이에는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다. 인근 산과 비교하면 척박한 모습이다. /봉화=장병문 기자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나오는 연기가 직접 닿는 산등성이에는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다. 인근 산과 비교하면 척박한 모습이다. /봉화=장병문 기자

◆"석포제련소 지역주민 중금속 농도, 평균치 보다 높아"

지난 17일 오전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에는 대형 트럭들만 분주하게 이동할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석포제련소 굴뚝에서는 하얀 수증기를 뿜어내며 숨 가쁘게 가동 중이었다. 굴뚝이 없는 곳에서도 회색빛을 띄는 연기가 대기 중으로 쉴 새 없이 피어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30년 이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임시 중단의 응급대책과 대조를 이루는 장면으로 보였다. 석포제련소는 1970년대 초에 설립돼 꾸준한 시설투자로 규모를 늘려왔다.

제련소를 둘러싸고 있는 산등성이에는 벌목 작업이 이루어진 것처럼 황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제련소를 끼고 흐르는 강물에선 육안으로 보이는 오염물질은 없었지만 흔한 물고기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첩첩산중에 자리하고 있는 석포제련소가 자연을 좀먹고 있다는 지역 주민들의 거친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국내 최대 아연 생산업체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환경문제에서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4년 환경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석포제련소 제3 공장은 소규모 4종 사업장(연간 8t 이하 배출)으로 허가를 받은 후 불법 증축을 통해 대규모 1종 사업장(연간 80t 이상 배출)으로 증설한 사실이 밝혀져 지역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보다 앞서 2013년에는 셀레늄을 기준 이상으로 배출해 환경부에 적발되기도 했다.

수차례 환경오염 논란을 일으켰던 영풍은 급기야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당시 김명수 전 석포제련소 사장은 중금속 배출을 시인했고 환경부 장관이 주변 토양과 수질검사, 주민 건강검진을 실시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그 결과 최근 석포제련소 주변 오염원인 분석과 주민 건강피해 등의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달 발표한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주민건강 및 토양실태 조사'에 따르면 제련소 주변지역의 토양정화가 필요하고 지역주민들의 중금속 농도가 지역환경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포제련소 반경 4km 이내 448곳의 농경지를 대상으로 토양오염물질 5개 항목을 분석한 결과 271곳이 비소 기준치(25㎎/㎏)를 넘었다. 카드뮴 기준치(4.0㎎/㎏)를 넘어선 곳은 59곳이었으며 아연 기준치(300㎎/㎏)를 초과한 곳도 129곳에 달했다. 납 기준치(41.5㎎/㎏)와 구리 기준치(25.4㎎/㎏)를 넘은 각각 9곳, 2곳으로 조사됐다.

환경과학원은 "석포제련소 주변지역에 기준을 초과하는 고농도 토양이 존재하고 그 원인에 대해 제련소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했다"라면서 "토양 정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주민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석포면(석포리, 승부리, 대현리) 주민 2016명 가운데 771명을 조사한 결과 카드뮴과 납 농도가 전 국민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포면 주민 카드뮴 수치는 평균 1.43㎍/g-cr로 국민 평균치(0.5㎍/g-cr)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으며 납 수치는 평균 4.05㎍/㎗로 국민 평균치(1.9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석포리에서 30km 떨어진 물야면 주민들의 카드뮴과 납 평균 수치는 각각 0.95㎍/g-cr, 2.705㎍/㎗로 석포면 주민보다 낮았다. 석포제련소와 거리가 멀수록 체내 카드뮴과 납 농도가 낮은 현상을 보였다.

환경과학원은 "제련소 주변지역 주민의 카드뮴과 납 농도는 우리나라 국민 평균보다 높고 제련소 근무 및 거주 여부 등이 중금속 농도와 상관성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과학원은 중금속 저감 대책마련과 함께 중금속 농도가 높은 주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민들 "영풍석포제련소 당장 폐쇄해야"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해 오다가 최근 사업장 폐쇄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 물의 날이었던 지난 3월 22일 안동시청에서 안동시, 봉화군, 구미시, 대구시, 부산시, 태백시 의회 의원 등 11명이 성명을 통해 낙동강 식수원 보호를 위해 석포제련소 폐쇄를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석포제련소의 폐해가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 오염 논란의 중심"이라며 "식수원을 맹독성 물질로 오염시켜 온 영풍 석포제련소를 즉각 폐쇄하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이 나선 것은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석포제련소 인근에 살고 있는 60대 여성은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제련소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나무들이 고사하고 있는데 제련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원인 같다"면서 "농작물을 재배해도 먹기 꺼림직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석포제련소 인근에서 죽은 나무를 쉽게 볼 수 있고 산이 황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공장 굴뚝에는 수증기와 함께 아황산가스도 나오고 있다. 이런 물질이 나무를 고사시키고 바위를 부식시킨다. 분지형태의 지역 특성상 발생되는 오염물질이 대기로 확산 되지 않고 정체한다. 우천 시 땅과 강으로 유입돼 광범위한 지역을 오염시킨다"고 주장했다.

봉화군, 안동시 의원들도 석포제련소가 가져다 주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환경문제를 더 중요하게 봤다. 이재갑 안동시 의원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제련소로부터 얻는 이익보다 폐해가 더 심각하다"며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갑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낙동강 오염 문제 해결 방안이 담겨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오는 6월 말 석포제련소 폐쇄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포제련소에 영풍 입장을 문의했지만 관계자는 "어떠한 대답도 해줄 수 없고, 공식적인 입장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영풍 석포제련소와 태백 귀금속산업단지 사업 부지는 약 8~9km 떨어져 있다. /다음 지도 캡처
영풍 석포제련소와 태백 귀금속산업단지 사업 부지는 약 8~9km 떨어져 있다. /다음 지도 캡처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요구 빗발치는데 오히려 하나 더 짓겠다?

영풍은 지난 2012년 강릉시와 옥계 지역에 연간 20만 톤 규모의 비철금속 종합제련소와 비철금속 특화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환경오염을 우려한 주민 반대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음해 전면 백지화됐다.

옥계제련소 부지 확보에 실패한 영풍은 올해 태백으로 눈길을 돌렸다. 태백시는 지난 2월 인구 유입을 위한 대체사업으로 구문소동 일대에 면적 21만8917㎡(약 7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풍은 이곳에 사업비 5000억 원을 들여 귀금속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를 태백시에 전달했다. 태백시는 영풍이 입주하게 되면 총 1340명이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귀금속산업단지 유치를 놓고 지역주민과 사회단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 추진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산업단지 인근에 사는 70대 남성은 "태백의 청정한 산소는 제련소 굴뚝에서 24시간 뿜어대는 분진, 증기, 가스 등에 잡아먹힐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태백의 미래는 없다"라고 반대했다. 구문소동 주민의 거센 반대로 태백시와 영풍과의 산업단지 조성 업무협약은 무산됐다.

반면 태백상공회의소는 "태백의 인구감소와 취업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기업유치가 필요하다"라면서 귀금속산업단지 조성에 찬성하고 있다.

태백시는 이달 중 주민 설명회를 개최해 여론 수렴 과정으로 사업 유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설명회 개최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영풍과 강원테크노파크 등 두 회사가 산업단지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어떤 회사가 들어올지 결정된 것은 없고 6월 중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풍도 태백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풍 관계자는 "태백시의 결정에 따라 사업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백시가 구문소동 일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태백=장병문 기자
태백시가 구문소동 일대에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태백=장병문 기자

태백시가 귀금속산업단지로 구상 중인 동정동 사업 부지는 영풍석포제련소보다 북쪽으로 약 8~9km 떨어진 곳에 있다. 행정구역만 다를 뿐 석포제련소 인근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수동 사무국장은 "영풍이 귀금속산업단지에 입주하면 낙동강 발원지에 제련소가 하나 더 들어서는 셈"이라며 "귀금속산업단지를 공예 단지로 오해하고 있는 주민들도 있는데 태백시는 이곳에 어떤 사업장이 들어서는지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풍이 옥계 지역에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것처럼 제련소를 반기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태백시는 인구 유입과 일자리를 위해 제련 업종에도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상태다.

올해 1분기까지 태백시 인구는 4만651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8명 줄었다. 인구 유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고 일자리 문제도 심각 수준이다. 같은 기간 태백시 구직희망자 수는 684명이었고 구인 수는 42명이었다. 구직대비 구인자 비율은 16.3:1로 지역기업의 구인 수는 줄고 구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늘고 있다. 일자리 부족이 인구 유출의 원인이 되고 있다.

태백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기업유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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