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기념촬영을 마친뒤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15일 특별사면 이후 4년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수원=임영무 기자 |
[더팩트│수원=황원영 기자]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긴 공백 기간을 가졌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년 만에 그룹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본격적인 경영 복귀를 알렸다. 이재현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며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이날 2020년 ‘그레이트 CJ(Great CJ)’를 넘어 2030년에는 ‘월드 베스트 CJ(World Best CJ)’를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이재현 회장은 17일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CJ제일제당 통합 R&D연구소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및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현 회장을 비롯데 이채욱 CJ그룹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와 국내외 전임원, 통합연구소 직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이재현 회장이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3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이재현 회장은 오전 10시 40분쯤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신경근육계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로 투병 생활을 해온 이재현 회장은 이날 여전히 휠체어나 부축에 의지하긴 했으나, 혼자 서서 몇 발자국 움직이는 등 다소 건강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병을 앓기 전과 비교해 여전히 마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치료에 집중해왔으며 현재 건강이 70% 정도 회복된 것으로 안다”며 “재판 받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체중이 5킬로그램(kg)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휠체어에서 내린 그는 김철하 부회장과 함께 한 삽을 들었다. 부인인 김희재 씨, 박근태 CJ대한통훈 대표, 사원 대표 두 명이 이를 거들었다.
그가 임직원들에게 인사를 하자 기념식에 참석한 통합연구소 직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임직원들과 블로썸파크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마친 그는 다시 휠체어를 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CJ제일제당 통합 R&D연구소 블로썸 파크로 휠체어를 탄 채 이동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신경근육계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로 투병 생활 중이다. |
이날 이재현 회장은 “여러분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해 4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 정말 고맙다”며 “2010년 제2도약 선언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글로벌사업도 부진했다.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저는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며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재현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그레이트CJ’ 달성을 넘어 2030년에는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 베스트 CJ’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CJ그룹은 올해 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오는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분야에 36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현 회장은 “월드 베스트 CJ 달성은 우리 CJ가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적 소명이자 책무이며,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진정한 사업보국의 길이 될 것”이라며 “우리 함께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CJ, 국민들이 자랑으로 생각하는 CJ, 전세계인들이 인정하는 CJ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한편, ‘온리원 컨퍼런스’는 지난 1년간 높은 성과를 거둔 임직원을 시상하는 그룹 차원의 행사로 2005년부터 매년 이재현 회장이 주관해왔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2013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올해는 CJ블로썸파크 개관식을 겸해 열렸다.
이날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대우와 아들 이선호 부장 역시 ‘온리원 컨퍼런스’ 참석 차 R&D 연구소를 찾았지만 블로썸파크 개관식에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