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지 만 3년이 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운 지 10일이면 만 3년이 된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와병 2년 때만 하더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 이건희' 체제로의 연착륙을 점치는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고개를 들었지만, 올해 삼성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재판을 받게 되면서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두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그 빈자리를 메우며 꾸준히 병실을 찾는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4일 삼성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최근 병실을 옮겼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다음 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이번 병실 이동은 기존 삼성서울병원 20층 내 VIP 병동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지난 2015년 6월 2일 <더팩트>에서 '자발 호흡'을 하면서 건재한 신체 상태로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고 모습을 포착했을 당시 병실 바로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취재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회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최근 병실을 옮긴 것은 맞다. 신체 기능은 정상이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이 재판으로 병실을 찾지 못하지만, 남은 가족들이 틈틈이 병실을 찾아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회장의 병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삼성 안팎의 상황은 최근 1년 새 크게 달라졌다. 지난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비롯한 4개 화학 계열사 '빅딜'과 2015년 삼성SDI의 화학사업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매각, 같은 해 9월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간 합병 등 '새 리더'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변화는 순조로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전 승마협회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승마협회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 5명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임영무 기자 |
그러나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전 승마협회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승마협회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 5명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그룹 지주회사 설립, 주력 계열사를 축으로 한 대규모 사업 재편 등 시장에서 예견한 '삼성 변화 시나리오'는 완전히 빗나가게 됐다.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됐고, 지난 1959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회장 비서실로 출발해 오늘날까지 반백년 넘도록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맡아 온 미래전략실 역시 '삼성그룹'의 해체로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7일에는 삼성전자가 49조 원 규모의 자사주(13.15%)를 전량 소각한다고 밝히며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사실상 전면 백지화했다.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와 반도체업계 호황에 힘입은 주력 계열사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 등 고무적인 소식도 들려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에 따른 충격의 여파가 더 큰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 3년' 못지않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이후 3개월째를 맡는 '새 리더'의 경영 공백이 더 큰 고민거리일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힌 이슈다. 글로벌 인사들과 활발한 스킨십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이재용 부회장의 발이 묶인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M&A 등을 추진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