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파이시티) 인수로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기준인 10조 원을 넘어섰다. 하림그룹은 다음 달 1일부터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은 정부의 대기업집단 규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더팩트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국내 육계업 1위 하림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보이고 있다. 그간 하림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굵직한 거래로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 각종 규제로 외형 성장에 제약이 생길 전망이다. 특히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던 만큼 각종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하림은 지난해 4월1일 대기업집단이 됐으나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기준을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올리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약 6개월 만에 중견 기업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파이시티) 인수로 새 기준선인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어서면서 하림그룹은 다음 달 1일부터 대기업집단으로 다시 편입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그룹이 파이시티를 인수하기 전인 2015년 말 자산 총액은 9조9100억 원이다.
◆ 식품에서 해운까지 분야 막론 사업 확장 ‘M&A 큰손’
하림그룹은 그간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창업주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11세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경험을 출발점으로, 1986년 식품회사 하림을 창업했다. 이후 2001년 천하제일사료부터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담한 M&A를 진행해왔다.
농수산홈쇼핑(NS홈쇼핑)을 인수로 유통채널을 확보했으며, 지난 2007년에는 돈육 가공업체인 선진을 인수했다. 국내 최초 브랜드돈육인 ‘신진포크’로 유명한 회사다. 이어 2008년에는 대상그룹 축산물 사육 가공 사업 부문인 대상 팜스코를 인수하며 양돈 사업으로 확장했다. 이외에도 디디치킨, 멕시칸치킨, 그린바이텍 등을 빠른 속도로 집어 삼켰다.
2015년에는 팬오션 인수로 해운업까지 진출했다. 이로 인해 하림 자산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섰다. 인수 당시 하림그룹은 1조600억 원의 인수금액 중 2000억 원만 지불했다. 나머지는 은행권, 공동 인수자인 JKL파트너스, 인수 주제인 제일홀딩스가 각각 부담했다.
인수 당시 각종 우려가 불거졌으나 현재로서는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해 기준 매출 1조8739억 원, 영업이익 1679억 원으로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 하림그룹이 보유한 팬오션의 지분가치는 약 1조4000억 원으로 7배 증가했다.
반면, NS홈쇼핑의 경우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NS홈쇼핑은 지난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감소한 79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26% 감소했다. 파이시티 부지 취득에 따른 120억 원의 세금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파이시티 인수에 따른 사채가 있음에도 지난해 현금배당을 하며 오너 일가 배불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하림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웰리브’와 가정간편식(HMR) 등을 제조·판매하는 ‘신송식품’ 인수전에 나섰다. 하림그룹은 대기업집단 직전까지 인수에 뛰어든 것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앞서 김 회장은 “하림그룹은 육류 단백질 식품에서 종합식품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올해는 식품 비즈니스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만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림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7조 원으로 최근 5년 새 1.8배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220억 원이다. 국내 58개, 해외 39개 등 97개 계열사에 임직원 1만4000여 명을 거느린다.
하림의 주요 계열사로는 하림, 팬오션, NS홈쇼핑, 천하제일(사료), 선진(양돈), 팜스코(사료 및 조제식품) 등이다. /하림 홈페이지 캡처 |
◆ 대기업집단 지정 ‘독(毒)’될까?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간 빠르게 성장해온 하림그룹의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공정거래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 규제를 새로 받게 된다.
우선, 계열사간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공정거래법의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또 이를 원용한 벤처기업육성법, 기업활력제고법 등 38개의 다른 법령규제도 적용받는다.
게다가 개정 시행령에 의해 대기업집단의 공시의무도 강화돼 지주회사의 체제 밖 계열사 현황,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여부 등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총수 일가에 대한 사익편취도 규제되고 타법령상 금융, 중소기업, 세제 등 정책 대상이 확정되는 효과도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규제가 생기게 된다.
하림에 가장 큰 부담은 내부거래 비중 축소다. 하림그룹은 대부분 관계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 데다 축산업부터 식품 가공, 시장 유통까지 통합 운영한다. 따라서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올품이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다. 올품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대기업집단 지정 시 공정위가 정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라 계열사간 거래 규모도 줄여야한다.
대기업 집단 진입 이후 차입금을 줄이고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하림은 수조 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받아왔다. 문어발식 확장이 재무구조 등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림이 속한 기업집단 95개 중 하림과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 선진, 팜스코, NS쇼핑, 팬오션 등 6개사를 제외하면 모두 비상장사다.
김 회장 역시 공개적으로 규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대기업 규제가 가장 많은 나라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끼리 규제하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이라며 “규제를 경쟁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기업의 성장을 위해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등 차별규제부터 철폐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