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오는 27일자로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창립기념일 행사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더팩트DB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LG그룹이 27일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락희화학공업사로 시작한 LG그룹은 도전과 혁신을 거듭한 결과,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LG그룹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해봤다. 그리고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 이행 측면도 살펴보고자 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흔히들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을 놓고 '한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기적의 배경을 설명하는 여러 문단 중 빠지지 않은 것이 바로 기업인들의 진취적인 노력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기업이 LG그룹이다. 과거 치약과 화장품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LG는 이제 TV, 디스플레이, 전기차용 배터리 등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LG는 이달 27일자로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20명이었던 임직원은 70년을 맞이한 지금 22만2000명(국내 13만7000명, 해외 8만5000명)으로 불어났다. 그룹 책임자는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 그의 장남 구자경 회장을 거쳐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졌다. 고 구인회 회장은 LG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1947년 1월 5일에 세웠지만, 3대 회장으로 취임한 구본무 회장이 1996년 3월 27일 '도약 2005'라는 비전을 선포한 뒤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LG그룹의 창업주 연암 고 구인회 회장은 지난 1947년 1월 LG의 모태가 된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했다. /LG 제공 |
◆ 기틀 세운 연암 구인회 회장
LG는 창업 이후 국내 화학산업과 전자산업을 개척한 선구자 역할을 해냈다. 이를 통해 경제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 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LG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 연암 고 구인회 회장이다. 그는 1947년 부산 서대신동에서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하고 화장품인 '럭키크림' 제조에 나서면서 기업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럭키크림'은 당시 '동동구리무'라고 불리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한다. 흔히 '동동구리무에서 올레드 TV까지'로 정리되는 LG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럭키치약'과 플라스틱 사업을 성공시킨 구인회 회장은 1958년 10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를 설립했다. 임원들을 불러모아 라디오 개발을 지시한 그는 당시 최신형 미제 라디오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자공업 사업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이라는 확신 아래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후 금성사는 최초의 국산 라디오 생산에 박차를 가했고 1959년 11월, 드디어 제1호 국산 라디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제1호 국산 라디오의 이름은 'A-501'이다.
구자경 회장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 경영'이라는 경영 이념을 선포하는 등 LG그룹의 이념과 체제를 정립했다. /LG 제공 |
◆ 성장의 역사 쓴 구자경 회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구인회 회장의 정신이 오늘날 LG전자를 만든 셈이다. 1967년 정유 사업에 뛰어든 구인회 회장은 미국 칼텍스와 50대 50 합작으로 호남정유(현 GS칼텍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룹으로서 외형을 갖춘 시점도 이즈음이다. 1968년 1월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구인회 회장은 2년 뒤인 1970년 1월 구자경 회장에 지휘봉을 넘긴다. 이후 국가 경제 회복과 함께 고도성장을 이뤄내 LG가 재계의 거목으로 성장하는 시대로 이어지게 된다.
구자경 회장 취임 이후 그룹명은 럭키로 바뀐다. 럭키는 화학산업과 전자산업을 양축으로 삼아 석유화학, 정밀화학, 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와 건설, 유통, 증권, 보험 및 금융 등 서비스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갔다. '안정적 성장'이라는 경영 방침 아래 럭키그룹은 1978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국내 최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1983년에는 그룹명을 럭키에서 럭키금성으로 또 한 번 변경했다. 이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 경영'이라는 경영 이념을 선포하는 등 그룹 이념과 체제를 정립했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초 LG 창립 70년 의미를 나누는 자리에서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LG 제공 |
◆ 구본무 회장 "100년 넘어 영속하는 기업 되자"
'LG'라는 이름은 1995년 1월 만들어졌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당시 구본무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구본무 부회장은 같은 해 2월 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전자와 화학, 통신 서비스 사업을 중심으로 '초우량 LG'를 지향했다. 지금의 LG유플러스, LCD,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이 구본무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다. 구본무 회장은 2003년 3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순환출자를 정리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선진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며 투명경영에 앞장서기도 했다.
과감한 투자, 변화와 도전, 뚝심과 끈기 등은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 특징을 설명할 때 주로 거론된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은 사람과 사람 간의 조화를 뜻하는 '인화'의 리더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구인회 창업주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실제 여러 기업 오너들을 만나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람 냄새'나는 인물로 구본무 회장을 꼽는다고 한다. 그는 거창한 의전을 따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임직원과 대학생들을 만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만드는 등 인재들과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목표는 LG를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등 신성장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차별화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노력·도전이 인정받는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영 이념인 '인화'에 '성과'를 덧입히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재계는 현재진행형인 구본무 회장의 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구본무 회장은 창립 70년 의미를 나누는 자리에서 "창업 정신을 고취하고 더욱 살려 국민과 사회로부터 한층 더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