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아내로 알려진 서미경 씨가 지난 20일 공식 석상에 은둔 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던 3년 전(오른쪽)과 비교해 다소 수척해진 얼굴이 눈길을 끌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DB |
1970년대를 풍미했던 톱스타 서미경 씨가 30여년 만에 모습을 나타내 화제를 모았습니다. 반면,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지난해 ‘운전기사 갑질’ 논란 이후 가족모임이나 대외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81세 고령의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했고, 금융업계에서는 ‘업계 1위’인 신한금융의 세대교체가 마무리됐습니다. 조용병 회장이 공식 취임했는데, 지난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끌어 온 한동우 전 회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권오철·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황원영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로 수십 년 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삶을 살아온 서미경 씨 얘기부터 풀어보죠. 지난 20일 30여년 만에 불명예스런 외출을 한 서 씨는 화려한 연예계 스타로 시작해 사실상 재계 안방마님에 앉으며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렸는데, 그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어떻게 된 거죠?
- 정윤희·유지인·장미희 트로이카를 이을 차세대 여배우로 꼽혔던 서미경 씨는 1980년대 초 최고의 자리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지요. 그리고 얼마 뒤 37살의 나이 차이를 딛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혼 아내로 나타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철저한 보안 속에 생활하던 그는 수백억 원대의 세금포탈 및 부당이익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정에 섰습니다. 법정에서 남편 신격호 총괄회장이 ‘치매 증상’으로 혼란스럽고 과격한 모습을 보이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 많이 힘드셨죠?…수척해진 '롯데家 별당마님' 서미경
-서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함께 법정에 섰습니다.
-이날 취재진의 최대 관심사는 서미경 씨였는데요.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지만, 지난 2014년 2월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었죠. 3년 전과 비교해 외모가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 이날 서미경 씨는 오후 1시 40분께 가장 먼저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일명 '올블랙 패션'으로 취재진 앞에 섰는데요. 뿔테 안경을 시작으로 깔끔한 정장까지 검정 옷차림으로 청사에 도착했습니다. 서미경 씨는 "그동안 왜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묵묵부답으로 발걸음을 옮겼죠.
-서미경 씨는 과거 '미스롯데'를 지낼 정도로 세련된 미모의 소유자였습니다. 3년 전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을 당시에도 '녹슬지 않은 외모'를 자랑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일본에서의 은둔 생활로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3년 전과 비교해 조금은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전에 보이지 않았던 안경이 보였는데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했지만, 개인적으로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피부 하나만큼은 '명불허전'이란 말이 많았습니다. 50대 초반 중년임에도 주름이나 잡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습니다.
-서미경 씨의 출현 못지않게 신격호 총괄회장의 '치매 증상'이 눈길을 끌기도 했죠?
-그렇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타난 신 총괄회장은 "여기가 어디냐", "내가 왜 이곳에 있는냐", "재판을 왜 하느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누구냐" 등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항간에 돌았던 '치매 증상'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죠. 결국 신 총괄회장은 재판 시작 50여 분 만에 퇴정을 명령받았습니다.
-이런 신 총괄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서미경 씨의 마음도 좋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예상 밖의 신 총괄회장 언행에 두 아들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 회장 역시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서미경 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서 씨는 코끝이 빨개진 채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신 총괄회장이 퇴정하는 모습을 보고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미경 씨를 비롯해 롯데가 재판은 어떻게 됐나요.
-먼저 서미경 씨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3.21%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297억여 원의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와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독점해 회사에 78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서미경 씨를 비롯해 경영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 삼부자 모두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공판을 시작으로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 재판을 매주 2차례, 조세포탈 혐의 재판을 매주 1차례씩 열어 집중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일선(사진 아래)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지난 20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제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정일선 사장의 모친 이행자 여사(위 왼쪽부터)를 비롯해 정문선 부사장, 노현정 전 아나운서, 정대선 사장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추모식에 참석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DB |
◆ '운전기사 갑질'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자숙의 시간은?
-반면 1년째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재벌가도 있다고 하는데요, 고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6주기 제사가 열린 지난 20일 범현대가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날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운전기사 갑질' 논란 때문에 가족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일까요?
-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제사가 열린 20일 서울 한남동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으로 범현대가가 집결했습니다. 이날 고 정몽우 회장의 아내인 이행자 본태박물관 고문과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 정대선 현대비엔스앤씨 사장과 그의 아내 노현정 전 아나운서 등 정문선 사장의 직계 가족들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정일선 사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일선 사장은 지난해 정성이 이노션 고문 장남 선동욱 씨, 장녀 선아영 씨 결혼식과 고 변중석 여사 9주기 제사 등에 이어 올해 정주영 명예회장 제사에도 불참했습니다. 아마도 앞선 논란으로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일선 사장은 지난해 4월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는데요. 운전기사 1명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최근 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여전히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일선 사장은 언제쯤 가족 모임에 나타날까요?
-글쎄요. 직접 비교할 순 없지만 정일선 사장의 제수인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지난 2012년 자녀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년째 집안 경조사에 두문불출했습니다.
-당시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1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업계에서는 노현정 전 아나운서가 현대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집안의 모든 행사에 배제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지난해 3월 정주영 명예회장 제사에 남편 정대선 사장과 참석했습니다. 자녀 부정입학 논란 이후 4년 만에 가족행사에 참석한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현대가의 모든 행사에 참여하면서 며느리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가 4년 만에 가족행사에 참석한 것을 보면 정일선 사장도 한동안 가족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에 자리한 밀레니어서울힐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장병문 기자 |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빛과 그림자
-대우그룹 얘기로 넘어가 볼까요. 며칠 전 창업 50주년 기념식이 있었죠?
-그렇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에 자리한 밀레니어서울힐튼 호텔 그랜드볼룸에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을 중심으로 전 대우맨들 5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지난 1999년에 대우그룹이 해체했으니까 벌써 18년이 지났군요. 그런데도 이 같은 행사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지난 1967년 대우실업으로 시작한 대우그룹은 설립 30여 년 만인 1988년 41개 계열사·3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리며 재계 2위까지 오른 기업입니다. 특히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 전략으로 거침없는 도전과 확장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1999년 해체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대우는 사라졌으나 김우중 전 회장의 '대우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를 여전히 기억하며 지지하는 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자리였습니다.
-김우중 전 회장은 작고한 현대의 정주영 회장,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함께 한국 재계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데요. 그도 벌써 81세의 연세입니다. 실제로 만나보니 어떻던가요?
-김우중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다만 기념사를 전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면서 계단에 걸려 넘어질 뻔하면서 보는 이들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철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단상에서 어떤 말을 남겼나요?
-김우중 회장은 기념사에서 "세계경영 완성을 확신했다. 대우가 세계 곳곳으로 나아가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이라 생각했다"면서 "갑작스러운 외환위기로 그 과업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품었던 꿈과 열정, 우리가 실현한 노력, 우리가 이룩한 성과들은 반드시 평가받는 날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우가 재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유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논란이죠?
-그렇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오판으로 그룹이 부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김우중 회장과 대우 내부의 시각과 달리 대우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유성동 위기를 맞게 됐다는 시각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우의 세계경영은 천문학적인 빚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부채는 천정부지로 솟았으나 정작 대우는 40여 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벌였습니다. 대우가 남긴 부채는 사상 최대 규모인 89조 원으로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김우중 회장에게 징역 8년6개월에 추칭금 17조9253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김우중 전 회장은 2008년 1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돼 현재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태국 등에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23일 한동우 전 회장(왼쪽)의 이임식과 조용병 신임 회장의 취임식을 진행했다./임세준 기자 |
◆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40년 금융' 마무리에 '울컥'
-지난 한 주 금융업계에서는 '업계 1위'인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의 세대교체가 마무리됐죠. 한동우 전 회장이 물러나고, 조용병 회장이 공식 선임됐다고요.
-신한금융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용병 회장의 선임안을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끌어 온 한동우 전 회장은 자리를 넘겨줬는데요. 한 전 회장은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주총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신한금융 회장의 이취임식도 진행됐다면서요. 현장 분위기가 남달랐다고 하던데.
-'조용병호'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크긴 했지만 이날은 한 전 회장의 이임이 중심이 됐습니다. 아무래도 한 전 회장이 신한금융 수장으로 6년간 조직을 이끌었고, 신한은행 출범부터 35년을 넘게 함께했던 만큼 한 전 회장이나 임직원들에게 다가오는 의미도 남달랐던 것 같아요.
-실제 한 전 회장은 주총 및 이취임식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주총을 덤덤하게 진행하던 한 전 회장은 마지막에 주주들에게 퇴임 인사를 전하며 결국 울컥했습니다. 눈물을 참으려 얼굴이 빨개지고,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오후에 진행된 이취임식에서는 감정을 많이 추스른 것 같았는데요.
-한 전 회장은 이임사를 마치고 "원래 눈물을 잘 흘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오전에 진행된 주총에서 눈물을 보였다"며 "하지만 점심시간에 사외이사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와인 한 잔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마셔서 지금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직원들과 인사하며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룹 수장이 많은 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게 사실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신한사태' 이후 첫 수장을 맡으면서 막중한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시원섭섭했을 것 같네요. 주주 및 임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주주들은 그동안 고생한 한 전 회장을 위해 박수로 감사와 격려를 표했고, 임직원들 역시 박수는 물론 영상과 선물 등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한 전 회장의 이임식을 지켜보던 몇몇 직원들 또한 울컥하는 듯 눈 주위를 만지기도 했고요.
-한 전 회장에게는 잊지 못할 날로 기억되겠네요. 임직원들에게는 어떤 말을 전했나요?
-그간 강조해왔던 '따뜻한 금융'에 대해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는데요. 한 전 회장은 "금융 전문가로서 고객을 이롭게 하고 고객들이 '신한과 미래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따뜻한 금융"이라며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금융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그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이임식에서 직원들이 한 전 회장에게 영상 편지를 남기고, 전 직원 사진으로 한 전 회장의 얼굴을 만든 액자를 전달하는 등 분위기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전 회장의 소신이었던 '따뜻한 금융'이 임직원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