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을 마무리 지은 생명보험사들이 연금보험 과소 지급으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생명보험사(생보사)들이 연금보험 상품의 배당금을 가입자에게 축소해서 지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을 마무리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 또 다른 논란에 휘말린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에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주요 생보사들이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판매한 유배당 연금보험 상품의 배당금 적립 방식을 점검하고 있다. 생보사가 배당준비금에 적용하는 이율을 축소해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과소 지급했다는 판단에서다.
유배당 연금보험은 약속한 이율(예정이율)과 별도로 보험사가 자산 운용을 통해 얻게 된 수익을 가입자에게 분배하는 상품이다. 매년 말 배당금을 적립해두고 가입자들이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배당금에 적용하는 이자율을 두고 해석을 달리한 데서 발생했다. 약관에는 배당준비금에 예정이율과 이자율차 배당률을 더한 이율이 붙는다고 명시해놨다. 이자율차 배당률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에서 예정이율을 뺀 것이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는 자산운용수익률이 예정이율보다 높았지만, 외환위기로 생보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가입 시 예정이율은 7~8%였으나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지면서 5% 정도가 돼 이자율차 배당률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과거에 판매한 유배당 연금보험 상품의 배당금 적립 방식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금감원은 보험사가 배당준비금에 반드시 예정이율 이상을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8% 이율을 적용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자율차 배당률의 취지가 가산금리이므로 마이너스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삼성·교보·신한생명 등은 기존 방식을 적용해 5% 이율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들은 약관에 따라 단순 계산해왔던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보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보사들의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자살보험금에 이어 당연히 지급해야 할 연금보험을 과소 지급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행위를 보면 생보사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으로 금융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이같은 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중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 당국도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살보험금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발생한 사실을 한참 후에 발견하고 검사에 나서는 데서 '뒷북'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