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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직격] 3번 해고당한 영풍그룹 전 직원 "이게 말이 되나?"
입력: 2017.03.15 14:04 / 수정: 2017.03.15 14:04
지난 9일 서울 논현동 영풍그룹 본사 앞에서 시그네틱스 해고조합원들이 현수막을 목에 걸고 시위를 하고 있다. /논현동=장병문 기자
지난 9일 서울 논현동 영풍그룹 본사 앞에서 시그네틱스 해고조합원들이 현수막을 목에 걸고 시위를 하고 있다. /논현동=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그룹 본사 앞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중년의 여성이 "영풍에서 15년 동안 3번 해고당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다른 두 여성도 영풍그룹 정문에서 시위를 함께했다.

여성들은 영풍그룹 전자부문 계열사 시그네틱스의 해고조합원으로 2001년과 2007년에 이어 지난해 9월 30일 회사로부터 세 번째 해고당했다. 해고당할 때마다 영풍그룹 본사를 찾아 시위를 벌였고 이번에도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해고조합원들의 '침묵의 외침'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지난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두 번째 정리해고 기간이었던 2012년에는 '쌍용차 정리해고'가 사회적 이슈였다. 그땐 시그네틱스 해고조합원들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그래도 이들은 복직을 위해서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시그네틱스 해고조합원 윤 모씨는 "2007년 두 번째 해고 이후 오랜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3년 1월 회사에 복귀했지만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회사에서는 설비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고, 일거리도 없어 휴업하는 날이 많았다. 결국 지난해 9월 회사는 폐업했다. 함께 일했던 동료 일부는 하청업체로 이직하거나 위로금을 받고 퇴사했다. 남아 있는 사람은 24명뿐, 저희는 15년 동안 3번이나 해고당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호소했다.

윤민례 금속노조 시그네틱스분회장은 이날 해고조합원들과 함께 시위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정리해고 철폐, 복직 쟁취" 구호를 크게 외쳐왔다. 그는 지난 1988년 필립스 시그네틱스에 입사해 2001년 해고통보를 받았다. 2007년 법원이 "해고 무효"라며 시그네틱스 해고조합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65명의 조합원이 복직했지만 윤 분회장은 노조 간부라는 이유로 복직 명단에서 빠졌다. 그는 지금까지 조합원들의 정리해고 철회와 불법파견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시그네틱스는 반도체 패키징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 /파주=장병문 기자
시그네틱스는 반도체 패키징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 /파주=장병문 기자

윤민례 분회장은 "회사가 적자라며 해고한 것은 표면적인 이유"라면서 "우리가 노조라는 점과 생산 정규직을 두지 않으려는 회사 방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전엔 주던 수당을 (2007년) 복직 이후부터 주지 않았다. 받아야 했던 수당만 11개에 이른다. 게다가 출근시간이 오전 6시인데 회사는 통근버스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에서 안산공장까지 대중교통으로는 출근시간을 지키기 어려웠다. 결국 조합에서 돈을 모아 승합차를 운영해 출근해야 했다. 회사는 우리가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고 괴롭혔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시그네틱스 해고조합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와 임금체불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조합원들에게 꾸준히 하청업체로의 전직을 요구했다. 당시 시그네틱스 측은 "전직하더라도 시그네틱스에서 받던 급여와 같은 수준의 임금 및 복지를 유지해주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민례 분회장은 직원들을 쉽게 자르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는 2010년 조합원들에게 유엔씨라는 하청업체로 전직을 요구했다. 일부 동료들이 유엔씨로 옮겨갔는데 5년도 안 돼서 문을 닫았다. 하청업체들의 고용 환경은 굉장히 불안하기 때문에 이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통합기업정보 사이트 '워크넷' 조회 결과, 유엔씨는 2014년 8월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민례 분회장은 "한번은 영풍그룹 관계자가 만나자고 했다. '필요한 게 무엇이냐'는 말에 안정된 고용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 원하는 만큼의 위로금을 받고 복직 투쟁을 그만할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나쁜 일자리'가 더 많아졌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풍그룹과 시그네틱스는 해고조합원 측의 주장과 관련한 수차례 질의에도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영풍그룹은 "시그네틱스와 관련된 문제는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고, 시그네틱스는 "공문을 보내면 확인 후 답변하겠다"고 되풀이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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