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하루빨리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용민 기자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한 가운데 재계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하루빨리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0일 오전 11시 국회 법사위가 청구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 선고공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찬성 의견으로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 사안을 앞두고 재계는 헌재가 밝힌 탄핵 인용 사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권한남용이 탄핵 사유에 명확하게 기재될 경우 그간 정부와 유착 의혹이 불거졌던 다수 대기업이 '공모자'에서 '피해자'로 처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재계에서는 이날 헌재가 밝힌 탄핵 인용 사유와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구체적인 견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헌재의 발표 내용이 '최순실 게이트' 사태 이후 대기업에서 주장해온 '피해자 프레임'과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실제로 이날 헌재는 "박 대통령은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자금을 출연받아 최순실이 설립과정부터 직접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게 했다"라며 "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박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 재산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기업 경영의 자율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재계의 눈과 귀는 온통 헌재의 결정에 집중됐다"라며 "그나마 헌재에서 어느 정도는 기업의 고충을 공감했다는 점에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겠지만, 차기 정권 수립 시기가 빨라졌다는 점과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점쳐지는 야권 후보들이 기업 규제를 골자로 한 대선 공약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불안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재계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경영 환경이 열악하다"라며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무역 보복과 신흥국 경기 침체 등 해결해야 할 상황이 산더미인데, 이번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국정 공백이 하루라도 빨리 해결돼 기업이 마음 놓고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서는 차기 정권 수립 이후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탄핵 인용 발표 이후 논평에서 "국정운영 공백과 국론분열에 따른 사회혼란이 조기에 매듭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경제주체 모두가 힘을 합쳐 최대 현안인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민생안정에 전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역시 "정재계 모두가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며 기업 활동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