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중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넘어서는 그레이트 CJ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CJ그룹 제공 |
[더팩트│황원영 기자] 오너 구속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였던 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년 9개월간 자리를 비운 이 회장은 컴백 후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으로, 2020년 매출 100조 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목표로 하는 그룹의 비전 ‘그레이트 CJ’ 달성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 오너 경영 공백…CJ그룹 대형 투자 및 M&A ‘고배’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수감 된 이후 약 3년 만인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자유의 몸이 됐다. 이후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으나 K스포츠·미르재단 출연 등 최순실 국정농단에 휩싸이면서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장 역시 신경근육계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와 신장 이식 부작용 등 건강 악화로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했다.
오너 경영 공백이 이어지자 CJ그룹은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해외시장 개척 등에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그룹 비전인 ‘그레이트 CJ’ 달성을 위한 대규모 M&A에 연거푸 실패했다. 2015년 코웨이, 대우로지스틱스, 티몬,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등 대형 M&A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맥도날드, 동양매직 등 M&A에서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투자규모도 대폭 줄었다. CJ는 2012년 사상 최대 규모인 2조90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으나 2013년 이 회장 구속 이후 2조6000억 원, 2014년 1조9000억 원, 2015년 1조7000억 원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1조9000억을 투자했다.
반면, CJ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 31조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 30조 원의 벽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공격적인 경영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 원의 투자 계획도 세웠다. 목표 매출은 40조 원이다.
CJ대한통운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베트남 1위 물류회사 제마뎁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더팩트 DB |
◆ 이 회장 복귀 후 글로벌 M&A 나선다…스타트는 CJ대한통운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치료를 마치고 복귀하면 대형 투자와 M&A 등 산적한 현안처리에 본격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회장은 “2020년까지 그레이트 CJ를 완성하기 위해 해외사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우선 이 회장의 복귀 후 첫 글로벌 M&A는 CJ대한통운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베트남 1위 물류회사 제마뎁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주주들과 약해각서(MOU)를 맺었고, 다음 달 중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다. 인수가는 2000억 원~3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제마뎁 인수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물류회사에 대한 M&A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앞서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물류 산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이후 2013년 중국 스마트카고, 2015년 중국 룽칭물류, 지난해 중국 TCL그룹 물류자회사 스피덱스 등을 사들였다.
이밖에 이 회장이 복귀하면 CJ그룹이 글로벌시장에서 활발한 M&A을 펼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의 장녀 이경후(왼쪽) 부장이 6일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 팀장(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장남인 이선호 씨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재무파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 사상 최대 임원인사, 글로벌 힘 싣고 3세 경영 열었다
CJ그룹은 6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글로벌 부문에 힘을 실었다. CJ대한통운 윤도선 중국본부장이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했으며, CJ E&M 서현동 글로벌 사업담당, CJ푸드빌 곽규도 중국법인장, CJ오쇼핑 엄주환 SCJ법인장 등이 각각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승진하는 등 상무이상 승진자 32명 가운데 12명이 해외지역본부 등 글로벌사업부문에서 배출됐다.
또한, 이번 임원 인사는 그룹 내 분위기를 쇄신하고 이 회장의 경영 후계구도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올 상반기 경영복귀를 위한 사전 포석작업”이라며 “상당기간 임원 인사가 미뤄져 왔는데 이번 사상 최대 규모 인사로 이 회장의 상반기 경영복귀도 유력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경영복귀 후 3세 승계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당장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이 사원부터 시작해 대리, 과장, 차장 등 모든 직급을 거친 만큼 차차 두 자녀가 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임원 인사에서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씨도 상무대우로 승진하면서 경영참여를 본격화했다. 이경후 상무대우는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6.91%), CJ주식회사(0.13%), CJ E&M(0.27%), CJ제일제당(0.15%), C&I 계열사(24%)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동생인 이선호 씨와 CJ그룹의 후계자로 손꼽히고 있다.
이선호 씨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재무파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선호 과장은 지분 17.97%를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 주주이다. 그는 CJ올리브네트웍스 외에 CJ E&M 지분 0.68%, C&I레저산업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두 자녀는 향후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후계 승계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하거나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를 합병하는 방안 등이 점쳐지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지난 주말 유전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 이 회장, 유전병 치료로 미국行…상반기 중 복귀
CJ는 이 회장 복귀에 맞춰 오너 시스템도 강화했다. 총수 부재로 비대해진 지주사 조직을 줄이고 소속 임직원을 계열사로 분배해 오너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다. CJ 관계자는 “지주사 인력 규모를 20% 가량 축소해 사업 현장에 배치했다”면서 “향후 지주사는 핵심 기획 기능 위주로 최소화하여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유전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같은 유전병으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치료를 마치고 돌아와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 경영에 복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오는 15일 열리는 CJ온리원페어 행사에 참석해 경영복귀를 공식화할 것으로 점쳤으나 CJ는 “이 회장은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부인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미뤄왔던 인사 및 조직개편이 이뤄짐으로써 분위기 쇄신을 통해 지난 수년간 정체되어온 그룹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경영정상화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이 회장이 언제 귀국할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건강이 호전 되는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