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제부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특가법상 횡령 혐의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더팩트DB |
봄기운이 감도는 3월의 첫 주말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두툼한 외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갈수록 따뜻해져 오늘보단 내일이 기대되는 요즘인데요. 하지만 아직 경제계 곳곳에서는 한겨울 찬바람이 여전합니다.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과 제부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고소·고발 사건,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해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가해지는 중국의 보복 등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나마 LG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G6' 공개 소식이 얼어붙은 이동통신 시장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권오철·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지난달 24일이죠.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동생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남편 담철곤 회장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오너 일가의 법적 다툼, 재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인데요. 무슨 일인지 자세히 알아보고 삼성그룹 미전실 해체, 롯데를 향한 사드 보복, LG전자 'G6' 공개 순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오리온 계열사 아이팩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제부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고소했다. 왼쪽부터 이혜경 전 부회장, 담철곤 회장,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더팩트DB |
◆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고소 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이화경·담철곤 회장 부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혜경 전 부회장이 오리온 계열사였던 아이팩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인데요. 재계에서 '형제의 난'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번 경우엔 '자매의 난'으로 비화될 것 같습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이혜경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 때 미술품을 빼돌려 매각한 혐의(강제집행면탈)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혜경 전 부회장은 징역형을 받은 데다 최근 동양사태 피해자들에게 추가 고발까지 당하는 등 상당한 압박이 들어온 상태였습니다.
결국, 동양사태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채무를 지고 있는 이혜경 전 부회장이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제부인 담철곤 회장을 고소하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이화경 부회장은 언니의 소송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소송을 막지 못했습니다. 혈육의 정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리온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지난 2일 오전 오리온 홍보 측에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는데 이혜경 전 부회장의 고소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후가 돼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오리온 측은 3일 <더팩트>에 '이혜경 전 부회장이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압박 때문에 고소한 것 같다'면서 '아이팩은 담철곤 회장의 개인회사였기 때문에 이혜경 전 부회장의 소유권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양측의 의견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아이팩의 실소유주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8일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화한 삼성그룹이 지난 3일 그룹 기자실 폐쇄를 공지하는 등 경영 쇄신안 시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DB |
◆ 삼성 미전실 해체, 임직원도 출입 기자도 '멘붕'
-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전실이 결국 해체됐습니다. 선대 회장 때 '구조조정본부'를 시작으로 반백 년 넘게 그룹의 중책을 주관해 온 '중앙조직'의 해체에 따른 여파가 적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지난 2월의 마지막 날이었죠. 이날 삼성은 공식적으로 미전실 해체를 선언하고, 각 계열사 대표이사 및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기사로도 많이 나왔죠. 미전실 소속 250여 명의 불분명한 거취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계열사 간 '각자도생'에 따른 내부 불안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 내부에서도 '정예 인원'이 집결된 조직에 소속됐다는 나름의 사명감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꼴이 됐으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겠죠.
익명을 요구한 미전실 관계자는 해체 소식 이후 "허탈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낸 것 같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미전실 해체를 비롯한 삼성의 변화를 기사화하는 기자들 역시 심리적으로 허탈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아마 많은 기자가 '삼성, 사실상 '그룹' 해체' '미전실 해체' '삼성, 쇄신안 발표'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모호해진 자신의 출입처와 향후 기자실 운영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이 자리 잡고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3일 삼성은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내 그룹 기자실 폐쇄 계획을 알리는 안내문을 기자실 내부에 붙여놨죠. 미전실 내부에 있던 커뮤니케이션팀도 해체 대상에 포함됐으니 그룹 기자실이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일 테죠. 그러나 코앞으로 다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삼성의 경영 쇄신안 시행 등 굵직한 이슈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회사 측의 공식 견해를 들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돼버린 지금 기자들도 머리가 복잡해지기는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삼성 미전실 해체에 따른 변화를 가장 먼저 피부로 실감하는 게 기자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론과 기업홍보팀은 사실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회사별로 공식적인 부서나 조직명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홍보팀은 회사 측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업무적인 역할을 떠나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사람들과 '준비 없는 이별'을 하는 것도 서운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재계 '맏형'격인 삼성의 달라질 변화가 꺼져버린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롯데그룹이 지난달 28일 사드 배치를 위한 경북 성주시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성주 골프장)과 경기 남양주시 군(軍)용지의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팩트DB |
◆ 사드 부지 제공 '롯데' 中 보복 직격탄
-지난달 28일 롯데그룹이 큰 결정을 내렸는데요. 롯데그룹은 국방부와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한 교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럼 경북 성주시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성주 골프장)과 경기 남양주시 군용지 부지를 맞교환하게 되는 건가요?
-그렇죠. 이번 계약을 통해 남양주 부지 약 6만7000㎡와 성주골프장 부지 약 148만㎡를 교환하게 됐습니다. 성주골프장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약 890억 원입니다. 사드는 이르면 올해 7월 배치가 완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각종 논란을 몰고 왔던 사드 배치가 완료되는군요. 하지만 사드 배치에 격하게 반대해왔던 중국 측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것 같은데요.
-네. 중국은 계약 체결 직후부터 노골적인 보복에 나섰습니다. 중국 내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줄줄이 롯데 제품과 한국 브랜드 상품을 철수시켰고, 사회관계망(SNS)에서는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는 등의 댓글이 수십만 개씩 달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요.
그뿐만 아닙니다.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데 이어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받았습니다. 중국 전역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위생·안전 점검이 6건, 소방 점검이 4건, 시설 조사가 7건 진행됐습니다. 게다가 롯데와 롯데 거래처가 모든 위험(리스크)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신용장 발급 조건이 변경된 경우도 확인됐고요. 예전에는 중국 은행도 위험 일부를 분담했으나, 이제 롯데계열사와 해당 회사와 거래하는 중국 업체들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식으로 조건이 불리해졌다는 얘깁니다. 일부 롯데 식품 계열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의 재입점 심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탈락'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뭔가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죠. 롯데그룹은 고심 끝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롯데는 지난해 11월 성주골프장과 군용지를 교환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국 측의 반발에 따른 사업 악화 우려로 의사결정을 미뤄왔거든요. 롯데가 중국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죠. 롯데는 조그마한 빌미 하나라도 잡힐까 싶어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에서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영 언론을 내세워 "자국 소비자들의 보복이 이어질 것", "성주 부지를 선제 타격하겠다" 등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우리나라 국민 역시 "우리를 중국의 속국으로 보냐"며 격분하고 있고요. 단순히 기업의 손실 여부를 떠나 국가 자존심과 정체성의 문제라는 의견입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 호르디 클럽에서 차기 주력 스마트폰 'G6'를 공개했다. 사진은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 /LG전자 제공 |
◆ 베일 벗은 야심작…LG G6 등장에 스마트폰 시장 후끈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 LG전자의 야심작 'G6'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일주일 내내 'G6'와 관련된 이슈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는데요.
-LG전자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 호르디 클럽에서 'G6'를 공개했습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이날 신제품 공개 행사에 깜짝 등장해 'G6'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기대를 표시했는데요. 이날 제품 설명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이 맡았습니다. 조 사장은 "당신이 원하는 스마트폰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 'G6'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G6'가 어떤 제품인지 설명해주시죠.
-'G6'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18대 9 화면비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입니다. LG전자는 18대 9 화면비를 적용한 5.7인치 QHD+ 해상도 '풀비전' 디스플레이를 통해 "기존보다 더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상을 볼 때 몰입도가 탁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G6'는 HDR(화면의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보다 깊이 있게 표현하는 화질 기술) 규격인 돌비 비전(Dolby Vision)과 HDR 10을 모두 지원합니다. 조 사장은 "한 손으로 다루기 쉬운 최적의 그립감을 유지하면서도 화면은 키웠다"며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기대하는 이상의 가치를 전달해 스마트폰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없나요.
-LG전자는 'G6'가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보편적 가치를 담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즉, 편의 기능과 디자인 측면에 신경을 썼다는 말인데요. 'G6'는 후면 광각과 일반각 듀얼 카메라 모두 동일하게 1300만 화소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했습니다. 또 듀얼 카메라와 지문 인식 센서를 장착한 전원 버튼이 돌출되거나 함몰되지 않아 깨끗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자랑하는데요. LG전자는 음질에 대한 높은 안목을 가진 한국 소비자를 위해 쿼드 DAC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공개 후 반응은 어떤가요.
-분위기는 좋습니다. 'G6'를 접한 외신들이 호평을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최적의 그립감과 '풀비전' 디스플레이, 기본에 충실한 사용성 등이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포브스는 "제품을 한 손으로 잡아보면 놀랄 것"이라고 평가했고, 타임은 'G6'의 디자인에 대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테크레이더는 "'G6'는 소비자들이 바라던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이라며 "메탈과 글래스 디자인이 매력적이며, 대화면에 베젤이 얇은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고 설명했습니다. 'G6'는 'MWC'에서 IT 매체 등으로부터 31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문제는 흥행일 텐데요.
-맞습니다. 업계는 높은 관심이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데요. 'G6'의 흥행으로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MC사업본부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LG전자는 'G6'의 가격을 89만9800원으로 책정했죠. 우선 오는 10일 국내에 정식 출시되면, 정확한 소비자 반응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LG전자는 대규모 체험 행사 등 마케팅을 실시하는 동시에 'G6'에 대한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G6'가 얼어붙은 이동통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