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해체가 초읽기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로 그룹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 등 연초 주요 사업 구상안 마련에 제동이 걸린 삼성그룹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며 '새판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숨 고르기에 나설 것이란 일각의 관측과 달리 삼성이 경영 재정비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앞으로 전개될 그룹 컨트롤타워의 변화와 혁신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축으로 한 삼성의 '예고된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삼성의 변화 가운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단연 수십여 년 동안 그룹의 중추를 맡아 온 미전실의 해체 시기와 그에 따르면 변화의 향방이다. 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을 기점으로 미전실을 해체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전실 해체는 이재용 체제를 기반으로 한 '뉴삼성'의 경영 기조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청문회 당시 이 부회장의 '작심 발언' 이후부터 삼성 내부는 물론 재계 전반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꼽혀 왔다.
이 부회장의 발언 이후 재계에서는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단행된 '전략기획실 해체'가 특검 수사가 종료된 이후 재연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지만, 전날(6일) 삼성이 전경련 해체를 공식화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의 변화 시점도 빨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확한 시기를 점칠 수 없다 하더라도 늦어도 오는 3월에서 4월 사이에는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검 수사가 오는 28일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특검에서 대통령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해도 4월 전후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향방의 밑그림이 드러날 가능성이 큰 만큼 삼성의 연말 ·연초 현안 시나리오는 '전경련 탈퇴→정기 사장단 인사→특검수사 마무리 시점께 미전실 해체' 또는 '전경련 탈퇴→특검수사 마무리 시점께 미전실 해체→정기 사장단 인사'의 순서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
미전실의 해체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완전 해체'와 '발전적 해체를 통한 리모델링' 등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경영지원팀과 전략 1·2팀,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등 모두 6개 팀으로 구성된 미전실은 지난 2009년 전략기획실을 모태로 지금까지 그룹의 중대안을 주관하는 중추로서 기능을 유지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룹의 유연한 경영을 위해서라도 새롭게 변화할 미전실의 형태가 롯데의 정책본부,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같이 그룹 내 주요 이슈를 주관하는 조직체로 구성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의 전경련 탈퇴 소식 이후 미전실 해체, 정기 인사 등 주요 현안 처리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전실 해체와 관련한 사안은 특검 수사가 종료된 시점을 전후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며,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 여부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