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쉐이크쉑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오픈 효과'는 떨어졌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고객들이 매장을 찾고 있다. /변동진, 이성로 기자 |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지난해 10월 31일.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기업인 SPC그룹은 정기인사를 통해 허희수 실장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앞서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전 파리크라상 전무의 부사장 승진에 이어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까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허희수 부사장은 지난해 오랜 경기불황으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유통 업계에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2007년 파리크라상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한 허 부사장은 2015년 12월 '쉑쉑버거'라 불리는 뉴욕 명품 수제버거 쉐이크쉑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 강남에 1호점을, 5개월 뒤엔 청담동에 2호점을 연달아 오픈했다. SPC는 강남권을 넘어 강북권에 3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출발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미국 명품 버거를 맛보기 위한 소비자들로 매장은 붐볐고, 기본 1~2시간의 웨이팅을 마다치 않았다. 하루 방문객만 3000명이 넘었다. SPC 그룹은 2025년까지 25호점을 열고, 쉐이크쉑이 포함된 파리크라상 외식사업 매출 2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수많은 경쟁업체를 제치고 '쉑쉑버거'를 한국에 연착륙시킨 허희수 부사장은 성과를 인정받아 당시 전무에서 부사장 승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일각에선 '예정된 인사였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국내에서 누구도 따오지 못했던 쉐이크쉑 판권을 가져온 데 이어 '쉑쉑버거 흥행'을 이끈 허 부사장의 인사에 반기를 들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랜 침체에 빠졌던 국내 수제버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허 부사장이었다. 그룹 관계자 역시 쉐이크쉑 도입 이후 허 부사장 입지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하지만 '쉑쉑버거 열풍'을 두고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전에 SNS를 통해 많은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 막 입성한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엔 성공했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막대한 로열티와 고정비용 등은 물론 '오픈 효과'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고, 국내 수제버거 시장 역사에서 성공사례는 없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이다.
SPC 그룹 관계자는 쉐이크쉑 6개월을 돌아보며 "내부적으론 고무된 분위기다. 1, 2호점 오픈 초기와 비교해 외부 대기 인원이 줄기는 했으나 당연한 순리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손익분기점을 꾸준히 넘기고 있어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메뉴 개발보단 기본에 충실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바라본 시각은 어떨까. 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성공적으로 정작 시킨 SPC 그룹의 성과가 쉐이크쉑 본사의 마음을 산 것 같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과 경쟁에서 승리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면서 "6개월만 놓고 보면 성공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충성 고객을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고 밝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더팩트>는 SPC그룹의 '쉑쉑버거 열풍' 6개월을 맞아 빛과 그림자를 추적했다.
◆ 대기업 뿌리치고 따낸 독점 판권 그리고 로열티
식품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PC는 국내 대기업과 경쟁에서 승리하고 쉐이크쉑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판권과 로열티에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갔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외국 브랜드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매출액의 6~8%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SPC 그룹이 일반적 수준보다 높은 비율을 지급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실제로 쉐이크쉑 본사에 지급하는 비율은 일반적 수준보다 조금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판권과 로열티에 대해선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밝힌 채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판권비, 로열티와 함께 임대료, 인건비 그리고 각종 식재료의 현지 조달 등으로 인한 유통비를 고려하면 마진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더팩트>는 쉐이크쉑 미국 본사에 판권과 로열티에 대해 문의를 했으나 대답을 받지 못했다. 쉐이크쉑 한국 판매권을 가져온 SPC는 본사와 관계 때문에 자체적 활동에 한계는 분명하다. 그룹 관계자는 "매장 위치나 확대 등 모두 쉐이크쉑 본사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12시, 4시 쉐이크쉑 1호점(위), 2호점 모습. /이성로 기자 |
◆ 매장 직원들의 한숨 "오픈 효과는 사라졌고, 빈자리는 늘어간다"
지난해 7월 국내에 첫 오픈한 강남 1호점. 말로만 듣던 '쉐이크쉑'의 국내 입성에 전날 밤부터 1500여 명이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 대기 평균 시간만 2~3시간이었고, 대기 줄은 500m까지 달했다. 이후에도 '쉑쉑버거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았고, 쉐이크쉑 1호점 주변엔 식사 시간을 가리지 않고 기나긴 행렬이 이어졌다. 개장 이후 100일 동안 무려 약 35만개의 버거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5개월 뒤, SPC는 지난해 12월 17일. SPC그룹은 청담동에 쉐이크쉑 2호점을 오픈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330㎡, 140석 규모로 마련된 쉐이크쉑 2호점엔 오픈 전부터 200여 명이 줄을 섰고, 이날 모두 2500여 명이 매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호점에 이어 대박 조짐을 보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정유년 1월이 들어서면서 '쉑쉑버거 열풍'은 거짓말처럼 수그러들고 있다.<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7일 오후 12시, 오후 4시에 각각 쉐이크쉑 1호점과 2호점을 차례로 찾았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된 오후 12시. 취재진은 길게 늘어진 줄을 생각하며 신논현역 인근에 있는 1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차가운 바람만 매섭게 불었다. 매장밖에는 10여 명의 대기자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마저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매장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취재진이 웨이팅 손님을 관리하는 직원에게 "점심시간인데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다. 손님 수가 많이 줄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매장 직원은 "보시면 알 수 있지 않나. 새해가 시작되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라며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100년 만의 폭염에도 평균 대기 시간 2시간을 기록했던 지난해 여름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고객 감소를 날씨로 돌리기엔 연관성이 부족해 보였다.
오픈 한 달을 맞이한 2호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4시, 도산대로에 있는 청담점은 대기 시간 없이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문하기까지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빈자리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매장 직원은 "점심시간이 아니면 줄 서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이제 막 오픈 한 달이 됐지만, 고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빈자리도 쉽게 볼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그런 거 말하면 어떡해…"라며 눈치를 줄 정도였다. 취재진은 식사 시간이 아닌 점을 고려해 오후 6시가 넘는 시간까지 매장을 지켰으나 길게 늘어진 줄은 볼 수 없었다.
쉐이크쉑 2호점을 찾은 박 모 씨는 "입소문을 듣고 매장을 찾았다. 생각했던 것만큼 사람이 붐비진 않은 것 같다. 밖에서 줄도 서지 않았고 예상보다 빠르게 주문을 했다"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기존 프랜차이즈 햄버거와 맛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가격은 좀 높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 번쯤은 올 것 같은데 굳이 쉐이크쉑버거를 먹으러 서울 도심을 찾진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SPC 측은 오픈 초기 효과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매출은 기대 이상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아직도 일 평균 3000명 정도가 매장을 찾는다"면서 "오픈 초기만큼 매출이 꾸준히 나올 것이란 기대는 애초에 없었지만 현재까지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최근엔 예전처럼 매장 앞에서 줄을 길게 선 사람들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매출부분에선 큰 차이는 없다"며 "입점 초기보다 회전율이 좋아졌고, 직원들의 능률 역시 많이 올라간 상태다. 과거엔 매장 밖에 사람이 많고, 내부엔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현재는 뒤바뀌었다. 외부에서 보는 만큼 매출 변화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쉐이크쉑 1, 2호점엔 주방, 홀 등에 모두 약 80명의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성로 기자 |
◆ 서울 중심지에 위치한 매장·직원만 80여 명, 수익성은?
쉐이크쉑 1호점(512㎡, 좌석수 210석)과 2호점(330㎡, 140석)은 각각 강남대로, 도산대로에 입점했다. 강남 한복판 1층 빌딩에 매장을 열면서 고객 유치에 힘을 썼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에 임대료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장 직원 역시 적지 않았다. 1, 2호점 모두 주방에만 약 30명의 직원이 자리했고, 홀엔 10여 명의 직원이 고객 서비스에 여념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인원만 30명이 훌쩍 넘었는데 SPC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 1호점엔 80~90명이 배치돼 있다.
쉐이크쉑 1, 2호점 관계자는 최근 평균 방문객 수와 매출에 대해선 함구했으나, SPC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도 3000여 명이 매장을 찾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수익성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쉐이크쉑 1, 2호점 임대료는 최소 4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더 많은 1호점은 8000만 원 정도에 임대료가 형성됐을 것이고, 2호점은 아무리 적어도 4000만 원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1호점을 보면, 한 달 30일 기준으로 하루 임대료로만 약 266만 원이 빠진다. 인건비를 따져보면,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 매장당 8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고 가정하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로 모두 12시간이다. 하루 평균 인건비로만 약 621만 원(621만 1200원)이 나간다. 임대료와 인건비로만 하루에 약 887만 원의 고정비용이 발생한다.
매출은 어떨까. 흔히들 말하는 버거 세트로 계산하면 쉐이크쉑버거(6900원), 탄산음료(2700원), 감자튀김(3900원)을 더한 가격은 1만 3500원이다.(쉐이크쉑에는 세트 메뉴가 없다. 모두 단일 제품 가격) SPC 측이 밝힌 하루 평균 고객 3000명을 계산해보면 일 평균 매출은 4050만 원이다.
임대료와 인건비와 더불어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와 각종 식자재값, 매장 유지비도 무시하지 못한다. SPC 측이 밝힌 일 평균 고객 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로열티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SPC 관계자는 "막연히 유동인구가 많고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 매장을 오픈하진 않았다. 본사와 충분한 협의를 했다. 1, 2호점을 보면 모두 메인 지역은 아니다. 1호점 같은 경우는 강남역 끝쪽에 자리하고 있고, 2호점 역시 예전처럼 인구가 붐비는 지역은 아니다. 그룹 내부적으로 수익성 부분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쉐이크쉑에 앞서 소비자를 찾아간 수제버거 '크라제버거'와 '모스버거'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크라제버거 페이스북, 모스버거 홈페이지 캡처 |
◆ 성공사례 없는 국내 수제버거 시장…모두 '반짝 열풍'
수제 버거 1세대라 불리는 '크라제버거',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국내에 입성했던 '모스버거' 등 모두 '출시 열풍'을 유지하지 못했다.
지난 1998년 처음 소비자를 찾아갔던 크라제버거는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1년엔 국내에 90개 매장을 오픈했고,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는 데엔 실패했다. 매년 떨어지는 고객 수와 매출을 잡지 못하며 매장 수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극도의 경영 악화를 견뎌내지 못하며 결국 2013년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모스버거 역시 크라제버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자극적이지 않은 재료로 일본인의 입맛을 강타했고, 한국에는 일본 유학생들과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일본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대표됐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잠실 롯데백화점에 1호 매장을 오픈하며 한국에 입성했다. 하지만 반가공·반조리 음식으로 패스트푸드도, 그렇다고 고급 수제버거라 하기에도 부족한 모스버거에 1만 원 가까운 돈을 주고 먹을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돌리는 데에도 실패하며 50개 매장 오픈이라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며 현재 13개 매장이 운영하고 있다.
SPC 측은 앞선 수제버거의 고전에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이다. 관계자는 "쉑쉑버거는 햄버거 본고장인 미국에서 왔다. 수제버거보단 '프리미엄 버거'가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전 세계에서 검증을 마쳤다"면서 "앞선 브랜드와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고 생각한다"면서 "메뉴 개발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충성 고객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쉐이크쉑을 두고 당장의 성과보단 미래를 내다봤다. "그룹은 파리크라상이 주된 브랜드이다. 사실 쉐이크쉑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쉐이크쉑은 도입하면서 일종의 미국 햄버거 문화와 시스템을 배운다는 개념이 컸다"며 "경영은 수치로 말한다고 한다. 쉐이크쉑은 이제 막 시작하는 사업이다. 당장의 수치보단 미래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리스크, 노 게인(No Risk, No Gain)'이라고 한다. 위험 부담 없이는 큰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SPC 그룹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미국 명품 버거'인 '쉑쉑버거'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제 '한국 상륙' 6개월을 맞고 있는 가운데 '쉑쉑버거'의 성패를 논하기엔 이를 수 있다. SPC그룹은 SPC삼립, 샤니를 비롯해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등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쌓았고, 이미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통해 외국 브랜드를 한국에 정착시킨 경험은 최대 무기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매장 직원이 몸소 느낄 정도로 '오픈 효과'가 점점 사라지면서 걱정 어린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간 과거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