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1월 1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합병을 반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특검과 삼성이 첨해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비선 실세 최순실, 삼성의 뇌물죄 협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는 특별검사팀은 그룹 수뇌부로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견해를 유지하며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1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 배경에 대해 "(삼성물산 합병은) 기본적으로 양사 사장들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병 문제가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 사안으로 부각한 것과 관련해 "삼성물산 합병은 회사의 시너지 창출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양사 합병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진행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듣기 싫은 측면이 있다"고 진술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합병 찬반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진술내용이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 내가 합병을 반대 안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합병 결과에 후회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선 긋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각 회사 경영진의 결정으로 이뤄진 만큼 자신에게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반면,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은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는 견해다. 이 부회장과 삼성은 특검 수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삼성 특혜 의혹'과 관련해 그룹 '윗선'에서는 최순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고, 지난 2015년 7월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 이후 진행된 자금 지원은 승마 종목에 대한 단순한 스포츠 후원이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부회장은 "정유라에 대한 자금 지원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 승계와 무관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그룹 측은 "지난 2014년 9월,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 인수를 요청받을 당시 청와대로부터 최순실에 대한 지원 요청은 전혀 없었고, 다음 해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도 삼성물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라며 "특검에서 언급한 이 부회장의 발언은 양사 합병이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9일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9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에 나선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게 12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특검은 이번 조사에서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최순실 씨 등 비선에 대한 지원 지시를 받았는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