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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영의 Tip&Tok] ‘알바생 꿈’ 허문 이랜드, ‘기독 정신’ 내세울 수 있나
입력: 2017.01.07 11:31 / 수정: 2017.01.07 11:31

프랜차이즈 업체인 애슐리, 자연별곡 등 이랜드 계열 외식브랜드 직영점들이 아르바이트생들 임금 84억 원을 체불하고,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더팩트DB
프랜차이즈 업체인 애슐리, 자연별곡 등 이랜드 계열 외식브랜드 직영점들이 아르바이트생들 임금 84억 원을 체불하고,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황원영 기자] 구조적 장기 실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생활의 첫발을 ‘취업준비생’으로 내딛는 청년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는 하나의 완충 지대다. 게다가 아르바이트는 자립심, 돈의 가치, 부모에 대한 고마움, 노동의 가치 등을 배울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즉, 근로의 의미를 터득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교육의 장’이라기보다는 사회의 냉혹함은 물론 자괴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부조리의 장’인 경우가 많다.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울린 ‘부조리한 업체’ 한 곳이 드러났다. 애슐리, 자연별곡 등 외식 사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생 4만4000여명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기록해 임금을 줄이는 ‘꺾기’는 물론 근로 계약 과정에서 근로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더 잡아놓고 연장 수당을 주지 않는 방식도 이용했다.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조퇴처리’를 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체불 금액은 83억7200여만 원에 달한다. 노동법을 잘 알고 있는 회사 측이 오히려 이를 악용한 것으로,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배고파 보지 않은 자는 배고픔의 서러움을 알기 어렵다. 한 시간에 6470원(2017년 기준 최저임금)을 받으며 매장을 청소하고, 남긴 음식을 모으고, 더러운 테이블을 닦고, 때때론 고객들에게 상처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의 피땀 묻은 임금을 떼먹은 이랜드 본사는 그 서러움을 눈꼽만큼도 헤아리지 못했다. 힘들고 고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자립을 위해 애쓰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울려서야 되겠는가.

이랜드가 ‘아르바이트생 임금 체불’ 논란에 대해 그룹 홈페이지 및 애슐리 홈페이지에 6일 사과문을 올렸다. /이랜드 제공
이랜드가 ‘아르바이트생 임금 체불’ 논란에 대해 그룹 홈페이지 및 애슐리 홈페이지에 6일 사과문을 올렸다. /이랜드 제공

게다가 이랜드 그룹은 기독교 정신을 유난히 강조하고, 이에 따라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사회공헌 의지를 강조하는 기업에서 벌어진 비사회적인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기독교 기업임을 강조했던 이랜드 파크가 지난 1년간 미지급한 아르바이트생 휴업수당, 연장수당, 연차수당은 83억에 달한다”며 “지난 3년간 올린 영업이익 100억 원은 학생들의 알바비를 떼먹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랜드의 행태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랜드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낮고 법정 휴가나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이랜드는 임금 미지급 해당자(최근 3년 이내 근무자) 신속 지급, 아르바이트 1000명 정규직 즉시 전환, 부당한 처우 내부 고발 시스템 도입, 전면적인 인사개편 등 쇄신안을 발표 했다. 6일에는 그룹 홈페이지와 외식업체 애슐리 홈페이지에 그룹 경영진 명의로 사과문도 냈다. 이랜드 경영진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잘못된 대우를 받은 아르바이트 직원 여러분들과 가족분들께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할 정도로 참담하고 수치스럽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제야 한 걸음 나아갔다. 지금이라도 참담하고 수치스럽다는 마음이 든다면 이를 시정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간 음지에서 횡행했던 비정규직 차별이 수면위로 드러난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오래 전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으로도 비정규직 차별금지가 보장됐다.

하지만 이랜드에선 여전히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결국,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주와 기업가의 마인드다.

새 해가 밝았다. 올해 아르바이트생들은 새로운 꿈을 꾼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다. 비정규직도 떳떳한 사회 일원으로서 노동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사회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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