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국내 최초 2도어 스포츠카 '스쿠프'를 시작으로 제네시스의 'G80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고성능차 개발에 매진해 온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브랜드 N 론칭을 선언하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변화의 폭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발 빠른 행보 속에 업계 안팎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 분야가 있다. 바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 그 주인공이다. 1990년대 국내 최초 2도어 스포츠카 '스쿠프'를 시작으로 제네시스의 'G80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고성능차 개발을 향한 현대차의 담금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대차가 밟아 온 고성능차 개발의 과거와 현주소, 그리고 미래를 <더팩트>에서 정리해봤다.
◆ '스쿠프→티뷰론→투스카니' 현대차가 남긴 발자취
1세대 '스쿠프'를 시작으로 2세대 '티뷰론'과 3세대 '투스카니'에 이르기까지 스포츠 모델 개발을 위한 현대자동차의 노력은 지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티뷰론(위쪽)과 투스카니 /현대자동차 블로그, 현대자동차 제공 |
지난 1990년 2월 출시된 국내 최초 2도어 쿠페 '스쿠프'는 '마이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 당시 20~30대 젊은 층으로부터 '드림카'로 꼽혔다. 특히, 56.1%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최수종, 최진실 주연의 MBC 드라마 '질투'에서 간접광고(PPL)로 등장하면서 개성 있는 젊음을 대변하는 스포츠카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스쿠프'는 단일 차종으로 수많은 '국산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내며 국내 시장에 '스포츠카' 장르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991년 4월 자사 최초로 독자 개발한 '알파엔진'을 탑재, 스포츠카로서의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한 현대차는 6개월 후인 같은 해 10월 알파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하며 국산차 최초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 9초대(9.18초) 진입은 물론 최고속도 200km/h의 벽을 넘어섰다.
고성능 '스포츠 모델'에 대한 현대차의 도전은 1세대 '아반떼'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티뷰론'으로 이어졌다. 스페인어로 '상어'를 뜻하는 티뷰론은 현대차 최초 콘셉트카인 'HCD-1'과 'HCD-2'의 디자인을 토대로 완성됐다. 1996년 4월 첫 출시 때부터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던 티뷰론은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평가기관인 JD파워로부터 "성능과 품질만이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데, 현대차는 티뷰론이 그 처방전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국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티뷰론의 탄생은 현대차의 두 번째 독자 개발 엔진인 '베타엔진'이 상용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직렬 4기통 DOHC 형식의 MPi(Multi Point injection) 엔진인 베타엔진은 기존 스쿠프에 적용된 1.5ℓ알파 터보엔진 대비 큰 출력 개선을 이뤄 최고출력 150마력을 달성했다.
이후 현대차는 국산 스포츠 모델 최초로 6기통 엔진을 탑재한 '투스카니'를 개발했다. 고성능 트림 '엘리사'에 적용된 2.7ℓ '델타엔진'은 6기통 DOHC 형식으로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5.0kgf.m의 성능을 구현했다. 이 외에도 전 세대 모델인 티뷰론에 탑재됐던 베타엔진 역시 가변 밸브 타이밍(VVT) 기술이 도입되면서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속적인 개발 노력에 힘입어 투스카니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생산, 현대차의 스포츠쿠페 가운데 최장수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 정통 고성능 '스포츠 모델' 시대를 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8년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네시스 쿠페'를 출시하면서 '정통 스포츠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
2008년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로 현대차는 진정한 의미로서 고성능차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자사 첫 후륜구동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안은 개발자들은 더욱 향상된 스포츠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55:45' 전후 무게배분을 지상 과제로 삼았다.
엔진을 최대한 뒤쪽으로 배치한 설계로 최적의 차량 밸런스를 구현하고, 경쟁사 모델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며 섀시와 바디 시스템의 개선 방향을 찾아낸 끝에 탄생한 모델이 바로 '제네시스 쿠페'다.
최상위 모델인 '380GT'에 탑재된 'V6 3.8 람다 MPi 엔진'은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8kgf.m, 시속 245km의 최고속도로 당시 국산차 가운데 압도적인 동력성능을 자랑했다. 이후 2011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는 GDi 기술이 적용된 신형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350마력, 최대토크 40.8kgf.m의 성능 향상을 이뤄내면서 5.9초의 제로백을 기록, 그간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마의 장벽'이라 불렸던 제로백 6초대의 벽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정통 스포츠카 개발에 성공한 현대차는 기존 세단 모델의 '고성능 버전' 개발에도 속도를 높였다. 준중형 세단 '신형 아반떼'와 제네시스 'G80'의 고성능 모델 '아반떼 스포츠'와 'G80 스포츠'를 잇달아 출시하며 비로소 BMW의 'M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 'AMG' 등 유수 메이커의 고성능 모델과 직접 경쟁에 도전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자사 준중형 모델 최초로 개발한 고성능 모델 '아반떼 스포츠'는 204마력이 최고출력과 27kgf.m의 최대토크로 중형차를 넘어서는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더팩트 DB |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을 적용한 아반떼 스포츠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kgf.m의 동력성능을 발휘, 국내에서 판매 중인 동급 차종은 물론 중형차까지 넘어서는 압도적인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준중형 세단 최초 고성능 모델을 내놓은 현대차의 실험은 시장에서도 통했다. 지난 5월 출시 이후 4개월 여 만에 2000대가 판매, 전체 아반떼 브랜드 가운데 10%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오늘날 현대차의 고성능차 개발의 정점을 찍은 모델은 G80 스포츠다. 지난 6월 '2016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G80 스포츠는 기존 G80과 차별화된 역동적인 외관 디자인은 물론 최고출력 370마력, 52.0kgf.m의 최대토크로 경쟁 메이커의 동급 차량을 넘어서는 가솔린 람다 V6 3.3 트윈 터보 GDi 엔진이 탑재됐다.
여기에 디자인과 성능에서 역동성을 강조하면서도, 기존 G80이 갖고 있는 최고급 편의 및 안전 사양도 모두 포함돼 제네시스 브랜드 만의 차별화된 품격과 편의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준비는 끝났다' 고성능 브랜드 'N', 미래를 말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파리 포르트 베르사유 박람회장'에서 열린 '2016 파리 국제 모터쇼'에서 고성능 N 콘셉트카 'RN30'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고성능차', 현대차가 추구하는 미래 고성능 자동차의 마지막 목표이자,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 포르트 베르사유 박람회장'에서 열린 '2016 파리 국제 모터쇼'에서 고성능 N 콘셉트카 'RN30'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신형 i30'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개발된 콘셉트카 RN30는 N 양산 모델을 위해 개발 중인 고성능 2.0 터보 엔진이 적용돼 일반 도로보다 더 극한 조건인 트랙 주행에 적합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성능 콘셉트카로서 엔진 출력을 높이기 위해 터보 사이즈를 증대하고 엔진 블록의 내구성 강화를 위해 일부 주조부품을 단조부품으로 대체함으로써 380마력의 최대출력과 46kgf.m의 최대토크를 구현했다.
아울러 최대토크 허용 범위가 높아 고출력 엔진에 최적으로 대응하는 고성능 전용 습식 DCT를 적용해 레이싱카에 어울리는 역동적인 가속 성능과 변속 응답성을 구현함과 동시에 연비 향상을 이끌어냈다.
또한, 잦은 선회와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도록 상시사륜구동(AWD) 방식을 적용한 것은 물론 ▲스포츠 주행 중 변속 시 엔진 RPM을 차량 스스로 빠르고 정확하게 보정해 운전자를 돕는 'Rev 매칭' ▲급격한 선회 시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 등 주행 과정에서 운전자가 운전에 더욱 몰입하고 조작 실수의 위험을 줄여 주는 고성능 특화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