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입주 예정인 경북 구미 문성파크자이 건설 현장.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문제로 "사기 분양"이라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사인 GS건설 측은 거절의 뜻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권오철 기자] 증권가는 GS건설의 올해 매출에 대해 11조 원대, 영업이익은 15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20일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GS건설의 국내 주택사업부문이 이같은 경영성적을 이끌어 내는데에 효자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들 한다.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는 지난달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실시한 아파트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자이를 내세운 GS건설은 전국 28개 단지 26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게다가 GS건설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부산 삼익비치, 서울 방배경남 아파트 등을 수주하면서 올해만 총 6건, 2조3973억 원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에 "올 해도 자이 브랜드에 보내준 고객님들의 성원 덕분에 이와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자이 브랜드에 대한 고객님들의 신뢰에 보답하고자 최적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평가는 GS건설의 올해 실적 전체를 아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S건설의 올해 실적은 국내 고객들의 성원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GS건설이 자이라는 브랜드를 내걸면 대부분 수십대 일에서 수백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형성하며 분양은 수일 만에 완판됐다.
하지만 GS건설이 고객들의 신뢰에 오롯이 보답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일단의 소비자들은 "아니"라는 목소리를 강하게 터트린다. 경북 '구미 문성파크자이'의 36세대 소비자들은 GS건설과 자칫하면 기나긴 법적 다툼을 벌일 지경에 처했다. 문성파크자이는 총 1138세대, 18개동 규모로 내년 7월 입주 예정이다.
해당 아파트 대부분의 동은 2개 층의 지하주차장 사용이 가능한 데 반해 103동 3·4호 라인은 지하 1층 주차장만 직접 사용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1100여 세대 중 유독 이들 36세대만 주차장의 불평등을 받아들여야 한다. 입주예정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다른 입주예정자들과 동일한 분양가를 지불했다.
구미 문성파크자이 분양사무소의 모습. 시행사가 아닌 시공사인 GS건설의 '자이' 브랜드를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설계의 문제에 대해 GS건설 측은 '모르쇠' 입장을 취하고 있다. |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미 아파트의 대부분의 골격이 지어진 뒤였다. 입주예정자들은 GS건설에 △103동 3·4호 라인 주민에 대한 보상 △주차가능 면수와 구간에 적색·녹색 등이 표시되는 '주차 유도 시스템' 적용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GS건설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구미시청 관계자, GS건설 임원, 입주예정자 대표 등이 자리한 협상에서도 이 같은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 협상에서 GS건설 측은 문성파크 자이 입주민의 입장을 수용하게 되면 다른 지역의 자이 입주민들의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 유도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문성 파크자이뿐만이 아니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경기도 김포시 한강센트럴자이 입주예정자들은 법적 기준을 넘겼지만 다소 부족한 감이 있는 세대수 대비 주차장 수(1.14:1)를 지적하며 주차공간 추가 확보와 함께 주차 유도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GS건설 측은 이 경우 역시 거절 의사를 내놓고 있다.
두 아파트 모두 주차장 문제다. 1가구 2대 이상의 차량 보유가 요즘의 추세인데 반해 법적 기준(1.03:1)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미 주차 대란을 우려하고 있는 입주예정자들의 요구는 당연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으로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고작 법적 기준을 넘겼다는 이유로 눈에 훤히 보이는 고충에 대해 뒷짐을 지거나 명백한 편의성 불평등 상황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GS건설의 태도는 브랜드파워 1위 업체에 걸맞지 않다.
물론 GS건설 입장에서는 수억 원이 소요되는 '주차 유도 시스템'을 이곳저곳에 도입하면 그만큼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문성파크자이 주민에 대한 보상을 하게 되면 '시행사가 주도한 설계의 책임'을 시공사가 지는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설계는 시공사인 GS건설이 검토하고 선택한 것이다. 또한 고객들에게 1위 브랜드 '자이'를 내걸고 판매했다. 판매 후 문제가 발생하니 '시행사'의 책임으로 미루는 것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앞으로 GS건설이 시공사 명함을 내밀며 설계에 따른 주민의 불편 등에 책임지지 않으려면 아파트 브랜드에 차라리 '자이'를 빼는 게 어떨는지 제안하고픈 심정이다. 입주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분양과정에 발생한 문제점을 시행사에 떠넘기려는 국내 1위 브랜드의 명성이 안타까워서다. 속은 기분은 당한 사람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