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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비즈토크]'불법 묘역 조성' 담철곤 회장 측, 취재진에 '적반하장' 신경질
입력: 2016.12.18 05:00 / 수정: 2016.12.18 05:00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하고 불법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하고 불법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도덕함, 하루 이틀 지적된 문제는 아닐 테죠. 그래도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이들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는 건 용납될 수 없습니다. 지난 한 주 <더팩트>는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하고 불법으로 부모의 '호화 묘지'를 만든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추적했는데요. 기업은행장 후임 인선을 놓고 일어나는 여러 잡음과 아프리카TV BJ대상 시상식 현장 모습 등 각 분야별 이슈에 대해서도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권오철·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직원들의 명의로 농경지를 매입, 불법으로 부모의 묘지를 만든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은 행위라는 점에서, 담철곤 회장이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연고도 없는 지역에 묘역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 궁금증을 키우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현장에 다녀온 취재 기자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죠.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부모 묘지 터는 대밭골산 남쪽 끝자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남서쪽에는 딱재못이라는 작은 저수지가 있다. /이성로 기자, 다음 스카이뷰 캡처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부모 묘지 터는 대밭골산 남쪽 끝자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남서쪽에는 딱재못이라는 작은 저수지가 있다. /이성로 기자, 다음 스카이뷰 캡처

◆ 담철곤 회장의 빗나간 효심?

-담철곤 회장의 부모 묘지 조성에 불법이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담 회장이 지난 1991년 경북 청도군 각북면 명대리 일대에 모친의 묫자리를 조성하고 이후 1999년 부친의 묫자리를 추가로 설치한 것이 모두 불법이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우선 담 회장 부모의 묫자리는 어떤 곳이었나요?

-담철곤 회장이 부모의 묘지로 조성한 명대리 9**번지 일대는 농경지입니다. 묘지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전용 신청을 하고 분묘 조성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절차가 없었고 차명으로 매입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담철곤 회장이)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요?

-담철곤 회장은 묘지 터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지관으로 꼽히는 '육관도사' 고(故) 손석우 선생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손 선생은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5대에 걸쳐 대통령 집안의 묫자리를 잡아 '왕을 만드는 지관'으로 불렸는데요. 담 회장 부모의 묫자리를 포털 스카이뷰로 살펴보니, 분묘는 높이 356m의 대밭골산 남쪽 끝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남서쪽으로는 딱재못이라는 작은 저수지가 있었습니다.

풍수지리에서 묫자리는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를 이상적인 지세로 봅니다. 산이 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앞에는 고인 물이 있어야 기가 응집된다는 건데요. 특히 물은 재물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못이나 저수지 앞이 묫자리로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담 회장 부모의 묫자리는 풍수지리로 볼 때 이른바 '명당'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따라 담 회장은 현실적으로 본인이 구입할 수 없는 '명당 부지'인 농경지에 묘역을 조성하기 위해 땅을 구입하면서 불법을 동원하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회장님'이 불법을 고집한 이유가 있다면서 천하의 명당 자리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담철곤 회장이 명대리 터를 고르기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담 회장 선친 분묘 조성에 관여한 오리온 전 고위 임원은 손 선생과 함께 1년가량 전국을 돌며 묫자리를 알아봤다고 말했습니다. 담 회장이 부모 묘지 조성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엿보이는 대목이죠. 그러나 담 회장의 효심에도 이러한 불법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어 보입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하고 불법으로 호화 묘지를 조성한 가운데 오리온 홍보팀 임원이 취재진의 부모를 입에 올리는 비상식적인 발언을 했다. /더팩트DB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하고 불법으로 '호화 묘지'를 조성한 가운데 오리온 홍보팀 임원이 취재진의 부모를 입에 올리는 비상식적인 발언을 했다. /더팩트DB

◆ 오리온 홍보 이사님, 저희 부모님은 왜 입에 올리셨나요?

-묘지 취재 과정에서 만나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청도군청 관계자는 농경지를 차명으로 매입해 부모 묘소로 불법전용한 게 분명한 만큼 실사과정을 거쳐 농경지 원상복구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농지법에서는 농지 소유 제한이나 농지 소유 상한을 위반해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리온 측 반응은 없었나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를 방불케 했는데요. 민감한 질문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법을 어긴 것에 대해선 인정을 하던가요?

-네, 인정했습니다. 처음부터 농경지인 것을 인지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법을 어겨가며 묘지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토지 명의자는 현지 거주자만 매입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직원 이름으로 구입했다"면서 "(부지) 명의 변경이나 이장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불가능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이름을 빌려준 직원은 이번 일로 구설에 오르게 됐네요.

-그런 셈이죠. 오리온 관계자에게 "직원이 회장의 부탁을 쉽게 거절할 수 있겠나. 압력이나 대가성 대우는 없었나"라고 질문했더니 "무슨 말이냐. 해당 직원은 아무런 불만 없이 동의를 해줬다. 압력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담 회장의 욕심에 두 명의 직원이 범법자의 조력자로 몰리게 된 건 아닌지, 권력이 참 무섭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네요.

-오리온 홍보담당 임원과 목소리를 높였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네, 해당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홍보담당 임원과 통화를 했습니다. "애초 불법인 걸 인지했으면서 왜 굳이 그 땅에 묘지를 조성했나?"라는 질문에 오리온 측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 법을 어긴 건 알지만 이장할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고 답하더군요.

이어 오리온 관계자는 "다른 곳으로 이장을 해도 불법이다. 한국엔 공동묘지 말고는 다 불법 아닌가"라며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취재한 사실을 바탕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토지 용도를 묘지로 신고했다면 합법이지 않으냐"라고 말하니, 오리온 관계자는 "혹시 할아버지, 할머니 묘지는 어떻게 하셨나요?"라고 되묻더라고요.

취재진은 "부모님께서 장소를 구하시고 묘를 조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사건이 터졌습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국 묘지는 공동묘지 말고 다 불법이다. 그렇다면 (기자의) 부모님도 법을 어기신 거냐"며 상식 밖의 대답을 하더라고요.

-오리온 관계자는 어떤 근거로 취재진의 부모님을 범법자로 만든 거죠?

-사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저희 부모님은 왜 거론하고 그것도 모자라 왜 범법자로 만드냐"고 되물었더니, 오리온 관계자는 "아니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냐?"라고 되려 어이없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본인(오리온 관계자)이 방금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제가 지금 소설 쓰고 있나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오리온 관계자는 "지금 저랑 뭐하자는 거에요?"라면서 대차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사실, 전날 아버지가 수술을 하셔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오리온 측이 뜬금없이 "당신 부모님도 위법을 했다"라는 이야기를 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오리온 홍보담당 이사님에게 한마디 하고 싶네요. "이사님, 저는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이사님에게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질문을 했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잘못을 인정하든가, 오해가 있었다면 해명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사님도 근거를 바탕으로 이야기해주시면 성실히 답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자는 '질문할 권리'가 있는 직업입니다"라고요.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27일 끝나는 가운데 후임 인선을 두고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27일 끝나는 가운데 후임 인선을 두고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기업은행, 후임 인선에 끊임없는 '낙하산 논란'

-금융권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금융공기업 인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죠. 그런데 이런 상황 속 기업은행 후임 행장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고요?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금융공기업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금융공기업의 경우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필요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인해 인사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때문입니다.

기업은행의 경우 권선주 행장의 임기가 오는 27일 만료되는데요. 기업은행 행장은 금융위원회(금융위)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당초 인사가 늦어져 행장 자리가 '공석'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권 행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 후임을 제청할 계획이라 밝혔는데요. 다만 후임 인선에 '낙하산 인사'가 올 수 있다는 추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은행은 그동안 낙하산 논란이 숱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소문이 돌고 있는 건가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 노조)은 최근 기업은행 인사를 두고 부정개입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 노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김규태 전 전무이사와 김도진 부행장과 함께 외부인사 1인을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의 후보군 중 한 명을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는데요. 금융위에게 제청권한이 있는데 민간기업의 관여는 부정개입이라는 거죠. 특히 금융 노조는 이들의 부적절한 만남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 노조는 "지난달 14일 정 이사장과 그가 지원하는 후보가 금융위 부위원장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인사에 부정개입이 시도되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며 "특히 정 이사장은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시절 낙하산 인사 개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공기업에 매번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따르네요. 이와 관련해 금융위 입장은 어떤가요?

-금융위는 노조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금융위는 "기업은행 김규태 전 전무이사와 김도진 부행장 및 관료 1명을 후임 기업은행장으로 추천한 바 없다"며 "금융 노조 성명서에서 언급한 모임도 전혀 가진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인사가 치러져야 정확한 사실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인사 시즌마다 반복되는 금융권의 낙하산 논란이 씁쓸할 따름입니다. 아무쪼록 투명한 인사로 이러한 논란이 앞으론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프리카TV 인기 인터넷방송 진행자 철구형2(왼쪽부터)와 한손에총들고, 감스트가 BJ대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아프리카TV 인기 인터넷방송 진행자 철구형2(왼쪽부터)와 한손에총들고, 감스트가 BJ대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위기의 아프리카TV, BJ대상 시상식은 성황리 마무리

-인기 인터넷방송 진행자(BJ)들이 총출동하는 아프리카TV BJ대상 시상식이 지난 15일 열렸다고 하죠. 1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고 하던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BJ대상은 매번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해 큰 관심을 받는 행사인데요. 올해도 인기 BJ들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져 여러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BJ들은 팝페라와 댄스, 노래, 디제잉 등 끼를 살린 다양한 퍼포먼스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대상은 어떤 BJ가 받았나요?

-이날 아프리카TV는 3명의 BJ에게 대상을 시상했습니다. BJ 철구형2(철구)와 감스트, 한손에총들고(보겸)가 그 주인공인데요. 철구는 코믹하고 독특한 콘텐츠로 수많은 마니아 팬을 보유하고 있는 BJ입니다. 감스트는 게임, 먹방(먹는 방송), 노래, 댄스 등 종합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으며, 보겸은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 게임 위주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BJ대상 트로피와 함께 상금 1000만 원,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아프리카TV의 다양한 방송 혜택이 부상으로 수여된다고 하네요.

-최근 아프리카TV를 둘러싼 '갑질 논란'이 있다고 하던데, 시상식에선 언급되지 않았나요?

-아프리카TV를 이탈한 BJ 대도서관이 수상자에 올랐지만, 시상식에는 불참했는데요. BJ들의 연이은 이탈과 관련해 다른 BJ들과 관계자들은 서로 조심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이날 행사가 축하하는 자리인 만큼 불편한 이야기를 최소화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는 이날 광고 수익 배분과 오픈 스튜디오, 오리지널 콘텐츠 등과 관련해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특히 기존 파트너 BJ에게만 배분하던 동영상 광고 수익 60%를 모든 BJ에게 배분하겠다는 서 대표의 말에 행사장에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 대표의 이날 정책 발표는 인기 BJ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을 의식, BJ들의 수익을 늘려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네요.

-앞으로 아프리카TV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BJ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으니, 좀 더 지켜봐야겠죠. 다만 트위치TV, 유튜브 등 경쟁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동영상 플랫폼 시장 1위라는 아프리카TV의 위상이 지속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아프리카TV가 경쟁 서비스를 의식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란 예상은 해볼 수 있겠네요.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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