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의 자이 아파트가 경북 구미시에서 '사기분양' '허위광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내년 7월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는 이미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고 있다. /구미=권오철 기자 |
[더팩트 | 구미=권오철 기자]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집에 들어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에 무려 100m나 걸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것도 모자라 옥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외부로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아파트 동(洞)의 지하주차장에 자택과 직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분양 당시 관계자의 확답을 얻었는데, 이건 과장광고를 넘어 허위·사기분양입니다."
GS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경북 '구미 문성파크자이'의 103동 3·4라인 한 입주 예정자는 당초 기대와 달리 너무 동떨어진 공사 내용에 대해 '사기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타공인 '아파트 브랜드 1위'인 GS건설의 자이 아파트가 왜 이런 입주자의 원성을 듣게 된 것일까. <더팩트>는 경북 구미시에서 "사기 분양·허위 광고" 논란에 휩싸여 파문이 일고 있는 '구미 문성파크자이' 건설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짚었다.
취재진은 이날 논란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103동 3·4라인 지하주차장 내부를 직접 걸어 확인했다. 지하 2층에 주차를 하면 약 100m정도를 더 걸어가고 엘리베이터를 한 번 더 갈아타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비로서 집(아파트)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미로'같은 구조에 취재진도 당황스러웠다.
취재진이 실제로 문성파크자이 103동 3·4호 라인을 찾아가 주민들이 지하 2층에 주차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측정한 결과, 무려 100m정도의 구간을 걸어야 했다. |
이뿐만이 아니다. 103동 3·4라인 입주민이 보안 등의 이유로 옆의 1·2라인 엘리베이터 이용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옥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예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때도 100m 가량을 걸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비가 오면 우산도 들어야 한다.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집으로 올라갈 수 있는 다른 라인 주민들과는 '다른 삶'이다.
문제가 된 103동 3·4라인을 분양 받은 입주예정자들은 비정상적인 주차장 이동경로에 대해 시공사인 GS건설에 책임을 물었다. 통상 아파트 설계는 시행사의 문제이지만 입주예정자들은 낯선 시행사보다 대기업인 GS건설의 자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하고 분양을 받은 만큼 시공사인 GS건설 측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GS건설 측은 "설계는 시행사(위탁사·GH D&C)에 문의하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GH D&C 측은 해당 부분을 입주예정자들에게 "고지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지만 "시청에서 설계를 인허가받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며 입주 예정자의 불만을 일축했다. 시청 측은 "법으로 정해놓은 주차 총 대수 확보에 관여할 뿐"이라며 입주민들이 겪게 될 불편에 대해서는 "시청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103동 3·4라인 입주예정자들이 분양가를 낮게 지불한 것이 아니다. 해당 라인은 문성파크자이에서 가장 넓은 39평(약 129㎡)규모의 중대형 아파트다. 따라서 분양가도 가장 높은 2억7300만~3억5000만 원에 형성됐다.
구미 문성파크자이 시행사 분양사무소에는 GS건설의 자이 브랜드를 알리는 입식 광고판이 여럿 세워져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시행사가 아닌 시공사의 브랜드를 믿고 분양을 받았다"며 주자장 문제의 책임을 시공사가 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
◆ '1등 명품 아파트' GS건설 자이 브랜드 믿고 분양 받았는데...
경북 구미시 고아읍 문성리에 자리한 문성파크자이는 총 1138세대, 18개동 규모로 내년 7월 입주 예정이다. 시행사는 생보부동산신탁이며 GH D&C에 위탁했다. 시공사는 GS건설이다. 지난해 3월 일반분양 905가구 모집에 총 1만2975명이 몰렸다. 청약경쟁률은 14.3:1까지 치솟았다. 여기에는 GS건설의 자이의 '1등 명품 아파트'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한몫했다는 게 입주예정자들 전언이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분양에 성공한 입주예정자들과 GS건설 측이 대립하게 된 것은 지하주차장의 엘리베이터 문제다. 입주민들은 분양을 받을 당시 모든 동의 지하주차장에서 자택으로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직주)가 있다고 소개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직주 문화는 8~10년 전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최근 입주를 시작한 인근 지역의 A아파트에서 일부 동이 직주가 안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성파크자이 입주민들도 직주 여부를 분양담당 관계자들에게 질문했고 관계자들은 입주민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분양 당시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게 된다고 한다. 문성파크자이의 지하주차장은 지하 1~4층의 단층 구조를 띄며 통으로 연결돼 있다. 대부분의 동은 지하 4개 층 중에서 2개 층의 지하주차장에서 직주가 가능하다. 그런데 유독 103동 3·4호 라인(36가구)은 1개 층의 지하주차장에서만 직주가 가능하다. 애초부터 해당 라인의 지하 2층은 설계되지 않은 것이다.
103동 3·4호 라인(36가구)은 1개 층의 지하주차장에서만 직주 엘리베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애초부터 해당 라인의 지하 2층은 설계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분양 당시 입주예정자들에게 고지되지 않았다. /구미 문성파크자이 카탈로그 |
◆ 최소 엘리베이터 환승, 옥외 엘리베이터 이용 '밖으로'도
지하주차장이 통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103동 3·4호 라인 주민도 지하 2층에 주차하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지하 2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집으로 갈 수는 없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이용하거나 옆의 1·2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까지 가서 다른 지하 1층 엘리베이터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취재진은 실제로 문성파크자이 103동 3·4호 라인을 찾아가 주민들이 지하 2층에 주차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지하 1층 주차장까지 소요되는 거리를 보폭으로 측정했다.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지하 1층으로 이어진 엘리베이터까지 어른 보폭으로 20여 걸음, 지하 1층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3·4호 라인 엘리베이터 앞까지 80여 걸음으로 총 100여 걸음이 걸렸다. 약 100m 거리이다. 이는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했을 경우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멀리 주차했을 경우는 더 걸어가야 한다.
이 거리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미로'를 연상케 하는 구조였다. 취재진은 GS건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았지만 갓 입주한 주민이나 내방객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찾으면서 길을 헤맬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103동 3·4호 라인 입주예정자들은 이 같은 불편이 있는지 까맣게 모르고 다른 동의 입주민들과 동일한 돈을 지불하고 분양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분양가는 층수에 따라 2억7300만~3억500만 원에 이른다.
우려의 목소리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103동 3·4호 라인이 옆의 1·2호 라인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의 제기다. 지하 엘리베이터를 나서면 잠금 장치가 달린 출입문을 만난다. 이 문은 출입 카드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린다. 모든 라인의 문이 하나의 카드나 비밀번호로 열리게 될 경우 보안상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103동 3·4호 라인 주민들이 1·2호 라인의 엘리베이터에 몰릴 경우 출근시간 주민 불편이나 전기료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1·2호 라인 주민 전체의 동의가 없다면 3·4호 라인 주민들은 지하 2층 주차장을 이용할 시 별수 없이 옥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외부로 나가서 약 100m를 걸어 집으로 가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편의성의 불균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미 문성파크자이 103동 지하주차장 설계도. 103동 3·4호 라인 주민이 지하 2층 주차장 A에 주차를 할 경우 같은 동 1· 2호 라인 엘리베이터 B를 타고 지하 1층 엘리베이터 C까지 약 100m를 걸어가야 한다. /독자 제공 |
◆ GS건설·시행사·구미시청 '모르쇠 도미노'...법적 다툼 전망
입주예정자들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분양 당시 모든 동이 지하 2층까지 직주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받았다"면서 "하지만 정보공개로 겨우 얻은 주차장 도면을 확인한 결과 103동 3·4호 라인은 직주가 연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이를 두고 "사기분양"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공사인 GS건설 측은 분양계약서에 관련 부분을 명시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분양계약서에는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층수가 동별로 상이하니 계약 전 해당 평면 및 동호수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층수'에 대한 해석이 GS건설과 입주예정자들과 갈리면서 법적 다툼까지 예고하고 있다.
GS건설 측은 '층수'에 대해 지하 1개 층만 사용할 수 있는 103동 3·4호 라인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입주예정자들은 각 동이 지하 1~4층 중에서 상이한 2개 층을 쓰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예를 들어 117동은 지하 1층과 2층, 112동은 지하 2층과 3층으로 연결돼 있는데 해당 계약서 항목은 이를 설명했다는 시각이다. 설령 GS건설 측의 해석으로 양보하더라도 입주예정자들이 아파트 분양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분양 카탈로그에는 지하주차장의 평면 설계 도면이 제공되지 않은 데다 분양 담당자들의 구체적인 고지도 없었기 때문에 입주예정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애초부터 제공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GS건설 측은 시행사로부터 받은 설계대로 시공만 했을 뿐이라고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GS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시공만 맡았을 뿐이다"면서 "설계는 시행사에 얘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기관으로부터 아파트 설계의 인허가를 받으면 시공사는 그 설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후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시행사로부터 받은 설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시로부터 승인을 받은 설계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103동 3·4호 라인 주민이 지하 2층 주차장 A에 주차를 했지만 같은 동 1·2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옥외 엘리베이터 B를 이용해 외부로 나가서 집 C까지 약 100m를 걸어가야 한다. |
GH D&C 관계자는 "암반도 있고 지형 때문에 (103동 3·4호 라인은 지하 주차장은 지하 1층까지만 설계했다)"면서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설계는 저희와 GS건설, 설계사무소가 다 같이 참여했다"면서 설계의 책임이 각 사에 일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시행사가 만든 설계에 대한 인허가를 내준 기관은 구미시청이다. GS건설과 구미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시행사는 세대당 법정 주차장 수(1.03:1)를 충족시킨 설계 초안을 작성해 시청에 제출했지만 심의과정에서 주차장 수를 늘려라는 권고가 있었고 시행사는 주차장 수를 1448개(1.27:1)까지 추가했다.
구미시청 관계자는 "시청은 법으로 정해놓은 주차 총대수 확보에 관여할 뿐"이라며 "직주는 시청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뒤로 한 발 뺐다. 하지만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청은 아파트의 인허가 과정에서 법적 기준과 별개로 다양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인허가 조건은 각 지자체마다 다르며 나무를 심거나 도로를 확충하는 등의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직주 문제 외에도 ▲주차 폭과 관련한 분양 카탈로그 과장 광고 ▲발코니 확장 강요 등 불만사항을 꼬집었다.이들은 GS건설 측에 △103동 3·4호 라인 주민에 대한 보상 △주차구간에 적색·녹색 등이 표시되는 주차 유도 시스템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GS건설 관계자는 "이를 수용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면서 입주예정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소송도 각오하고 있다"면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 분양계약서 전문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계약서 문구에 대한 해석이 누가 봐도 명백한 답이 나오지 않고 양측의 반대 논리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까지 가야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