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심장부이자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1인자 최지성 부회장(왼쪽)과 2인자 장충기 사장 사무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최지성 부회장은 23일, 장충기 사장은 지난 8일 각각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 더팩트DB,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삼성그룹이 검찰로부터 보름 만에 두 번째 압수수색을 받았다. 삼성 심장부 미래전략실은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특검 이후 8년 만인 지난 8일에 이어 또다시 23일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첫 번째 압수수색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우회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입김이 국민연금을 움직였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3일 오전 8시 30분께 삼성 서초 사옥 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1인자'이자 그룹 경영의 '2인자'로 꼽히는 최지성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검찰 수사 범위가 넓어지자 삼성 측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지난 8일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미래전략실 2인자 장충기 사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 받은 점을 고려하면 미래전략실 1인자와 2인자 사무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셈이다. 지난 18일 검찰에 불려나간 장충기 사장에 이어그룹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최지성 부회장도 압수수색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최지성은 부회장은 2012년 6월부터 미래전략실장을 맡아 그룹 경영 이끌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8년 만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사수본부가 23일 지난 8일에 이어 보름 만에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을 했다. /이덕인 기자 |
이날 검찰은 삼성 사옥 외에도 국민연금 공단 전부 본부, 기금운용본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사무실 등 모두 4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핵심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삼성물산의 1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제일기획과 합병과정에서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이 합병으로 약 6000억원 상당의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며 의혹은 증폭됐다.
23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분가치가 합병 이후 상당 기간 종가 기준을 넘어섰고, 최근 50일 가운데 17일간 합병 기준가액을 초과했다. 국민연금이 합병 이후 마냥 손실을 본 것은 아니었다. 삼성물산의 합병 기준가액은 15만9294원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대 1.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삼성물산의 종가가 16만9000원을 기록하면서 국민연금은 1229억원의 평가이익을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옛 삼성물산 일부 주주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간 합병을 무효로 해달라고 제기한 합병 무효 본안 소송 공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은 상법,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면서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내용에 근거해 합병비율을 사정했다"면서 "삼성물산에서 주식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해 수주물량을 줄이고 공시사항을 누락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이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를 지원한 대가로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지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고,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가 설립한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이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합병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개입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개입한 직접적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면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 모두 제3자 뇌물수수협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 8일 1차 압수수색에선 삼성이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모녀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특혜 지원한 의혹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장충기 미래진략실 차장(사장) 사무실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소환 조사를 벌였다.
검찰 수사로 삼성과 청와대, 비선 간 뇌물수수 정황이 입증된다면 삼성은 물론 대통령까지 궁지에 몰리게 되는 형국을 맞이할 수 있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삼성 측 역시 긴장하는 눈치다. 삼성 관계자는 "8일 압수수색, 이재용 부회장의 검찰소환,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도 계획돼 있는데 그 사이에 두 번째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의연한 자세로 이야기했으나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이 신경쓰이는 눈치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대부분 인력이 압수수색 장면을 보지 못해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저희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사실 많이 놀라기도 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것은 맞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이번 두 번째 압수수색에 관해서는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