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팩트

  • HOME >NEWS >경제 >기획/현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인쇄하기
    기사제보
[서재근의 Biz이코노미] 기업 총수 국조특위 소환, '정치쇼' 안 된다
입력: 2016.11.23 15:08 / 수정: 2016.11.23 15:08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오른쪽)의 국정 농단 사태 후폭풍이 재계에 불어닥치면서 재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오른쪽)의 국정 농단 사태 후폭풍이 재계에 불어닥치면서 재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 변화다. 혁신과 고객, 품질로 시장을 선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각고의 노력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극복하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016.9.5)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기초월성(自己超越性)'이 있어야 한다. 임직원 모두가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최태원 SK그룹 회장 2016.10.14)

"계획했던 핵심 과제를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냉철하게 짚고 끝까지 철저하게 실행하고 주요 환경 변수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구본무 LG그룹 회장 2016.10.11)

"대대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016.10.25)

올 하반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국외 현지 출장이나 그룹 임원세미나 등 주요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 공통 화두를 찾을 수 있다. '어려운 경영 환경', '변화와 혁신' 등이 그것이다.

기업 총수들의 대표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겪는 고충은 예년과 비교해 그 강도가 훨씬 강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는 말 그대로 '불 난 집에 부채질'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9개 그룹 총수를 무더기로 증인 채택했다.

비선 실세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 수백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살피겠다는 게 국회의 의중인데,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반응은 썩 달갑지 않다.

이미 '독대' 의혹이 불거진 기업 총수가 줄줄이 검찰 문턱을 넘었고, 최근 검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에서도 대기업의 출연금 지원이 '강요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한 마당에 또다시 '부름'을 받는 것이 반 기업 정서만 증폭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룹 조직 개편, 정기 인사,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미래 사업 구상의 '큰 틀'을 완성해야 할 시기에 툭하면 기업 총수가 불려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니 경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 총수에 대한 사정 당국의 소환 조사에 이어 국회 특위에서 또 다시 이들을 증인 채택하자 기업 입장을 외면한 처사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 총수에 대한 사정 당국의 소환 조사에 이어 국회 특위에서 또 다시 이들을 증인 채택하자 "기업 입장을 외면한 처사"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정감사'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도 크다. 그간 국회에서 보여준 국감 행태를 되짚어 보면, 국감장에 불려간 증인들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주요 인물이 아닌 '죄인' 취급을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통령 만났죠?"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사실상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거 아닙니까?" 이번 국정조사가 기업 총수를 공모자로 낙인 찍은 채 검증 안 된 의혹을 토대로 날 선 질문을 쏟아내는 자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달가워하겠는가.

물론 추가 의혹이 불거졌거나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의 경우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히 가려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국감이 대통령의 '호출'에 응한 기업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치쇼로 변질돼서는 안될 일이다. 최근 검찰은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기업인을 활용하는 모양새가 돼서도 안 된다.

요즘 뉴스나 신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를 꼽자면 단연 '비선 실세'와 '국정 농단'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들이 '농단'이란 단어의 뜻을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농단'은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은 언덕'이란 뜻을 갖고 있다. 한 장사꾼이 높은 언덕에 올라 마을 내 시장 상황을 살펴본 이후 좋은 자리를 선점해 물건을 몽땅 사들이고 비싼 값에 파는 '사재기'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데서 유래된 표현이다.

권력의 정점에 선 대통령과 그의 비선으로 불리는 일개 사인이 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대기업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입김을 불어대는 데 흔들리지 않는 간 큰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최순실 게이트'에서 역설적으로 하나의 교훈을 얻는다면 권력자의 '갑질'과 그에 따른 '기업 지갑털기'같은 음성적인 관행이 뿌리 뽑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인)의 권력과의 비정상적인 뒷거래가 있다면 엄중 처벌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의혹과 추정에 편승해 기업 총수를 여론 재판대에 무작정 올려 세우는 것도 또 다른 횡포이고 갑질일 수 있다는 점도 따져봐야겠다.

likehyo85@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 BIZ & GIRL

    • 이전
    • 다음
 
  • TOP NEWS

 
 
  • HOT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