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검찰과 정계 등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LCT) 사업의 시행사인 청안건설의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은 정계 및 '국정농단' 최순실(구속)씨의 연결고리 의혹을 받고 있다. /SBS방송 캡처 |
[더팩트 | 권오철 기자]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LCT) 사업의 시행사인 청안건설의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잠적 후 경찰에 검거된 가운데 이 회장과 정계 및 '국정농단' 최순실(60·구속)씨의 연결고리 의혹이 주목을 받고 있다.
11일 검찰과 정계 등에 따르면 이영복 회장은 지난 7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의 청안건설 압수수색 당시 유력 정계 인사 A씨에게 수사 무마를 로비한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회장은 최순실 씨가 운영하던 이른바 '천만 원계'에 매월 1000만 원이 넘는 곗돈을 붓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3개월가량의 도피행각 중에도 곗돈 납입을 빼먹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최순실 씨를 통한 엘시티 사업 로비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찰에 체포돼 부산지검으로 내려간 이 회장은 "최순실 씨를 아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영복은 1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서 H모 부산시장, 검찰 관계자들, 그리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또 박 비대위원장 "이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의 천만 원계의 회원이다. 반드시 이 회장과 최순실의 관계를 꼭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최순실이 개입했는지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사업비 2조7000억 원 규모인 엘시티 사업은 오는 2019년까지 101층짜리 고급 아파트와 7성급 레지던스호텔 및 관광호텔 등 상업시설 건설을 목표로 했다. /엘시티 홈페이지 |
한편 검찰은 지난 8월 5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이 회장을 소환했지만 이 회장은 이에 불응하고 3개월가량 서울에서 숨어지냈다. 이후 수사가 답보상태에 머물자 지난달 11일 국정감사에서 검찰을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4일 사건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 특수부로 이관하고 수사팀을 대폭확대 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달 27일 이 회장을 공개수배하고 엘시티 분양대행사, 분양대행사 대표자택, 부산시청,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의회, 해운대구청 등 관련 업체 및 기관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은 10일 저녁 자수를 결심, 가족, 지인 등과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던 중 심경에 변화가 생겨 서울로 차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걱정한 이 회장의 가족들은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했고 경찰은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B호텔에서 이 회장을 체포했다.
부산지검 엘시티 비리 수사팀(팀장 임관혁 부장검사)은 이 회장을 부산지검으로 이송해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기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한 다음 엘시티 인허가 과정에서의 비리나 특혜 의혹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8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이다. 당시 동방주택 사장이던 이 회장은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동 그린벨트 지역 임야 42만여㎡를 사들이고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택지로 용도변경, 100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이 다뤄졌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다대동 임야의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이 회장의 정관계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파다한 가운데 이 회장은 이때도 2년간 행적을 감추는 등 도피행각을 벌이다 끝내 자수했다.
이 회장은 재판에서 특혜의혹 대부분을 부인하고 횡령 등 일부 혐의만 인정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특히 자신에게 뇌물을 받은 고위 공무원이 누구인지 일체 진술하지 않아 입이 무겁고 의리 있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정·재계 유력인사들과 관계를 맺으며 재기의 기반을 마련한다.
이 회장은 해운대해수욕장 앞 오션타워 오피스텔을 거점으로 엘시티 사업권을 따냈다. 총사업비 2조7000억 원 규모인 엘시티 사업은 오는 2019년까지 101층짜리 고급 아파트와 7성급 레지던스호텔 및 관광호텔 등 상업시설 건설을 목표로 했다.
엘시티 사업의 명칭은 원래 해운대관광리조트사업이었다. 초기에는 해운대 극동호텔 부지와 인근 국방부 부지의 규모로 시작했으나 이후 한국콘도부지까지 개발영역이 확대됐다.
엘시티 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된 이후 주거시설까지 포함시키고 도시계획을 변경해 건축제한도 푸는 등 과거 다대동 임야의 그린벨트 해제 사건과 비견되는 이 회장의 사업수완은 주변인들의 놀라움을 자아내면서도 정관계 로비 등의 무성한 의혹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