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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영의 Tip&Tok] 면세점, 언제나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아니다
입력: 2016.11.04 11:37 / 수정: 2016.11.07 17:01

올해 신규면세점으로 출발한 신세계면세점,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63면세점, 두타면세점 4곳 모두 목표했던 매출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올해 신규면세점으로 출발한 신세계면세점,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63면세점, 두타면세점 4곳 모두 목표했던 매출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더팩트│황원영 기자] 3일 오전 방문한 서울 시내 모 면세점. 건물 입구부터 세일 행사를 알리는 각종 홍보물이 걸려 있다. 오가는 사람은 드물다. 화장품 코너는 그나마 좀 낫지만, 잡화를 판매하는 곳은 썰렁한 느낌마저 준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해당 면세점에는 단체 관광객 몇 팀만 보일 뿐, 손님은 많지 않다. 유통업계 ‘효자’이자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떠들던 면세점 아닌가. 차려놓기만 하면 중국인이니 일본인이니 할 것 없이 몰려들 줄 알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실제 올해 신규면세점으로 출발한 신세계면세점,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63면세점, 두타면세점의 10월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신세계면세점과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9월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두 회사가 각각 올해 목표로 내걸었던 매출 1조5000억 원, 5000억 원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운영하는 갤러리아63면세점은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타면세점은 10월 일평균 매출이 6억 원으로 신규면세점 4곳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두타면세점은 영업손실 160억 원을 기록했다. 오너 4세가 전면에 나섰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매출 목표 5000억 원 달성은 이미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나투어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투어는 지난 1월 서울 하나투어 본사빌딩에 SM면세점을 시범 개장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까지 면세점 누적 총포괄손실 규모는 140억 원에 달한다.

시간이 좀 필요한 걸까? 시간이 흐르면 ‘황금 알’을 낳을 수 있을까?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올 연말에는 서울시내 대기업 신규 면세점 3곳이 추가로 선정된다. 즉, 지금보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다는 의미다. 여행사 수수료(송객수수료) 경쟁, 마케팅 등 비용 측면은 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방한 관광객 규제 정책도 골칫거리다. 중국은 한국 현지 쇼핑을 일 1회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경우 30만위안(약 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임을 밝혔다. 또한 단체 관광 20% 축소와 저가 여행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황금알을 낳는 줄 알고 면세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든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업계는 신규 면세점을 두고 ‘명품 빅 3’(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해외 브랜드 유치 고전이 사업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신규로 도전장을 낸 업체들 역시 실패를 면하고자 명품 유치에 힘쓰고 있다. 현재 전국 47개 면세점 매출 중 해외 브랜드 비중이 63%에 달한다.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의미다. 명품 쇼핑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는 유커(遊客)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니, 면세점 업계가 명품 유치에 힘쓰는 게 마냥 틀리진 않다. 하지만 이는 단기책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에만 13개 면세점이 있다. 언제까지 유커만 바라보고 판을 벌릴 수 있겠는가. 지난해 기준 롯데·신라·SK워커힐·동화 등 국내 4개 면세점의 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은 적게는 62%에서 많게는 78% 수준에 달했다. 중국도 언젠가는 체계적인 명품 구매 시스템을 갖추고 사재기를 멈출 것이다. 변화의 바람은 벌써부터 불고 있다. 떼로 몰려 오던 유커들이 개별 자유여행을 즐기는 싼커(散客)로 바뀌고 있지 않나. 과도한 유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서울 시내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지난 2014년 스위스 면세업체 듀프리는 뉘앙스그룹을 인수했다. 이어 WDF 등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이어나가며 몸집을 불렸다. 현재 튜프리는 글로벌 1위 면세업체다. 그런 의미에서 롯데면세점이 해외 면세점을 대상으로 M&A에 나서며 몸집을 키우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롯데면세점은 2020년까지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롯데면세점에서만 끝날 일이 아니다. 하반기에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4장이 추가로 발급된다. 단순히 서울 시내만을 바라보고 사업을 펼쳐선 안 된다.

1980년대 후반 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붐이 일던 시절, 시내 면세점 수는 29개까지 늘었다. 현재는 13개다. 약 20년 사이에 16개에 이르는 업체가 사라진 것이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과거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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