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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의 팩트펀치] '불황형 흑자' 조선 3사, 기뻐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6.10.30 05:15 / 수정: 2016.10.31 11:16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3분기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조선사들이 낸 수익은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3분기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조선사들이 낸 수익은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권오철 기자]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A씨. 그의 급여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생활은 유지됐다. 오히려 예비비 통장의 잔고는 전 직장을 다닐 때보다 액수가 늘었다.

비결은 자녀들이 다니던 학원을 끊고, 휴대폰 요금, 교통비, 식비 등 씀씀이를 대폭 줄인 데 있었다. 이전에 비해 삶이 쪼그라든 A씨는 일시적으로 통장 잔고가 늘어난 것을 놓고 좋아할 수 없었다. A씨의 마음이 국내 조선업계 상황을 닮아 있지 않을까?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조 8391억 원, 영업이익 3218억 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10조9184억 원에 비해 19.0% 줄었다. 1년 사이 2조 원이 넘는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 3사의 10월 수주액은 올해 수주 목표액 265억 달러의 22.5%인 60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8977억 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3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다. 하지만 이는 희망퇴직과 설비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희망퇴직을 통해 2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그 외에도 원가 절감을 위해 분사를 추진 중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펼쳐온 경영합리화 노력을 바탕으로 조선, 해양 등 주요 사업부문을 비롯해 현대오일뱅크 정유 부문, 엔진기계,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등 비조선산업부문에서 올린 수익도 기여했지만 구조조정 효과가 흑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다. 삼성중공업은 27일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7778억 원, 영업이익 840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 2분기 2조7208억 원 대비 2.1%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2조4364억 원에 비해서는 14.0%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 2838억 원 적자, 전년 동기 100억 적자에 비해 각각 흑자전환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자구계획에 따른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전 임직원이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 3%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의 3분기 흑자는 구조조정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희망퇴직으로 1400명을 내보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0개월 가까이 극심한 수주 가뭄에 머물다가 최근 잇단 수주에 성공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주액은 연간 수주 목표 53억 달러의 15%인 8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3분기에 매출액은 약 3조1000억 원, 영업이익은 300억~400억원 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연간 수주 목표 62억 달러의 20% 수준인 13억 달러에 그쳤다. 대우조선 직원들은 협력사를 포함해 지난해 말 4만9000명에서 현재 4만2700명으로 6000명 가까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올해도 1000여 명의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해당 희망퇴직이 마무리되면 조직을 분사하는 형태로 2000여 명을 추가로 감원할 방침이다.

국내 대표적인 조선 3사가 올해 3분기 나란히 흑자를 내고 있지만 하나 같이 혹독한 구조조정 효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시에 심각한 수주난에 봉착해 있어 앞으로의 수익성도 구조조정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흑자에 따른 잔치는 있을 수 없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조선업계 현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일시적인 실적 올리기에 함몰되기 쉽다. 하지만 과도한 규모의 축소는 자칫 국내 조선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제 살 깎기는 미래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차별화된 기술력을 지켜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는 지혜가 아닐까.

kondo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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