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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사건그후] '의문의 보트사고' 정몽규 회장 별장 선착장 다시 가보니(영상)
입력: 2016.10.14 11:13 / 수정: 2016.10.14 13:17
12일 <더팩트> 취재진은 경기도 양평 문호리에 자리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별장 선착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 7월 31일 이곳에서는 보트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양평=권오철 기자
12일 <더팩트> 취재진은 경기도 양평 문호리에 자리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별장 선착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 7월 31일 이곳에서는 보트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양평=권오철 기자

[더팩트 | 양평=권오철 기자] 정몽규(55)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양평 별장 선착장에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학생 김 모(24)씨가 사망하는 보트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여가 지난 가운데 수사는 여전히 경찰의 수사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당시 사고를 담당한 양평경찰서 측은 '단순 익사' 사고라고 했지만 아직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지난달 모터보트를 운전한 별장 관리인 전 모(60)씨의 신병을 놓고 검찰에 법률자문을 구했다. 검찰은 전 씨가 유족 측과 합의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지휘했다고 한다. 또 경찰은 숨진 김 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약물 반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과수의 단순 익사 소견이다. 김 씨의 죽음은 안타까움과 함께 몇몇 의문점을 남겼다. 김 씨의 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직 선착장에 설치된 CCTV가 사고 당시를 말해주는데 경찰은 이를 공개하지 않아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더팩트> 취재진은 해소되지 않은 의문을 가지고 정몽규 회장의 양평 별장을 이날 다시 찾았다. 해당 별장은 정몽규 회장이 23세가 되는 1984년부터 소유한 것으로 주소는 경기도 양평균 서종면 문호리 000번지다. 별장이 자리한 북한강 주변은 휴가객들이 수상레저를 즐기던 지난 여름과 달리 한산했다. 이번 취재는 인근 수상레저업체의 보트를 타고 별장 선착장에 접근을 시도했다.

별장 선착장 바지선의 모습. 경찰의 설명을 근거로 하면 ①지점과 땅콩보트가 충돌해 땅콩보트에 타고 있던 인원이 ②지점에 서 있던 김 씨와 충돌, 김 씨가 ③지점의 물속으로 빠졌다. 당시 ③지점에는 다른 보트가 정박돼 있어 이 보트와 바지선 사이에는 약 50cm 정도 되는 좁은 공간이 형성돼 있었다.
별장 선착장 바지선의 모습. 경찰의 설명을 근거로 하면 ①지점과 땅콩보트가 충돌해 땅콩보트에 타고 있던 인원이 ②지점에 서 있던 김 씨와 충돌, 김 씨가 ③지점의 물속으로 빠졌다. 당시 ③지점에는 다른 보트가 정박돼 있어 이 보트와 바지선 사이에는 약 50cm 정도 되는 좁은 공간이 형성돼 있었다.

취재진이 탑승한 보트는 북한강 수면 위를 고속으로 달리며 순식간에 선착장 앞까지 도착했다.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던 선착장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선착장의 갈색 바지선에는 한 척의 보트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사고 발생 당시에는 이곳에 모터보트 한 대가 정박돼 있었다. 사건 당시 별장이 소유한 모터보트는 2대로, 땅콩보트를 끌던 보트와 선착장에 정박돼 있던 보트였다. 이곳 주민에 따르면 정박돼 있던 보트는 구형 인보트(엔진이 내부에 탑재된 고급보트)로 별장 측이 최근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지선과 정박된 보트 사이에 난 공간은 고작 50cm 정도에 불과했다. 신체 건장한 남성인 김 씨는 땅콩보트에서 튕겨져 날아온 동료와 충돌해 이 좁은 공간으로 빨려들어가 죽었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김 씨와 생전에 친분이 있었다고 소개한 옥스퍼드대 한 학생은 "(김 씨는) 평소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건강했다"고 회고했다.

수상레저업체 한 관계자는 "고인이 날아오는 동료와 충돌한 각도를 생각했을 때 고인이 정박돼 있는 보트 근처에 서 있었으면 보트 위로 떨어졌을 것이고, 고인이 보트와 떨어져 있었으면 선착장 위에 쓰러졌을 것"이라면서 "그 좁은 공간으로 떨어졌다면 옆으로 굴러간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시 김 씨 외에도 8명의 동료들이 선착장 곳곳에 서 있었지만 아무도 김 씨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일반 보트가 선착장에 정박됐을 때의 모습. 바지선과 정박한 보트 사이에 좁은 공간이 존재하는데 경찰은 김 씨가 이 공간 속으로 들어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죽어갔다고 설명했다.
일반 보트가 선착장에 정박됐을 때의 모습. 바지선과 정박한 보트 사이에 좁은 공간이 존재하는데 경찰은 김 씨가 이 공간 속으로 들어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죽어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착장의 CCTV 영상에서 김 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몇 번이나 자세히 돌려본 후에야 김 씨가 물에 빠지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한다. 취재진은 선착장에 도착한 직후 CCTV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선착장 주변에는 조명장치만 보일 뿐 CCTV는 관찰되지 않았다.

취재진은 수상레저업체 측에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한 번 보트에 올라 별장 주변에 접근해 CCTV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때 별장 선착장에서 70~8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CCTV 한 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은 보트를 뭍으로 끌어올리는 길목에 설치된 CCTV로서 선착장 방향으로는 수풀이 우거져 있어 선착장의 상황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문호리 한 주민은 "사고가 발생한 날은 7월의 한 여름이어서 수풀이 더욱 우거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CCTV에서 "선착장이 훤히 본인다"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더팩트>는 사고 발생 후 지난 두 달여 동안 수 차례에 걸쳐 경찰 측에 김 씨의 부검 결과 및 수사 진행 상황을 취재했다. 그때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지난 5일 기자는 직접 국과수에 공문을 보내 해당 사건의 부검 상황에 대해 질의했다. 이날 국과수 관계자는 "이미 수사기관에 부검 결과를 알렸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도 "확인이 안 됐다"면서 국과수의 입장과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이틀 후인 7일에서야 경찰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부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9월 초순에 결과가 나왔는데 부하 직원이 바빠서 보고를 못한 것 같다"고 해명하면서 "(부검 결과는) 익사 소견이고 독금물 등 약성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보트 사망 사고의 실마리는 별장 선착장 CCTV에 답이 있다. 하지만 실제 CCTV는 선착장에서 70~80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었다. 선착장과 CCTV 사이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어 과연 CCTV의 선착장 상황 촬영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CCTV에서 선착장이 훤히 보인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보트 사망 사고의 실마리는 별장 선착장 CCTV에 답이 있다. 하지만 실제 CCTV는 선착장에서 70~80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었다. 선착장과 CCTV 사이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어 과연 CCTV의 선착장 상황 촬영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CCTV에서 선착장이 훤히 보인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온 뒤인 지난 9월 말쯤 피의자 전 씨의 신병을 놓고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에 법률 자문을 구했다. 전 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이에 검찰 측은 전 씨와 유족이 합의를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지휘했다고 한다. 사고 이후 두 달여가 지난 시점이지만 아직 유족과 피의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그 시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경찰 측은 즉답을 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합의가 이뤄지면 약식기소가 돼서 벌금형 정도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울러 별장 주인인 정몽규 회장의 안전관리 소홀 등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과실치사상 혐의는 양벌규정(위법 행위자와 함께 법인의 대표 등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다"면서 "별장 주인은 형사 처벌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한 경찰 관계자는 "단순 사망사고는 빠르면 하루, 이틀 만에 검찰에 송치되기도 하지만 국과수 부검 결과가 필요하면 몇 달이 소요되기도 한다"라고 해당 사건의 수사 기간이 지연되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지난 7월 30일 정몽규 회장의 장남(24)은 자신의 옥스퍼드대학 동문 17명을 아버지 소유의 양평 별장으로 초대해 땅콩보트를 타고 수상레저를 즐겼다. 모터보트가 10여m 뒤에 줄로 이어진 땅콩보트를 이끄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땅콩보트가 선착장의 바지선과 충돌해 땅콩보트에 타고 있던 4명이 공중으로 튀어오르는 사고를 당했다고 이날 오후 4시 48분 경찰에 신고가 됐다. 이들 4명은 찰과상을 입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사고로부터 약 7시간 후인 이날 오후 11시 58분 김 씨의 실종 사실이 경찰에 신고됐다. 경찰은 다음 날인 7월 31일 오전 3시 15분쯤 선착장에서 5m 떨어진 곳에서 김 씨의 변사체를 발견했다.

◆ [영상] 별장 선착장 현장, 사고상황 포착한 CCTV는 어디에?

영상=권오철 기자

kondo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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