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계열사가 경영 악화에도 고액연봉, 황제대출 등 부실 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상반기 충당금 폭탄으로 대규모 적자를 낸 농협이 고액연봉, 황제대출 등 부실 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은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방만 경영에 대한 논란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국회에서 진행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 국정감사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라 2조4504억 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만 1251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상반기 3302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여파가 마무리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농협은행의 상반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93.88%로 금융 당국 권고 최소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의 평균이 154.47%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크다. 이에 하반기에도 40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계획이다.
이처럼 농협은 경영 악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등 방만 경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금융은 임직원 1만9851명 중 1811명(9.1%)이, 농협중앙회는 전체 3258명 중 11%에 달하는 381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의 비율은 지난 2012년 신경분리 직후 대비 60.1% 늘어난 수치다. 이 때문에 경영 악화 속에서도 직원들의 연봉은 쉽게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골프회원권 및 법인카드 사용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농협 계열사가 보유한 골프회원권이 790억 원에 달하는가 하면 농협중앙회는 최근 3년 7개월 동안 법인카드로 2241억 원의 금액을 지출했다.
'황제대출' 의혹도 나온 상황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협은행으로부터 받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42%, 신용대출금리가 1.82%의 초저금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농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 57만 명, 신용대출금리 고객 111만 명 중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라 2조4504억 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
이와 관련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연말 구조 개선을 통해 중복 기능을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조직 슬림화를 시키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조선·해운업 충당금 적립으로 상반기 2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9월 900억 원 정도의 흑자가 예상된다"며 "현재 비상경영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2000~3000억 원 정도의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적을 떠나 방만 경영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의 상반기 대규모 적자는 전부터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였다"면서 "손실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나 신뢰를 찾는 일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충당금을 적립함에 따라 약 3290억 원의 적자를 시현했다"며 "상반기 적자 결산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연말까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저리 대출 논란에 대해서는 "당시 대출금리 산정 방식에 의해 결정한 것이며, 이후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인하된 것"이라며 "김 장관은 농협은행과 30년 이상 주거래를 해온 우량고객으로 종합적인 면을 고려해 금리 우대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