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7개 항공사에 출발일 기준으로 91일 이전에 국제선 항공권을 취소하면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도록 약관조항 시정에 나섰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말 많고 탈 많던' 항공권 취소 수수료 적용방식이 대폭 수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출발일 기준으로 91일 이전에 국제선 항공권을 취소하면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도록 약관조항 시정에 나선 것.
이번 조치로 항공업계에서는 올바른 항공권 예약 문화 정착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도 일각에서는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예약 취소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와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7개 국적 항공사에서는 국제선 항공권 취소 수수료 약관을 점검하고 취소 시점과 무관하게 일률적인 수수료를 적용해 온 기존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
그동안 국적 항공사들은 노선 거리별 또는 항공권의 할인 여부 등을 기준으로 취소 수수료를 책정 및 부과해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경우 비즈니스석 또는 중단거리 노선에 10만 원, 장거리 노선에 30만 원의 수수료를 물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서도 항공사별로 적게는 4~5만 원의 수수료를 부과했고, 특가 항공권은 최대 15만 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번 약관 시정으로 7개 항공사 모두 출발일 91일 전 취소 건은 전액 환불하고, 출발일로부터 90일 이전부터 출발일까지 기간을 4~7개 구간으로 나눠 출발일로부터 가까울수록 취소 수수료율이 높아진다.
수수료율은 0.5%(출발일로부터 90~61일 전)부터 29%(출발일 10일 전부터 출발일 당일)까지다. 이는 각 사마다 시정 전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적게는 0.1%p, 많게는 15.9%p 줄어든 수치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 개편과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취소 빈도수가 늘어나 정작 항공권이 필요한 사람들의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수수료 정책 변경과 관련해 업계의 반응은 말 그대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우선 소비자 분쟁을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개월 동안 접수된 항공 여객 관련 소비자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항공권 구매 취소 때 위약금 과다 요구 및 환급 거부가 전체의 50.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간 항공권 취소 수수료 문제를 두고 소비자 분쟁이 잇따르는 등 잡음이 많았던 만큼 약관 개정으로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항공권이 돌아가는 올바른 문화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얼리버드'를 비롯한 특가항공권 경쟁이 치열한 LCC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LCC 업계에서 내놓는 특가 항공권 프로모션의 경우 최소 3~4개월 이후 일정을 일반 항공권의 절반 수준의 싼 가격으로 책정한다. 취소 수수료가 낮아지면 특가항공권을 구매하고 출발 시즌에 임박해 취소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실제 항공권이 필요한 사람은 '특가'가 아닌 일반 가격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취소 수수료 개편과 관련해 업계에서도 지난달부터 찬반논란이 제기돼 왔다"라며 "물론 과다한 취소 수수료 문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최근 항공사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마케팅 방법으로 꼽히는 '특가항공권'의 경우 정책을 유지하기 더욱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LCC 업계 관계자는 "취소 수수료 문제는 수개월 전부터 안팎에서 문제제기된 부분이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이번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소비자는 물론 항공사도 이익이 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될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라면서 "하지만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항공권 취소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기 노선의 경우 3개월 전에 취소가 되도 대기 수요 충분하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노선의 경우 빈좌석이 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