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가 31일 충청남도 당진시 당진 전통시장 내 위치한 당진어시장 2층에서 상생스토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
[더팩트│당진=황원영 기자] “생선 싸게 드립니다.”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충청남도 당진 수산물 시장, 1층을 지나자 갑자기 대형마트에서나 볼 법한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어시장을 뒤로하고 올라온 2층에는 대형 스크린 광고와 노란 브랜드 마크 등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제는 이마트만의 브랜드가 된 ‘노 브랜드(No Brand) 스토어’다.
이마트가 전통시장과 손잡았다. 이마트는 31일 당진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당진어시장 2층에 상생 스토어를 오픈했다. 전통시장 안에, 그것도 같은 건물에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가 함께 들어서는 것은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 후 처음이다.
이날 찾은 당진 상생 스토어는 1층(1650㎡ 규모) 어시장, 2층(990㎡ 규모) 노브랜드 전문점이 각각 들어선 형태로 이뤄져 있었다. 시끌벅적한 전통시장을 기대했지만 500평 남짓한 1층에서 눈에 띄는 손님이라곤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을 정도였다.
당진 어시장은 지난 해 6월 현대화 작업을 통해 새 건물에 입주했다. 하지만, 2층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반쪽 영업을 하며 침체됐다. 하루 평균 어시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점포 당 10명~15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전통시장 상인회가 답을 찾던 중 서울 중곡제일시장과 이마트 에브리데이와의 상생 사례를 접하고 지난 해 8월 이마트에 입점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이로부터 1년 후 상생 스토어가 들어서게 됐다.
이마트는 전통시장 중복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노브랜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판매한다. 또한 장난감 도서관(아래) 등 시장 편의성 향상도 지원한다. /당진=황원영 기자 |
김기선 당진시 지역경제과 과장은 “그간 어시장 활성화가 안 돼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신세계(이마트)와 손잡음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이마트 역시 당진시에 신규 점포를 낼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마트는 전통시장과 함께 전단과 외부 광고, 어시장과 노브랜드 전문점 중복 이용 고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집객은 물론 어시장과 서로 연계 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방문한 노브랜드 스토어에는 410㎡ 규모의 노브랜드 전문점뿐 아니라, 노브랜드 카페,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도서관, 푸트코트 등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었다. 푸트코트의 경우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브랜드 스토어 안에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약 950여종의 상품이 마련돼 있었다. 이 중 600여종의 상품이 생활용품이다. 특이하게도 기존 마트와 달리 축산, 수산, 과일, 채소 등의 신선식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당진 특산물인 김류를 포함해 신선식품은 빼고 상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향후에도 신선식품과 어시장 품목 취급을 제외한 제품만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당진 상생 스토어는 1층(1650㎡ 규모) 어시장, 2층(990㎡ 규모) 노브랜드 전문점이 각각 들어선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마트 제공 |
1층 어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박모 씨는 “처음에는 대형 마트가 들어온다고 해서 반대했지만, 생활용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데다 이마트가 시장 상인을 위한 시설도 마련해준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장난감도서관을 방문한 소비자 김모 씨 역시 “주변에 이러한 어린이 시설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는데 너무 좋다. 아이들을 맡기고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노브랜드 제품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도 처음이다”고 말했다.
당진시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당진시청은 현재 150대 규모의 당진전통시장 주차 시설을 증축하는 한편 전통 시장 주변 도로 포장과 비가림 시설, 간판 정비 등 시장 현대화 사업을 지원한다.
이마트는 이번 당진 상생스토어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태의 상생모델을 창조하는 첫 발걸음인 만큼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오픈식에 참석한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는 “당진 상생스토어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한 실질적 공존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라며 “노브랜드는 비식품 중심으로 상품이 많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생 모델이 가능하다. 향후에도 이러한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진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