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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락의 '뒷담화'] 구글 지도반출, 안보 중요성 잊지 말아야
입력: 2016.08.26 09:22 / 수정: 2016.08.26 09:22

국토교통부 소속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지도데이터 국외반출 요청에 대해 결정을 유보하고 오는 11월 23일까지 추가 심의하기로 했다. /더팩트DB
국토교통부 소속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지도데이터 국외반출 요청에 대해 결정을 유보하고 오는 11월 23일까지 추가 심의하기로 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대학 시절,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걸을 기회가 있었다. 100여 명의 대학생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도보로 횡단하는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다. 폭염과 장대비가 교대하듯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 총 350km의 '고생길'을 걸었던 것만으로도 국토대장정은 쉽게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발바닥 사방에 잡혔던 물집만은 아니다. 당시 DMZ 접경지역 견학, 최전방 철책선과 민간인출입통제선 진입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들었던 여러 이야기는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프로그램은 주최 측이 대학생들의 안보의식 함양을 위해 마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는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의 도발로 안보정세가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쉽게 잊히는 것 또한 안보다. 당장 평화로우니 그럴 만도 하다. 필자 역시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면, 머릿속에 '안보'라는 단어를 빠뜨리고 살았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안보는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정권안보와 거리가 먼, 국민의 안전과 연결된 안보를 말한다.

최근 이 안보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이슈를 빼놓더라도, 구글이 국내 지도정보 국외반출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안보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밀한 국내 지도를 구글맵(구글의 지도 서비스)에 올릴 경우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며 구글에 지도를 내주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지도데이터는 5000대1 수준의 상세 지도로 도심 지역 골목길까지 자세히 표시된다. 이 지도에 국가 중요 안보 시설은 삭제돼 있지만, 구글의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 '구글 어스'와 결합하면 삭제된 정보를 손쉽게 복구할 수 있다. 지도 국외반출이 허용되면 세계 어디서나 구글 지도에 접속해 우리나라 중요 군사·안보 시설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은 지도 국외반출 추가 심의 결정과 관련, 한국 정부를 설득해 지도 반출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더팩트DB
구글은 지도 국외반출 추가 심의 결정과 관련, 한국 정부를 설득해 지도 반출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더팩트DB

여기까지는 지도 국외반출을 반대하는 진영의 이야기다. 사실 지도 반출은 안보만을 앞세워 무작정 '불허'하기엔 다소 복잡한 주제다. 지도 반출을 놓고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여러 주장이 다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고 있다. 구글은 국내에서 구글맵 서비스가 강화될 경우 정보통신(IT) 산업의 혁신이 촉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의 성장 측면에서 지도 국외반출 '불허' 결정 시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옳아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4일 2차 회의를 진행한 결과, 국내 지도정보의 국외반출 건에 대해 추가적인 심의를 거쳐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입장은 그대로지만, 산업영향 등 고민할 부분이 많아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지도 반출 결정이 미뤄지자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도반출 불허는 무역장벽이라고 구글의 편을 들었다. 구글은 정부를 설득해 지도반출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구글 관계자는 "입장은 이전과 동일하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에서 지도정보 국외반출 신청과 관련해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해 성심껏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구글의 설득과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인해 안보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지 않을지 우려된다. 구글은 위성 사진상 국가 중요시설을 삭제해달라는 정부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정부는 이런 구글이 한국의 안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구글은 이미 서버를 해외에 두면서 불법 정보 수집 논란에서 법망을 피했고, 세금(법인세)도 내지 않아 눈총을 받고 있다. 구글이 주장하는 '지도 국외반출 시 국내 정보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하나하나 신중히 따져보는 등 시쳇말로 의심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 지도 반출 여부는 오는 11월 23일쯤 결정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정부는 무엇이 국익과 국민을 위한 것인지 분명히 판단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보고 틈이 생기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구멍 난 안보는 수습이 어렵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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