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7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아내 변중석 여사의 9주기 제사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서 치러졌다. 사진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한남동 = 남윤호 기자 |
[더팩트 | 한남동=서재근 기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아내 변중석 여사의 9주기를 하루 앞둔 16일, 범현대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에 한 데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매년 치러지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변 여사의 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역시 범현대가 2, 3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4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치러진 정몽구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 씨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차녀 채수연 씨의 결혼식 이후 4개월 만이지만, 별도의 피로연 없이 미사를 겸한 예식 외에 일가가 별도의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던 만큼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족 모임은 지난 3월 정주영 명예회장의 15주기 제사 이후 5개월여 만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주인공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차남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이다. 오후 6시 24분쯤 검은색 '카니발'을 타고 도착한 정문선 부사장은 차에서 내린 후 덤덤한 표정으로 정 회장 자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제사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아내 정지선 씨와 함께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자택에 도착해 할머니의 제사를 준비했다. /더팩트 DB |
이어 5분 뒤인 6시 29분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부인 김영명 여사와 'EQ900'을 타고 형 정몽구 회장 자택에 도착했다. 정 명예회장 15주기 제사 당시 현대중공업의 경영악화에 관한 질문에 "(오늘은) 이런 얘기를 할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짧은 답변을 남긴 정 이사장이었지만, 이날은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옮겼다.
정 명예회장의 며느리이자 현대그룹의 수장인 현정은 회장은 이날 오후 6시 38분 자택 내부로 연결된 주차장을 통해 시숙(媤叔)인 정몽구 회장 자택으로 들어섰다.
정 부회장 외에도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제사에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훈 성우전자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문선 현대 비엔지스틸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몽익 KCC 사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한남동= 남윤호 기자 |
이달 개막한 '2016 리우올림픽'에서 대한양궁협회 회장 자격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머물며 양궁 종목 사상 첫 '전 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대표팀 선수단과 기쁨을 나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제사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아내 정지선 씨와 함께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자택에 도착해 할머니의 제사를 준비했다.
매년 제사 때마다 '정 씨 일가'의 참석자 명단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올해는 현대그룹과 현대비엔지스틸 등 범현대가에 민감한 이슈들이 불거진 바 있어 당사자들의 참석 여부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더욱 쏠렸다.
이날 제사에는 정 명예회장 15주기 제사 때 무려 3년 만에 집안 행사에 얼굴을 드러낸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남편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대표이사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대선 대표이사는 범현대가 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도착한 정문선 부사장의 동생으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삼남이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남편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대표이사와 함께 제사에 참석했다. /한남동= 남윤호 기자 |
반면, 운전기사 폭행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결혼식에 이어 이날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일선 사장의 제사 참석 여부는 그룹 측에서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사정으로 제사에 참석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정몽우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 사장은 노현정 아나운서의 시숙으로 정일선, 정문선, 정대선 삼 형제 가운데 맏형이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앞으로 있을 집안 행사를 주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아산 15주기 제사에 이어 변 여사 9주기 제사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아산 생전 자택이 아닌 정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서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