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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진의 Biz-note] 배상안 발표 옥시, 진정성 있는'사과'부터 하라
입력: 2016.08.03 15:43 / 수정: 2016.08.03 15:43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를 일으킨 옥시가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안을 발표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 /남윤호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를 일으킨 옥시가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안을 발표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진짜 옥시, 보상도 보상이지만 죗값도 물어야지. 돈이면 다냐?(네이버 누리꾼 kaka****)”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살인기업’으로 낙인찍힌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현 옥시RB)가 피해자 및 유가족에 최종 배상안을 발표했지만 해당 업체를 향한 비난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너무 늦은 사과와 돈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금전만능 태도에 피해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옥시 아웃'을 외친다. 특히 옥시측이 피해자들의 본질적인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정부 또한 제 2의 옥시사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에 속도를 내지못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물론 일상이 무너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배상금이 필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금전적 배상에 앞서 정부 차원의 ‘진실 규명’과 그간 피해자를 우롱한 것에 대한 ‘법적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옥시는 흡입독성실험을 실시하지 않은 채 판매를 강행,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라는 참사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을 통해 옥시 가습기살균제 성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 등이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폐섬유화 등 폐손상)를 준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옥시 측은 반성은커녕 발뺌과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또한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옥시는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 결과를 방어하기 위해 관련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이를 은폐·축소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는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특위 현장조사에서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들은 옥시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대한민국의 신성한 법정을 모독했다”, “피해자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최종 배상안은 3~5등급 피해자들은 제외돼 반쪽짜리 배상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변동진 기자
옥시레킷벤키저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최종 배상안은 3~5등급 피해자들은 제외돼 '반쪽짜리 배상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변동진 기자

◆옥시 최종 배상안, 3~5등급 피해자 제외한 반쪽짜리 ‘물타기’ 불과

무엇보다 현재 특위의 조사를 비롯한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배상안을 발표한 것은 사건을 무마하려는 ‘물타기’에 불과하다는 게 피해자 단체들 중론이다. 예컨대 옥시 측은 배상 대상을 1,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로 한정했다. 이는 3~5등급 환자들은 제외된 것으로 반쪽짜리 배상안에 불과하다.

더구나 1, 2등급으로 분류된 피해자들은 모두 폐섬유화 판정을 받은 환자 및 사망자들이다. 폐손상 및 다른 질환의 환자·사망자들은 모두 3등급 이하 판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PHMG, PGH의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아직 실험 중인 상황이다.

따라서 3~5등급 피해자들이 향후 1, 2등급으로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같은 시점에 최종 배상안을 발표했으니, 국민과 피해자들의 반발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다.

또한 옥시가 피해자 80% 이상(단체 포함)을 만나 의견은 들었을지는 몰라도 공식적으로 협의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방적인 배상안 불과할 수밖에 없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가족들은 특별위원회 현장조사가 실시된 지난달 27일 여의도에 있는 옥시 한국본사 앞에서 퐁퐁소국과 현수막 등을 들고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남윤호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가족들은 특별위원회 현장조사가 실시된 지난달 27일 여의도에 있는 옥시 한국본사 앞에서 퐁퐁소국과 현수막 등을 들고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남윤호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옥시 본사 공식 사과하라"

옥시의 일방적인 배상안에 피해자단체들은 2차적 피해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 옥시의 배상을 거부한 피해자단체들은 ‘돈이나 밝히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단체는 “다수 피해자들의 합의가 도출된 다음에 옥시의 배상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한 피해배상의 선례로 배상 금액과 방법 등이 보도되는 것이 좋겠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뿌린 자료(배상안)와 그 금액까지 자극적으로 보도됐다”며 “피해자들이 대중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으며 이중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피해자단체의 공식적인 요구사안은 ▲옥시 영국본사 라케시 카푸어 옥시 영국본사 CEO의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사과 ▲배상 협상 담당자 영국 본사 CEO로 변경’, ‘정신적·경제적·신체적 고통에 대한 합당한 배상 ▲재발방지 약속 이행(세계 50개국 이상 나라에서 각국 주요 방송사 2곳에 최소 2달간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일주일에 2회 이상 방송) ▲거라브제인 전 대표와 카푸어 대표를 한국에 소환 ▲옥시 등 가해기업에 대한 천문학적 금액의 과징금 징수 및 징벌적손해배상제·기업살입법·집단소송법 도입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명문화 등이다.

즉,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금전적 배상보다 ‘옥시 영국 본사의 진심어린 사과’와 비롯한 ‘법적 처벌’, ‘재발방지’, ‘제도개선’ 등이다. 앞서 가습기 특위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 한국법인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옥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임해 오는 10일 재조사를 받게 됐다.

진정으로 배상을 하고 싶다면,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를 둘러싼 잘못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길 아닐까.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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