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제약회사 바이엘의 사전피임약 '야스민'(왼쪽)을 복용하던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피임약에 대한 안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엘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독일계 제약회사 바이엘의 사전피임약 '야스민'(성분명 드로스피레논)을 복용하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인천 검단지역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야스민을 처방받아 복용한 여성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해당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망 원인과 약물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에도 야스민을 복용하다 부작용으로 폐혈전색전증이 발생,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고가 났다.
또한 해외에서는 '야스민'으로 인한 혈전색전증 발병 위험성 보고와 소송이 제기됐으며, 국내에서도 사망사고 및 법정 분쟁이 있었다.
바이엘 측은 검단지역 환자가 다른 약물과 함께 '야스민'을 복용했다는 점 등에서 직접적인 사인을 밝히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성 논란이 재치 불거지고 있는 사전 피임약 '야스민'에 대해 짚어본다.
피임약 '야스민'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혈전색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폐혈전색전증이 발생하면 숨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의학계에 보고돼 있다. /더팩트DB |
√FACT 체크 1=피임약 '야스민', 어떤 약물?
'야스민'은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사전피임약이다. 편두통이나 자궁내막근종 진단을 받은 사람이 복용하면 혈전색전증(이하 혈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폐혈전색전증이 발생하면 숨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의학계에 보고돼 있다.
혈전증이란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돌다가 다른 혈관을 막아버리는 것으로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장발작, 뇌동맥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특히 '야스민'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따르면 신기능 장애를 비롯한 간기능 장애, 부신기능 장애 등 '고칼륨혈증 환자'에게는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적시돼 있다. 만약 혈전 관련 이상반응(부작용) 발생시 복용을 중단하라고 돼 있다.
같은 성분의 약물로는 역시 바이엘이 제조한 '야즈'가 있다. 이 약물의 경우 국내에서는 보고된 부작용 사례는 없지만, 일본에서 3건의 사망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프랑스 25세 여성이 야스민 복용으로 뇌졸중이 발병했다며 소송을 걸었고, 이에 프랑스 보건당국은 해당 약물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 과잉 처방 등을 막기 위해 처방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Pixabay |
√FACT 체크 2=해외에서 발견된 '야스민'의 위험성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011년 '야스민'의 주성분인 '드로스피레논'을 함유한 피임약의 경우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을 함유한 경구용(입으로 먹는) 피임제보다 혈전증 발병 위험이 75% 정도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경구용피임제는 1만 명당 약 6건 정도의 혈전증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덴마크에서 15세부터 49세 여성 83만5826명을 대상으로 2001년에서 2009년까지 실시된 임상시험 결과, '드로스피레논'을 함유한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의 경우 피임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폐혈전색전증 발생률이 6배 정도 높았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 온라인판(2011년 10월 26일자)에 발표됐다.
또 프랑스 정부는 지나 2013년 3월 야스민 등 혈전증 발병이 있는 피임약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중다했다. 당시 25세 자국 여성이 바이엘 피임약을 복용한 후 뇌졸중이 발생했다며 회사 측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즉, 프랑스 정부는 약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과잉 처방 등을 막기 위해 처방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바이엘은 2012년 3분기 실적발표에서 약 2억 유로(한화 약 2555억 원)를 미국 내 야스민과 야즈 소송비용으로 책정한 바 있다. 그리고 야스민이 혈전증을 유발했다는 소송은 2013년 기준 3490건 제기됐으며, 회사는 무려 7억5000만 달러(한화 약 8666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사망한 여성이 '고칼륨혈증'을 앓던 환자이면서 사망의 결정적 원인이 폐혈전색전증이라면, 야스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상고심에서 2012년 춘천 A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야스민'을 처방받은 환자가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의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더팩트 DB |
√FACT 체크 3=2012년 대한민국 춘천에선 어떤 일이?
국내에서도 야스민 처방으로 인한 사망사고 관련 법정 분쟁이 있었다.
지난 2012년 2월 생리통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당시 26세)는 평소 복용하던 진통제가 효과가 없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강원도 춘천 A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교수)는 생리통 완화 목적으로 '야스민'을 3개월치 처방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야스민을 복용한 이후 다리 저림 및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 두 달 뒤인 2012년 4월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의사가 환자에게 '야스민'의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야스민 복용시 혈전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복용 중 혈전증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에 내원할 것을 고지했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기소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과 2심, 3심 모두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야스민을 처방하면서 부작용 등에 대해 피해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았던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야스민은 피임 외의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폐혈전색전증은 서구에 비해 국내 환자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점, 피해자의 나이, 폐혈전색전증과 관련된 직접적인 병력 여부 등을 고려하면 이를 처방한 것에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기하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도 지난해 5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