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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도심 속 경마장 논란⑥] 도박 '권하는' 사회, '인생 역전'은 없다
입력: 2016.07.13 10:30 / 수정: 2016.07.13 10:30

도박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7종의 사행성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pixabay
도박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7종의 사행성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pixabay

대박을 좇아 경마와 경륜, 복권과 카지노, 소싸움 등 사행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쪽박만 찬 이들이 늘고 있다. '합법적인 도박' 사행산업의 총매출은 지난해 20조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불법도박 규모는 줄잡아 100조 원에 이른다. 가히 '대한민국은 도박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경마는 일명 '화상경마'로 불리는 장외발매소를 앞세워 학교 앞까지 침투하며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싹을 틔우고 있다. <더팩트>는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는 장외발매소의 문제점과 실태 그리고 국내 도박 산업과 중독 실태 등을 모두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이제 모든 게 끝났소. 나는 도박하는 상상을 하느라 밤을 새우지 않을 것이오."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가 부인 안나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결국 막대한 도박빚에 허덕였던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빚을 갚기 위해 글을 썼고,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 '카라마조프네 형제들', '악령', '백치' 등을 세상에 내놨다. 그럼에도 도박의 늪에 빠진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는 비참했다.

그로부터 150여 년이 지난 2016년 대한민국, 제2·제3의 도박에 빠진 도스토예프스키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넘쳐난다. 이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도박의 늪에 빠뜨리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7종류의 '허가받은 도박'인 사행산업이 있다.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스포츠토토, 소싸움 등으로 이들은 우리 실생활 주변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치며 증식 중이다. 어찌보면 구조적으로 '인생역전', '대박'을 꿈꾸도록 우리 사회가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더구나 경마의 장외발매소인 '화상경마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 위치함으로써 건전한 레저활동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해당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도심 속으로 파고드는 도박의 위험성과 사회적 비용을 살펴 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30대 고소득 남성의 도박중독이 여타 다른 연령대와 여성보다 중독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pixabay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30대 고소득 남성의 도박중독이 여타 다른 연령대와 여성보다 중독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pixabay

◆ 30대·고소득·남성, 도박중독 심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2014 도박문제관리백서'(이하 백서)에 따르면 일반인의 도박중독은 심각하다. 일반인의 도박중독률은 5.4%로 만20세 이상 인구 3822만 명 중 207만 명이 중독자로 추정된다. 이 중 중위험 이용자는 전체의 3.9%인 약 150만 명, 문제성 위험자는 전체의 1.5%인 약 57만 명으로 추산된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는 국내 도박중독자를 225만 명으로 추산했다.

도박중독자를 특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8.9%(중위험 6.2%+문제성 2.8%)로 여성의 2.0%(중위험 1.8%+문제성 0.2%)보다 약 4.5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문제성군의 비율에서 남자는 100명 중 3명 수준(2.8%)이나 여자는 1000명 중 2명(0.2%)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30~50대(30대 6.8%, 40대 6.5%, 50대 6.2%)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20대와 60대 이상은 상대적으로 낮게(20대 4.2%, 60대 이상 3.5%) 나타났다. 도박에 빠져드는 시기를 세부적으로 살표보면 사교적 목적으로 도박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은 25.38세이며 이로부터 4~5년이 지난 평균 29.95세에 도박 문제가 현실화된다. 이어 평균 31.63세에 병적 도박 수준으로 발전한다.

지역별로는 전국 16개 시도 중 경기(7.9%)와 대구(7.5%)지역이 전국 평균인 5.4%를 넘어서며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6.7%), 인천(6.2%), 서울(6.1%)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경영·관리직이 12.5%로 가장 높았고, 기능·숙련공직이 10.4%, 일반작업직이 8.7%, 자영업 7.7% 순이었다. 전문·자유직도 4.9%에 이르렀다.

월평균 개인소득별로 보면 100만 원 미만이 4.0%인 반면 400만 원 이상이 11.4%로 소득이 높을수록 도박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도박중독과 교육수준은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중졸 이하가 2.8%로 가장 낮았으나, 그 이외에는 5.3~6.0%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사행성산업이 사회적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사행성산업이 사회적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 도박 중독 사회적 비용 25조 원, 생산성 '뚝'

도박 중독은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도박범죄의 사회적 비용추계연구'를 보면 도박 중독으로 인한 개인적 지출 비용 및 기회비용이 30조5012억 원, 사회적 지출 비용은 3272억 원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의 순매출로 잡히는 개인 도박 순지출액(5조3751억 원)을 빼면,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총 비용은 무려 25조4532억 원에 달한다.

사회적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생산성 감소'다. 중독자가 근무시간 중 도박을 하거나 지각·조퇴·업무 질적 저하 등 생산일·생산효율 감소로 21조5920억 원이 낭비됐다. 전체 비용의 84.4%에 달한다. 이 밖에도 정신적 피해 비용(1조3062억 원), 의료 비용(1조2837억 원), 대출이자 비용(6878억 원), 자살 관련 비용(2564억 원) 등 순으로 개인적 지출 비용이 컸다. 사회적 비용으로는 경찰 운영 비용(1476억 원), 도박 중독센터 운영(186억 원), 복지 비용(452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내 도박 중독자를 225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전체 사행산업 이용자 2534만 명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연간 1200만 원을 지출해 일반 이용자의 160만 원보다 7.5배 많았고, 평균 손실액도 1010만 원으로 일반 이용자의 137만 원에 비해 7.3배가 높았다. 도박 관련 부채도 414만 원으로 일반 이용자의 53만 원보다 7.8배 많았다.

정부가 사행산업으로 지난 10년간 20조 원의 세수를 걷어들인 가운데 불법 도박은 연간 10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영화 타짜 스틸
정부가 사행산업으로 지난 10년간 20조 원의 세수를 걷어들인 가운데 불법 도박은 연간 10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영화 '타짜' 스틸

◆ 사행산업 10년간 조세수입 20조원, 불법 도박 연간 100조원 '훌쩍'

이같은 연구는 도박이 세수 확보에 효자 노릇을 한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지난 10년간 사행성 산업의 조세수익이 20조 원을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조 원이 넘는 조세수익을 거둔 셈이지만 25조 원의 사회적 비용 지출을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14년 사행산업 관련 통계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등 사행산업으로 거둬들인 조세만 모두 20조66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약 2조600억 원 규모다. 이 중 경마로 인한 조세수입이 가장 컸다. 경마로 인한 수입만 13조3833억 원(65%)을 차지했다. 이어 경륜이 3조6647억 원(17%), 카지노 2조5542억 원(12%) 순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사행산업을 육성하는 사이 불법도박도 연간 100조 원대로 훌쩍 커졌다는 점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올해 초 '불법도박에 맞설 근본적 대응방안'이라는 제하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매출은 20조 원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불법도박 규모는 100조 원을 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00조 원은 한 해 정부 예산의 30%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불법 도박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새로운 사회, 경제적 문제를 양산한다. 대표적으로 불법도박은 조직범죄와 연루되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 조세포탈을 일삼으며 조세정의를 해친다. 더욱이 메인 서버를 국외에 둔 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터넷 불법 도박의 경우 단속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막대한 국부를 국외로 유출케 하고, 천문학적인 세원 유실로 국가 재정 손실을 이끈다. '도박'으로 '인생역전'을 도모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가 없다. 더구나 도심 속으로 파고드는 '화상 경마장'은 마치 도박을 권하는 홍보물처럼 비쳐 유형무형의 사회적 폐해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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