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오른쪽부터)의 불법 도박 혐의에 대한 변호를 맡았던 최유정 변호사와 홍만표 변호사가 모두 구속기소됐다. /더팩트DB |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불법 도박 혐의에서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검찰이 정 대표를 재구속하고 그의 구명 로비에 연루된 핵심 브로커와 변호사들 역시 줄줄이 구속시킨 가운데 본격적으로 현직 판·검사에 칼날을 겨눌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 변호사·브로커 구속
결과적으로 정 전 대표의 불법 도박 혐의에 대한 변호를 맡았던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모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 전 대표에게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21일 구속기소했다.
검사장 출신의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 전 대표에게 검찰 관계자 등에게 청탁·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11년 9월 '서울메트로 매장 임대사업 감사'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고위 관계자들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전 대표 측 관계자 김 모씨로부터 2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받고 있다.
당초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의 구명을 위해 법조계 관계자들에게 청탁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홍 변호사가 검찰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한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개인비리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마디로 전관로비는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론은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싸늘하기 그지없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 변호사가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정 전 대표의 항소심 변호사였던 최유정 변호사는 지난 13일 첫 재판을 받았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6월부터 정 전 대표와 브로커에게서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위한 재판부와의 교제·청탁 등을 명목으로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대의 부당한 수임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첫 재판 당시 최 변호사 측은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해 "증거 기록을 다 검토하지 못했다"며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최 변호사 역시 재판장이 공소사실이나 증거관계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변호인과 검토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 달 4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리고 하고 이날 입증계획과 증인신청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정운호 게이트에는 두 변호사 뿐만 아니라 이들과 연관된 핵심 브로커들도 줄줄이 구속됐다.
정 전 대표의 항소심 변론을 맡은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한 브로커 이동찬 씨는 21일 밤 구속됐다. 그는 최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난 1월 지명수배됐고, 4개월 간의 도피 생활 끝에 지난 18일 검거됐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최 변호사의 로비 의혹과 수임료의 행방 등을 입증할 핵심인물로 지목돼 왔다. 지난달 23일 정 전 대표와 홍 변호사를 연결해 준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브로커 이민희 씨도 구속됐다.
검찰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측근에게 감사무마 청탁명목의 돈 1억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더팩트DB |
◆현직 검찰 향하는 수사 '급물살타나'
정 전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이 모두 구속된 가운데 검찰은 그의 구명 로비에 연루된 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21일 정 전 대표의 측근에게 감사무마 청탁명목의 돈 1억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감사원은 지난 2010년 4~7월 서울메트로 지하철 매장 임대사업에 비리 소지가 있다는 단서를 잡고 S사가 이 사업 운영업체로 선정된 과정을 감사했다. 당시 정 전 대표는 S사로부터 사업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이 때문에 정 전 대표는 감사원의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 김 모씨와 동문 관계에 있는 박 검사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검사를 상대로 실제 1억 원을 건네받았는지, 건네받은 돈의 성격은 무엇인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다만 박 검사는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실어증 증상을 보이고 있어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8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정 전 대표는 당초 지난 5일 출소를 앞두고 회삿돈 14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 등이 적용돼 재구속됐다.
이에 따라 네이처리퍼블릭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임 대표이사에 김 전무를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1984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한 뒤 더페이스샵 등을 거치며 화장품 업계에 30년 이상 몸담았던 전문가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김 신임 대표를 주축으로 국내 조직과 브랜드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 전 대표가 여전히 지분 70%가 넘는 최대 주주여서 회사 경영에 여전히 크게 관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