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보신각 앞 광장에서 '단통법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더팩트DB |
[더팩트│황원영 기자]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정부가 단통법 핵심 규정인 보조금 상한을 조기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이동통신사, 제조사, 유통업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9일 “최성준 방통위원장 주재로 꾸준히 상한제 폐지 등 단통법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방통위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지원금 상한액에 관한 규정’ 중 지원금 상한을 현행 25만~35만 원에서 50만~60만 원 또는 ‘단말기 출고가 이하’ 등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 만약 ‘출고가 이하’로 지원금 상한이 조정된다면 신형 휴대전화도 통신사 재량에 따라 지원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지원금 상한제는 시행 3년 후인 다음 해 10월 자동으로 없어지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방통위는 조만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단통법 종합 개선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각기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단말기 제조사와 유통점은 지원금 경쟁이 재개되면서 단말기 판매가 늘고,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며 보조금 상한제 페지를 환영했다. 반면, 이동통신사는 반기를 들고 나섰다. 보조금 명목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던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유다.
이동통신 3사는 “지원금 상한선이 전면 폐지되는 것은 단통법 애초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시장 질서를 뒤흔들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DB |
◆ 상한제 폐지 반대 “이동통신 시장 혼란해지고 중저가폰 타격”
그간 이동통신업계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로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로 최대 35만 원 이상 지원금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통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시장이 안정되면서 차세대 먹거리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과거와 같이 ‘보조금 대란’으로 이어지면서 마케팅 비용 확대가 불가피하게 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정착 단계에 이르면서 예전 이통산 간 과열 보조금경쟁이 사라지고 단말기 선택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통신 요금 부담도 경감된 측면이 있다”며 “지원금 상한선이 전면 폐지되는 것은 단통법 애초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시장 질서를 뒤흔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해당 법이 폐지된다고 해서 고객에게 바로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시 이통사의 마케팅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요금인하 여력 감소 등 소비자에게 돌아가던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원금이 일부 특정 모델로 집중돼 소비자의 후생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고가폰 중심으로 출고가가 높아질 수 가능성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특정 모델로 지원금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제품에 지원금을 집중할 경우 소비자들이 중저가 모델이나 다른 제품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금이 많이 실린 제품만 구매하게 된다”라며 “단통법 이후 인기를 끌었던 중저가 모델 출시 및 요구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된다. 보조금을 더 받으려고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하는 등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알뜰폰(MVNO)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통법 시행 후 저렴한 통신비를 내세운 알뜰폰의 인기가 커지면서 지난 5월 전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0%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 보조금이 확대되면 소비자들이 지원금이 많은 단말기로 몰려갈 수 있다.
강남역 지하상가에 있는 휴대전화 대리점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통 업계는 보조금 상한제 폐지로 번호이동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황원영 기자 |
◆ 상한제 폐지 찬성 “시장 경쟁 활성화로 소비자들이 이익볼 것”
반면, 제조업계와 유통업계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찬성하고 나섰다. 지원금이 높아지면서 실구매비용이 낮아지고, 단말기 판매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요청해 온 제조사들은 이번 결정을 반가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져 소비자들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 정부 주도로 시장 경쟁을 무리하게 억누르고 소비자 혜택을 없애 왔다. 보조금 상한선이 올라가면 신형 휴대전화도 공짜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전과 같이 돌아갈 수 있다면 유통점은 대부분 환영할 것”이라며 “지원금이 늘어나면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시장이 침체돼 왔지만 보조금 상한이 폐지되면 자유로운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단말기 판매 증가는 이동통신 시장을 살리고 경기를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의견도 분분하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단통법 시행 이후 상황을 보면 출고가와 할부원금이 낮아지지 않아 소비자의 부담은 줄지 않은 반면, 이통사들의 영업이익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면 이동통신 시장은 정글로 바뀌고 소비자는 ‘공짜폰’ 상술에 휘말려 고액의 통신비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은 소비자가 차별 없이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여전히 음성적인 보조금이 성행하고 있고, 시기에 따른 지원금 차이, 일부 단말기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 등 문제점이 존재한다. 차라리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들이 지원금을 많이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내부 논의를 거친 후 이르면 다음 주 중에 지원금 상한제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