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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대책없는' 현장 안전사고,갑(甲)들이 책임져라
입력: 2016.06.03 11:51 / 수정: 2016.06.03 11:56
경찰은 지난 1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지하철 공사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외주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3일 밝혔다. /이새롬 기자
경찰은 지난 1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지하철 공사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외주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3일 밝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2년 전 굵직한 대기업 건설사 하청업체 직원의 가족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자신의 동생이 공사현장 주차장에서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상태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협소한 본사 주차장 때문에 100여 개의 하청업체 직원 수백여 명은 공사현장에서 4~5km 떨어진 외부 주차장을 이용해야 했지만, 그곳에는 흔한 가로등 하나 없었고, 심지어 주차선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곳곳이 '지뢰밭'이나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지만, 하청업체 직원이 산업재해(이하 산재)처리를 받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회사 측은 본사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몰라라식 반응을 보였다. 한 달여 동안 긴 줄다리기 끝에 산재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씁쓸한 기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청업체 소속 건설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고가 최근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1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지하철 공사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직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달 28일 사회 초년생인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직원의 목숨을 앗아간 구의역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툭하면 터지는 건설(공사)현장 안전사고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답은 간단하고 원인은 명료하다. 싼값에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원청업체와 최저낙찰제 테두리 안에서 공사 수주를 따내야 하는 하청업체 간 이해관계가 들어맞다 보니 하청업체의 부실한 안전관리는 고사하고 정작 근로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안전무법지대와 다름없는 작업 환경과 과도한 작업량밖에 없다.

하청(외주)업체 관련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한 시민이 구의역 스크린도어사고에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하청(외주)업체 관련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한 시민이 구의역 스크린도어사고에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여기에 안전관리 및 책임에 대해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 관행도 한몫을 차지한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에는 공사 관련 모든 안전관리 책임을 원청업체가 아닌 하청업체만의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역시 화를 키우고 있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정비원의 경우 하루에 평균 4차례 정도 스크린도어 수리현장에 투입된 것은 물론 그간 '2인 1조' 근무 지침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 발생 이후 안전관리 및 책임을 하청업체(용역업체)의 몫으로만 돌리는 관행에 대한 쓴소리가 잇따르자 정부는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고, 경찰은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외주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부랴부랴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생명보다 고귀한 가치는 없다. 설사 그것이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돈의 논리'라 할지라도 사람의 목숨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더는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자화상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아들을 책임감 있게 키운 것이 후회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를 개선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다. 정부는 물론 공사를 주관하는 대기업과 공공기업 모두가 구의역 희생자 부모의 한 맺힌 절규가 단순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 그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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