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지난달 31일 모바일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의 승객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 제공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카카오의 모바일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가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이중 보험료, 높은 수수료 등 기존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오히려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일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드라이버’가 출시되자 대리운전 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여 년 동안 중소 업체 위주로 유지되던 시장에 카카오라는 대자본이 들어오면서 어떤 식으로든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측은 “카카오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며 ‘카카오 드라이버’ 출시를 반겼다.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기존 사업자의 횡포나 갑질로부터 기사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리운전노조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카오 드라이버’ 출시를 환영한다”며 ‘불법 부당행위 근절 대리운전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대리운전노조 관계자는 “20~40% 수수료가 20%로 통일되고, 이중 보험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기사들이 먹고살기 좋아진 것”이라며 “‘카카오 드라이버’가 대리운전 시장에 정화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리운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제공 |
대리운전노조와 달리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특히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을 제작·운영하는 사업자는 ‘카카오 드라이버’ 출시 전부터 유지해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범수 콜마너 우리연합회장은 “대리운전 업체는 대부분 영세한 사업자다. 그중 70%가 ‘카카오 드라이버’ 때문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실제로 많은 업체가 문을 닫기 시작한다면 상당수 사람이 직장을 잃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문제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측과의 수수료 조정 과정을 마치지 않은 채 무작정 서비스 출시를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김종용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최근 대리운전 시장에서 수수료를 30~40% 받는 업체는 극히 일부다. 이런 악덕 업체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였다”며 “카카오가 마치 40%를 20%로 내려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현상유지 수준이다. 기사들 입장에선 20%도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중 보험료를 받지 않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카카오가 기사들을 위해 마치 ‘선심’ 쓰는 것처럼 보이는 건 잘못”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종용 회장은 카카오가 약속한 ‘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실현되기 위해선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가 상생협의회 등의 공식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어 기사들을 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김종용 회장은 “카카오는 전국 대리운전 기사의 40%가 넘는 약 5만 명의 기사 회원을 확보했다.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카카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면서 “기사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드라이버’ 출시에 대한 여러 단체의 주장이 엇갈리며 ‘긴장’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금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문영수 대리운전협회 대표는 “이제 막 출시된 만큼 아직은 업계에 미치는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