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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심사 6개월 ‘깊어지는 한숨’
입력: 2016.05.21 05:00 / 수정: 2016.05.22 23:39

지난해 12월 2일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SK텔레콤 이형희 MNO총괄은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 효과 및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심사가 6개월이 다 되도록 길어지면서 M&A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SK텔레콤 제공
지난해 12월 2일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SK텔레콤 이형희 MNO총괄은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 효과 및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심사가 6개월이 다 되도록 길어지면서 M&A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SK텔레콤 제공

[더팩트│황원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동상이몽' 관계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실행에 앞장서야할 행정 부처는 눈치보기에 급급한 행정으로 기업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심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다시 강조한 지 이틀이 지난 20일 현재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길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당초 4월까지 M&A 허가를 받아내겠다고 계획했다. 하지만, 6개월이 다 되도록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면서 명확한 경영 계획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은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신산업 규제 혁신은 속도가 생명이다.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그냥 빼앗길 수 있다”고 규제완화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심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1일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등에 제출했다.

이후 5개월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M&A 심사 결과가 발표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지난 3월 말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으나, 일정이 길어지면서 “인수합병이 무산될 것”, “조건을 걸고 협상하고 있다” 등의 각종 소문이 돌고 있다.

양사는 현행법상 기업결합은 신고일로부터 최장 120일 내 심사하도록 돼 있다는 조항을 들어 빠른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등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상 자료보완에 소요되는 처리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기한은 연장할 수 있다”며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CJ그룹이 내놓은 상황인 데다 SK텔레콤에 편입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병 여부에 따른 경영계획 수립을 위해 매각계획이 외부로 알려진 지난해 10월 주요 경영 판단이 중지됐다.

심사가 길어지면서 올해 1분기 실적도 하락했다. CJ헬로비전은 1분기 매출 2786억 원, 영업이익 25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각각 4.9%, 6.6% 감소했다. ARPPU(가입자당 월평균매출) 8013원으로 전분기 대비 286원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블TV, 초고속 인터넷사업 등 향후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했던 인수합병이 불확실해졌다. 이로 인해 계획했던 영업 활동, 마케팅, 투자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돼 회사의 미래를 위해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역시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 보고서에서 “당국의 승인을 받는 데 실패하면 계획대로 인수·합병을 완료하지 못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심사가 늦어지면서 SK텔레콤의 부담감이 커졌다는 의미다.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정부의 인가심사가 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따른 경쟁제한성 검토는 시한을 정해놓고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과거 NXP의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Freescale Semiconductors Ltd) 인수 건(약 6개월), 에실로아메라인베스트먼트의 대명광학 인수 건(약 12개월), 롯데쇼핑의 CS유통 인수 건(약 7개월) 등의 사례를 들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심사기간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이번 M&A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심사 일정이 더욱 늦어진다는 분석도 내놨다. 양사는 최근 CJ헬로비전이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에 대해 ‘위법성’을 문제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문제는 공정위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M&A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시 발생할 수 있는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한 후 심사보고서를 미래부에 전달한다. 이후 미래부와 방통위가 자체 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자 업계는 양사의 M&A 문제가 20대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나온 후 미래부와 방통위를 걸치면 약 한 달 반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종 결론이 나오는 시점은 20대 국회 개원일인 5월 30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 규제 완화를 역설하고 있지만 정작 행정부처는 절차를 따지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며 "기업들이 혁신을 위한 속도를 낼 수 있는 체제가 하루 빨리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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