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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금호가 박삼구-박찬구 회장, '치킨게임' 그만해야
입력: 2016.05.17 11:54 / 수정: 2016.05.17 16:58
지난 9일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 합병 건과 관련해 반기를 들면서 다시 한 번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 양측 간 법정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더팩트 DB
지난 9일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 합병 건과 관련해 반기를 들면서 다시 한 번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 양측 간 법정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경제 기사를 읽다 보면 '치킨게임'이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된다. 미국에서는 흔히 겁쟁이를 '닭'에 비유한다. '치킨게임'은 지난 1950년대 미국 갱집단에서 누가 용기 있는 사람인지를 가리기 위해 자동차 두 대가 서로 마주 달리다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방식의 '목숨을 건' 게임에서 유래됐다. 즉, 어느 한쪽이 망할 때까지 끝장을 보겠다는 게 게임의 핵심으로 일반적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식으로 과도한 출혈 경쟁을 벌이는 행태를 빗대 '치킨게임'이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황당한 자존심 대결에 나서는 사람이 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재계에서 수년째 승자 없는 소모전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남이 아닌 형제간에 말이다. 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아시아나)의 수장 박삼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이하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 형제다.

지난해 말 금호아시아나에서 금호석화 계열사들이 완전히 제외, 사실상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면서 수년째 지속해 온 두 형제간 갈등도 어느 정도 매듭을 지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계열분리 이후 5개월여 만인 지난 9일 동생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 결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며 또다시 기약 없는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금호석화 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부실기업 금호기업에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실탄'을 지원하기 위해 지분매각에 나선 것이며,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한 행위로 명백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동생의 도발에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한 것"이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두 형제 다툼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상표권 소송부터 운전기사 문건 유출 공방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전개된 금호가 형제의 다툼 양상을 보면 과연 일련의 과정들이 기업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문부호를 붙이지 않을 수 없다. 금호석화가 주장하는 '주주가치 보호'라는 나름의 명분이 자칫 '등 돌린' 형에 대한 반감을 포장하기 위한 미사여구로 비쳐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조선·해운업계의 날개 없는 추락 등 제2의 금융위기설이 고개를 들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 상위 몇 곳을 제외하면 다수의 대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호아시아나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경우 부채비율은 400%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 오너 간 서로를 헐뜯는 소모전이 과연 주주들과 국민의 공감을 살 수 있을까. 항공과 타이어, 석유화학 등 상호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서로 흠집 내기에만 집중하는 광경은 아쉬움을 넘어 안타깝다.

최근 일부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반재벌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금호'라는 거대한 기업 오너가 형제가 '피는 물보다 진하다'가 아닌 '돈은 피보다 진하다'라는 것을 강조라도 하듯 앞다퉈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는 바라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모습은 '대립'과 '다툼'이 아닌 '화합'과 '상생'이다. 이미 형 박삼구 회장이 공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화해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그때마다 동생 박찬구 회장은 "생각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동생의 냉담한 반응에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두 사람 모두 기약 없는 다툼을 멈추고 '말뿐인' 화해가 아닌 '진정한' 화해에 나서길 기대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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