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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이재용의 실용주의, '영국 역사와 문화'에서 길을 찾는가
입력: 2016.05.11 13:06 / 수정: 2016.05.11 14:3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 총수를 맡은 지 만 2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11일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의 수요회의에서 영국의 역사와 문화가 강연돼 배경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팩트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 총수를 맡은 지 만 2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11일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의 수요회의에서 영국의 역사와 문화가 강연돼 배경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영국은 참 신기한 나라다. 근대 민주주의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의원내각제가 발달한 나라지만 한편에서는 일반인과 귀족 그리고 왕족이라는 신분제를 존속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부유한 일반인과 가난한 귀족, 세습작위와 국가에 공헌한 사람에게 군주가 주는 비세습 작위가 공존하는 한마디로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묘하게 어우러진 나라다.

이런 영국의 역사와 문화가 11일 한국 경제의 중추인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수요회의의 주제가 됐다.

삼성은 왜 이건희 회장 와병 2년, 다른 말로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 출범 2년인 현 시점에서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계열사 사장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을까. 삼성에 따르면 이날 수요회의 강연자는 연세대학교 사학과 설혜심 교수로 그는 '영국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를 강연했다.

결론부터 말해 '이재용식 실용주의'라는 가치 아래 선제적 구조조정과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삼성이 '지지않는 태양' '1등 국가' 등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유용하기 때문에 진리'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있는 영국을 벤치마킹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혹독할 정도로 철저하게 '실사구시'를 추구하고 있다. 단적으로 영란은행(우리의 한국은행)은 창립 319년 만인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출신 마크 카니를 영란은행 총재로 앉혔다. 또 미국의 눈치를 보며 모두가 몸을 사릴 때 영국은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G7 국가 중 가장 먼저 합류했다. 실리에 방점을 찍은 행보다.

또한 영국은 송금주의 과세제도를 채택하며 전 세계의 부호들을 영국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송금주의 과세제도는 영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이 매년 5만 파운드(약 9000만 원)을 내면 해외에서 번 돈을 영국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지 않는 한 추가 소득세를 책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버는 것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는 외국인 부호에게 적정 과세를 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영국은 이들이 창출하는 일자리와 소비 진작이라는 실리를 선택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군주로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며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 캡처
엘리자베스 여왕을 군주로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며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 캡처

교육부문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대표적 명문 옥스퍼드대학의 경영대학원은 사우디아라비아 부호 와픽 사이드의 이름을 따 사이드 스쿨이고, 행정대학원은 우크라이나 태생 미국인 석유 재벌 레오나드 블라바트니크의 이름을 붙여 블라바트니크 스쿨이다. 외국인의 돈을 받아서라도 국가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실용주의 노선은 경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가 발표한 올해 세계경제성장 전망치에 따르면 영국의 올해 성장률은 2.4%로 인접한 독일(1.5%), 프랑스(1.3%), 이탈리아(0.8%)를 크게 앞선다.

이런 영국의 변화는 지난 2년 동안 '실용주의'를 모토로 계열사 인수합병(M&A)과 매각, 지배구조 재편, 구조조정 등을 숨가쁘게 진행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수요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강연에서 한 때 제국이었던 영국이 여러 갈래로 흩어졌음에도 지금까지 영향력이 있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고 밝혔다.

삼성은 2014년 74개 계열사를 올해 4월 현재 59개로 줄였다. 비주력인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팔았다. 반면 국외 유망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이기도 했다. 2014년 8월 사물인터넷(loT) 회사 스마트싱스와 지난해 2월 모바일결제 회사 루프 페이, 지난해 6월 스마트카 회사 빈리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영국의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이 실용주의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 지 귀추가 주목 된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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