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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와병 2년①] '소통과 탈권위' 이재용 부회장, '뉴 삼성' 만들기 총력
입력: 2016.05.09 11:16 / 수정: 2016.05.09 11:49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지 10일로 만 2년이 된다. 이 회장 와병 이후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지 10일로 만 2년이 된다. 이 회장 와병 이후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지난 2014년 5월 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응급 심폐소생술로 받고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10일이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지 만 2년이 된다.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 수장의 예기치 못한 경영 공백 이후 재계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의 연착륙 가능성에서부터 그룹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사업재편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쏟아졌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포스트 이건희' 체제로의 무난한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삼성의 '새 리더'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룹 지주회사 설립과 주력 사업을 키워드로 한 '조직 슬림화' 등 이재용 부회장이 개척해 나가야 할 과제는 적지 않지만,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그의 입에선 아직 사업재편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바 없다. '달라질 삼성'의 변화에 재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정중동' 예상 깬 이재용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

이재용 체제로의 9부 능선을 넘은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 대규모 사업재편을 단행하며 변화하고 있다.
'이재용 체제'로의 9부 능선을 넘은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 대규모 사업재편을 단행하며 변화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 초기만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강도 높은 사업재편보다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지만, 지난 2년 동안 삼성이 보여준 변화는 활발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와 또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룹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한 계열사 사업 재편이다. 이건희 체제 아래 진행된 마지막 계열사 합병 건은 지난 2013년 말 진행된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다.

이후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진두지휘한 데 이어 1년여 만인 지난해 삼성SDI의 화학사업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에 3조 원에 매각하는 등 굵직한 '빅딜'을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간 합병은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계기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기존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확보,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 본사 사옥 이전을 비롯한 계열사 '거점 정리' 역시 이재용의 삼성을 상징하는 변화 사례로 꼽힌다. 삼성은 올해 초 태평로의 삼성생명 본사 사옥을 부영에 매각한 데 이어 서초 사옥에 수년째 자리 잡아 온 삼성전자 본사를 수원 영통의 '디지털시티'로 이전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연구개발(R&D), 디자인 인력 5000여 명의 근무지를 서초구 우면동의 'R&D 캠퍼스'로 옮긴 지 1년도 안 돼 또다시 대규모 정비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의 변화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이재용식 실용주의 경영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중책의 지휘자로 자신이 그룹 경영 최정점에 있다는 점을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며 "반도체 공장 등 생산라인이 집결된 수원으로 삼성전자 본사 인력을 재배치한 것 역시 업무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삼성의 변화"라고 말했다.

변화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꿴 이재용 부회장의 선과제는 주력 사업분야인 전자와 신성장동력으로 힘을 싣고 있는 금융과 바이오 등 이른바 3대 분야를 축으로 한 '스리 트랙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는 물론 글로벌 금융업계 주요 인사들과 회동에 나서는 등 '갤럭시' 시리즈를 중심으로한 스마트폰 사업과 전통적인 '캐시카우' 아이템인 반도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과 그룹의 체질을 개선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범삼성가 '중재자' 이재용 부회장의 '탈권위'와 '소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권위주의 문화를 과감히 버리고, 대부분의 외부 일정을 수행비서 없이 단독으로 소화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권위주의' 문화를 과감히 버리고, 대부분의 외부 일정을 수행비서 없이 단독으로 소화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룹 재편이 외부 변화의 결과물이라면 '탈권위'와 '소통'을 강조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그룹 문화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의 스타일은 늘 경직된 재벌문화의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국외 출장길에서부터 재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외부 일정을 수행비서 없이 단독으로 소화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때도, 지난해 5월 폴란드 가전 TV 공장 방문을 위한 유럽 출장길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민항기를 이용했고, 지난해 큰아버지인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 빈소를 조문할 때에도 단독으로 찾았다.

이재용 부회장식 '탈권위'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매년 연말 막내딸이 출연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 관람 때에도 수행원 없이 일반 관람객들 사이에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물론 지난해 10월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동행한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응원 길에서는 악수를 요청한 일반 관람객의 요구에 스스럼없이 화답하는 광경이 <더팩트>의 카메라에 잡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는 '유연한' 태도 역시 재벌가의 경직된 문화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삼성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와병 2년' 이건희 회장 건강, 이재용 부회장 승진 소식 들리나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까지도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까지도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에 큰 변화는 없지만, 여전히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삼성의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점치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 호전 여부와 경영 복귀 가능성은 지금까지도 가장 큰 관심거리다.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의 입원 소식이 알려진 이후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왔던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지난해 6월 2일 <더팩트>가 '자발 호흡'을 하면서 건재한 신체 상태로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하면서 1년여 만에 세간에 공개됐다. (2015년 6월 2일 자 <'이건희 회장 병상투혼 포착-자발 호흡 최초 확인, 사망설은 헛소문'> 기사 내용 참조)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는 (최초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심장기능을 포함한 신체기능은 알려진 바와 같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고, 휠체어에 올라 병실 안을 도는 등 지금까지도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도 틈틈이 병실을 찾아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단행된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 모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올해 초 단행된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 모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매년 진행되는 삼성그룹 정기 임원 인사 때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이 회장의 세 자녀의 승진 가능성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올해 초 단행된 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렸지만, 이 부회장의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력한 승진 후보로 거론된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역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여전히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과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사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 직함은 말 그대로 직함 이 가진 상징성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그룹 사업구조 재편 등 굵직한 현안 처리를 앞둔 삼성에서 '변화'가 아닌 '안정'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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