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S7 히트 토너먼트 4강전에서 ‘천명’ 길드와 ‘리더’ 길드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넥슨 제공 |
추억…그리움, 손안의 게임대회 등장한 삼성전자
[더팩트 | 최승진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넥슨 아레나.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선 모바일게임 ‘히트’(HIT)의 최강자를 뽑는 결승전이 펼쳐졌다.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힘내라”를 목청껏 외쳤다.
지난달 17일까지 진행된 온라인 예선전을 통해 선발된 20개 길드(게임 친목 모임)가 참여한 결승전에선 4시간 동안 불꽃 튀는 접전 끝에 ‘마왕’이 경쟁상대인 ‘리더’ 길드를 물리치고 최종 우승의 영광과 상금 1000만 원을 차지했다.
이번 행사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대회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노정환 넥슨 국내모바일사업본부장은 “현장에서 펼쳐진 멋진 승부와 열띤 응원을 통해 ‘히트’에 대한 이용자들의 열정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모바일게임 대회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넥슨과 함께 눈에 띄는 회사가 있다.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최근 넥슨과 ‘갤럭시 S7으로 히트 하다’ 공동 프로모션을 추진했다. 전국 갤럭시 체험존에선 ‘히트’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게임 활용법을 소개하는 등 공을 들였다.
삼성 서초사옥에 전시 중인 ‘갤럭시S7’ 게임 체험코너 /최승진 기자 |
기성세대에겐 삼성전자가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게 생소할 수 있지만 젊은세대인 30~40대에게 삼성전자는 게임의 애틋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전자와 게임의 첫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약 27년 전인 지난 1989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당시 일본 게임업체인 세가(SEGA)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가정용 게임기인 ‘겜보이’를 국내에 선보였다. 그리고 그해 7월 초중생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인 ‘게임보이’ 경진대회도 개최하면서 게임사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가 ‘겜보이’로 게임기 사업을 시작할 당시 대우전자, 현대전자 등 대형 전자업체들도 외국 유명 게임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게임기 시장에 본격 참여했다. TV와 PC 판매촉진의 일환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미래 고객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주력 제품으로서 자사 이미지를 제고시키려는 목적이 컸다.
삼성전자가 현재 핵심사업인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부침이 심한 기업 생태계에서 삼성전자가 끝까지 살아남아 지금까지 게임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기술과 소비자 성향 변화에 맞춰 향후 10년을 대비해야 하는 이때 삼성전자가 게임의 가치를 계속 주목하길 바란다. 스티브 잡스 등 IT업계의 혁신을 이끈 이들이 게임을 통해 영감을 받은 것은 게임의 산업적 가치와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딱지치기는 시대가 변하면서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됐다. 전 세계 인구의 네 명 중 한 명이 게임을 즐긴다. 삼성전자가 첫 삽을 뜨던 때와 달리 이제는 나 홀로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다. 그 사이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뜻을 함께할 든든한 우군도 탄생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써 나갈 게임사업 전략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