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애인의 날 매년 '장애인의 날'을 맞아 대기업들의 장애인 편의 시설 운영 현황을 취재해 온 '더팩트'가 올해는 새로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금호석유화학, 한국투자금융지주, 셀트리온, SH공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본사를 방문해 장애인 편의 시설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더팩트DB |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지만, '사회적 의무'를 지닌 대기업들의 관심도는 저조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금호석유화학·한국투자금융·셀트리온·SH공사는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장애인 편의 시설을 충족하고 있을까? 2013년 ‘장애인의 날’부터 대기업의 장애인 전용 주차장 운영 현황을 취재해 온 <더팩트>는 36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기업 본사의 장애인 편의 시설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특별취재팀=장병문·황진희·박대웅·이성락·서민지II 기자] 올해로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장애인 채용'을 바라보는 대기업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2015년 6월 기준 국내 30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은 1.9%에 불과해, 정부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 기준(민간기업 2.7%)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고용 분담금'을 내는 방법으로 장애인 채용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대기업들의 저조한 장애인 고용율은 곧바로 미흡한 장애인 직원에 대한 배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장애인들이 어려운 관문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하더라도 편의시설이 부족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오늘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자산 5조 원 이상을 넘어 대기업집단에 새로 이름을 올린 다음카카오·금호석유화학·한국투자금융지주·셀트리온·하림·SH공사 중 수도권에 본사가 있는 금호석유화학·한국투자금융지주·셀트리온·SH공사의 장애인 시설 설치 유무를 직접 취재했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얼마나 쉽게 건물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9개 항목 체크리스트로 작성, 총점 9점 기준으로 평가했다.
더팩트가 올해 대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된 금호석유화학, 한국투자금융지주, SH공사, 셀트리온 본사를 찾아 장애인 편의 시설을 살펴봤다. /인포그래픽=손해리 기자 |
◆ 금호석유화학·SH공사·한국투자금융 ‘양호’, 셀트리온 ‘미흡’
현장 취재 결과 4개 그룹 본사 가운데 금호석유화학·SH공사·한국투자금융은 비교적 ‘우수’한 수준을, 셀트리온은 ‘미흡’한 실태를 보였다. 특히 1993년에 준공돼 비교적 노후된 건물을 갖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은 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추기 위해 인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최근에 지어진 셀트리온(2005년 준공)은 장애인 편의 시설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조사한 항목은 모두 9개로 서울시 의뢰로 건국대학교에서 수행한 학술용역 ‘2012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개정’을 따랐다. 이들 기업들의 장애인 편의시설 평가 방법은 다음과 같다. 9개 항목 별로 10대 그룹 본사 정문에서 직접 살펴 해당사항에 O(우수, 1점), △(미흡, 0.5점), X(불량, 0점) 별로 단순계량해 점수(만점 9점)를 매겼다.
구체적인 평가항목은 1. 대지 내 보도 및 접근로(지체·시각장애인들이 보도에서 본사 로비로 이동할 때 문턱이 존재하는지 여부), 2. 장애인 전용 주차장(그룹별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여부), 3. 장애인 출입구(휠체어를 이용해 본사 정문을 쉽게 이동할 수 있는지 여부), 4. 휠체어 이동 경사로(휠체어 이동 시 경사로가 너무 가파르거나 좁지 않은지 여부) 등이다.
또 5. 장애인 전용 승강기(휠체어 이동 시 전용 승강기 가로폭과 버튼 높이가 편리한지 여부), 6. 휠체어리프트(로비 계단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됐는지 여부), 7. 장애인 전용 화장실(기준에 부합한 전용 화장실이 있는지 여부), 8. 손잡이(본사 로비 계단과 복도에 시각장애인용 손잡이가 있는지 여부), 9.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정문, 계단, 승강기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이 있는지 여부) 등을 세세하게 조사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입주한 시그니쳐 타워 서울에는 장애인을 위한 주차 구역과 승강기, 화장실, 점자, 시각장애인 보도블록 등이 적절하게 마련돼 있다. /장병문 기자 |
◆ 금호석유화학 입주 건물, 장애인 시설 완벽한데 정문은 왜? (7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12년 9월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을 떠나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 타워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금호석유화학을 포함해 금호미쓰이화학, 금호 티앤엘, 금호개발상사 등 6개 계열사가 이곳에 모여 있다.
시그니쳐 타워 서울은 두산중공업이 2011년 6월 29일 준공한 지하 6층, 지상 17층짜리 2개 동 빌딩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시그니쳐 타워 서울 동관에 임대로 입주해 10층과 12~14층을 사용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입주한 시그니쳐 타워 서울은 준공된 지 얼마되지 않은 건물인 만큼 장애인 편의 시설 9개 항목 가운데 2개 부문을 제외하고 모두 만족했다.
정문 앞 계단의 처음과 끝에는 시각 장애인 보도블록이 빠짐없이 깔려있다. 계단과 계단 사이에는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게 완만한 경사로가 마련되어 있다. 계단 양옆으로 설치된 손잡이에는 점자가 부착돼 있다.
정문에는 커다란 회전문이 설치되어 있으며 직원들은 이 문을 통해 출입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회전문을 이용할 수 없다. 회전문 옆으로 여닫이문이 있지만 굳게 닫혀 있다. 장애인이 건물을 방문하면 정문에서 일단 정지해야 하는 불편이 예상된다. 시그니쳐 타워 서울 관리자는 "직원들 출입을 회전문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닫이문을 닫고 있지만 출근시간이 지나면 열어 둔다. 몸이 불편한 분들이 방문할 땐 관리자가 직접 안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을 통해 로비에 들어서면 맞은편에 장애인용 승강기가 마련돼 있다. 건물 관리자에 따르면 기존에 한 개만 장애인용으로 사용했지만 두 개로 늘려 운용 중이다. 장애인용 승강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있으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낮은 위치에 버튼이 자리 잡고 있다.
로비에 마련된 장애인 화장실은 설치기준에 적합한 수준이다.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화장실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변기와 세면대도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있다. 또 바닥표면은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마감돼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은 일반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관리인들이 감시하고 있다. 시그니쳐 타워 서울 관리인는 "일반 차량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 주차하면 곧바로 이동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 일반 차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회사가 시그니쳐 타워 서울에 임대로 들어와 있어 장애인 시설에 대해서는 건물 관리 정책에 따르고 있다"며 "회사를 방문하는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필 것"이라고 전했다.
SH공사 사옥은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으며 장애인 전용 화장실, 장애인 전용 주차장, 장애인 전용 승강기 등을 갖추고 있었다. /이성락 기자 |
◆ 접근성 좋은 SH공사, '안내 도우미 서비스' 눈길 (6점)
올해 대기업집단에 신규 편입된 서울시 SH공사의 사옥은 지난 1998년 준공됐다. 지하 3층, 지상 16층 규모의 이 건물은 서울 지하철 3호선인 대청역과 바로 연결돼 대중교통을 이용한 장애인들의 접근이 편리했다.
SH공사 사옥의 출입문은 모두 3개다. 회전문이 설치된 작은 출입문을 제외하고 정문과 동문은 문턱이 전혀 없다. 특히 경사 없는 평평한 길을 따라 자동문으로 진입할 수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이동하는 데 불편이 없어 보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대청역에 내렸을 경우, 장애인·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와 쉽게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
지상 1층 야외 주차장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이 4~5곳씩 마련돼 있다. 지하 1층 주차장에도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이 따로 지정돼 있다. 주차장 입구와 진입 통로에는 자동문이 설치돼 이동 편의성이 높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1층에 있다. SH공사 방문객들이 주로 1~2층을 이용하는 걸 감안한다면 2층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다는 건 아쉬움을 남겼다. 4대의 승강기 중 장애인을 위한 전용 버튼이 갖춰진 승강기는 1대다. 버튼의 위치가 낮아 장애인이 사용하는 데 큰 불편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SH공사 사옥 로비나 계단 등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따로 부착돼 있지 않다. 계단이나 복도에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손잡이도 없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그야말로 까마득해서 오를 엄두가 나지 않아 보였다. 승강기 외 장애인들이 층별 이동을 할 방법은 없다.
SH공사 측은 장애인 방문 시 12명의 대기 안내원들이 즉각 도움을 주기 때문에 큰 불편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H공사 안내데스크에서는 장애인·노약자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안내 도우미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필요 시 사용할 수 있는 임시 휠체어 4대도 정문 한편에 배치돼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안내원 2명이 항시 대기하고 있으며, 인원이 부족하면 10명이 더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장애인 편의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본사 건물은 경사로(오른쪽 위)가 완만해 접근하기 편리했으나 회전문(오른쪽 가운데)이 수동으로 작동되고 비좁아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장애인 전용 화장실 등은 잘 운영되고 있다. /서민지 기자 |
◆ 한국투자금융, 완만한 경사로 접근성 ↑ (5.5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국투자금융은 지상 20층·지하 5층, 연면적 6만1814.70㎡로 1993년에 준공됐다. 한국투자금융 본사의 출입구에 마련된 경사로는 폭 1.2m 정도에 경사가 완만해 접근하기 편리한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국투자금융 출입구는 대체로 여닫이문이 많았다. 정문에는 여닫이문과 회전문이 있었고, 후문은 여닫이문으로만 출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닫이문의 경우 상당히 무거워 비장애인도 밀고 들어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투자금융 측은 로비 곳곳에 보안 요원들과 안내원들이 배치해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장애인 화장실은 후문 쪽에 마련돼 있었다. 화장실 내부에는 손잡이와 점자 안내문 등이 갖춰 있어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정문으로 들어갈 경우 반대편까지 이동해야 해 불편함은 있어 보였다.
휠체어 리프트는 없었으나 전용 승강기는 운영되고 있었다. 한국투자금융 본사에는 중앙 승강기 6대와 양쪽에 승강기 2대, 전망대 승강기 2대 등 모두 10대가 있다. 양쪽에 있는 승강기 중 1대가 장애인을 위한 전용 승강기였다. 일반 승강기와 달리 폭이 넓어 휠체어로 이동하기 편리하게 돼 있으며, 손잡이와 점자 안내판도 갖추고 있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승강기에는 손잡이가 있었으나 1층 출입구부터 경사로 로비 등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특히 로비에서는 보도블록과 점자 안내판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안내원과 보안 요원이 있긴 했으나 이들의 도움 없이는 장애인들이 홀로 이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은 잘 운영되고 있었다. 장애인 주차 구역은 철저하게 공간이 확보돼 있었고,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1층 곳곳에 주차 구역을 마련해 주차 시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국투자금융 측은 인적 자원을 활용해 장애인들의 이용에 불편함 없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장애인 편의 시설이 부족한 건 사실이나 곳곳에 보안 요원이 배치돼 있어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며 "앞으로 인적 자원 활용은 물론 미흡한 점을 보완해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의 셀트리온은 장애인 전용 주차장, 경사로, 장애인 전용 승강기와 화장실 등 장애인 직원을 배려한 편의시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대웅 기자 |
◆ 셀트리온, 장애인 주차구역은 어디에? (2.5점)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제약업체 셀트리온은 19만1700여㎡에 본사동과 공장동 등이 자리하고 있다. 2005년에 준공된 셀트리온 본사 건물은 비교적 지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장애인 편의 시설은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양적 성장을 이뤄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셀트리온 본사 정문을 통과하면 우측에 본사동 건물이 있다. 본사동 건물 앞에는 방문객 등을 위한 주차장이 있다. 문제는 40여대가 주차 가능한 이 공간에 장애인을 위한 전용 주차장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로비에는 시각장애인을 배려해 복도 벽면에 부착돼 있어야할 손잡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도 마련되지 않았다. 보통 시각장애인을 위해 출입문이나 승강기, 화장실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보도블록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셀트리온 본사동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낮은 턱과 함께 보도블록만이, 내부에는 대리석만 깔려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방문한다면 쉽사리 원하는 곳을 찾아갈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배려도 미흡했다. 셀트리온 본사동 낮은 턱 옆에는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면이 마련돼 있지만 폭이 휠체어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또 본사동 정문에는 일반 출입문과 회전문이 배치돼 있었지만, 회전문만 작동돼 휠체어를 타고 1층 로비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셀트리온 본사동에는 장애인 전용 승강기와 화장실이 마련돼 있었지만, 장애인을 위한 활용도는 낮아 보였다. 여타 시설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지만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적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 두 개를 합쳐놓은 듯한 크기였지만, 세면대는 휠체어를 이용해 손을 씻기에는 높았다. 반면 성인 일반인의 경우 허리를 15도 정도 숙이면 이용하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본사동 중앙 로비에 마련돼 있는 승강기 또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비록 승강기에는 장애인 마크가 부착돼 있었지만 성인 두 세명이 타면 비좁을 만큼 승강기 내부 공간은 협소했다. 휠체어 이용자 한 명이 겨우 승하차할 정도의 크기였다.
장애인 편의 시설이 미흡한 부분에 대해 셀트리온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