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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님, "한순간 훅 갑니다"
입력: 2016.04.08 12:32 / 수정: 2016.04.08 14:04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는 6일 정우현 회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촉구하고 정 회장과 면담했다. / 더팩트DB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는 6일 정우현 회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촉구하고 정 회장과 면담했다. / 더팩트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

지난 2월 말 새누리당 대표실 배경 가림막(백보드) 핵심 문구다. 당시 ‘한순간 훅 간다’는 위기감을 풍기면서 지지층 결속을 다지는 전략적 자경문으로 평가를 받았다. ‘한순간 훅 간다’는 이후 ‘잘하자 진짜’로 교체됐고 총선 열기가 뜨거운 지금, 새누리당은 접전지에서 무릎을 꿇고 큰 절로 사죄하는 퍼포먼스도 서슴지 않는다.

무엇을 사죄하는지, 진정성은 있는지 해석은 각각이지만 ‘훅 가지 않기’위한 자기 생존법임은 분명하다. 총선정국에서 정치권의 반성과 사과가 심심찮게 눈에 띄는 걸 보면 유권자의 힘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비록 선거철 한 때이긴 하지만 말이다.

근래 재계에서는 ‘사과(문) 갑질’이 화제다.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K그룹 정우현 회장(68)이 장본인이다. 정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비원 폭행’사건 사과를 했지만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상황으로 번졌다. ‘갑질 폭행’ 사흘 뒤인 지난 5일 미스터피자 홈페이지에 올린 팝업창 사과문이 역설적으로 제2도화선이 됐다. 이름을 포함해 총 '94자 사과문'은 이렇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정우현'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 사건인지라 고개를 숙이지 않을수 없을 게다. 그런데 사과문 발표 이후 파문은 더 확산됐다. 사과문의 내용과 형식이 문제였다. 진정성이 없는 겉치레 사과라는 비난이 들끓었다.

“회장 개인의 잘못을 회사에서 떠안는 모습이 진정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의문이 드네요.” “갑질 제대로네요. 이제 미피(미스터피자) 불매합니다.”

비판론자들은 사과문만 놓고 보면 왜 정 회장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사과를 했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질타한다. 피해자나 소비자등 이해관계자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일방적인 자기 입장을 그것도 온라인상에서 두루뭉술하게 전달하는 행위에 오히려 분노 게이지가 올라갔다.

“‘사과문’자체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정도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사과 주체는 위기관리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한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는 꼬집었다.

정 회장은 사건 수습을 위해 7일 오후 피해 경비원을 만나 직접 사과했다고는 하지만 경찰 측은 합의서 제출과는 상관없이 폭행 혐의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상당기간 오너 리스크가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에게도 정 회장은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지만 가맹점주들 속마음은 타들어 갔다.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의 직접적인 피해를 폭행사건과 전혀 무관한 이들이 판매대에서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충남 온양시에서 13년째 미스터피자를 운영 중인 한 가맹점주는 <더팩트>취재진에 "폭행 사건 후 3일 저녁부터 타격을 입기 시작했고, 5일에는 불매운동 여파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이 반 토막 이상 떨어졌다. 이 상태로 점포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주식시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폭행사건 이후 주가는 2980 원(액면가 100원)에서 2725 원(7일 종가)으로 8.55% 하락했다. 시가총액이 200억 원 넘게 증발했다. 기업이미지 훼손과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개미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최근 수년간 MPK의 경영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3년 1703억원 규모의 매출은 2014년 1428억원, 지난해는 1103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72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와중에 창업 오너의 ‘갑질 폭행’과 ‘사과문 갑질’이 터졌다.

경비원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작은사진) 측은 8일 피해자와 합의서를 작성해 제출할 뜻을 밝힌 가운데 경찰은 합의서 제출과 무관하게 수사할 뜻을 밝혔다. / 더팩트DB
경비원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작은사진) 측은 8일 피해자와 합의서를 작성해 제출할 뜻을 밝힌 가운데 경찰은 합의서 제출과 무관하게 수사할 뜻을 밝혔다. / 더팩트DB


폭행사건 당일 정 회장은 그룹 외식 프랜차이즈 ‘식탁(SICTAC)’에서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탁’은 정 회장이 외식사업에 도전하면서 새로 만든 브랜드이다. 브랜드 자체로 ‘식탁’은 수준작이라고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유대인은 식탁에서 아이를 혼내는 법이 없다고 한다. 식탁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해서다. 혹시 꾸짖을 일이 있다면 식사 이후로 미룬다. 대체로 밥상머리인 식탁은 정을 나누고 지혜를 주고받는 편안한 소통의 공간이다.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은 가족이나 동료 등 친근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불편한 사람과 자리를 같이 할 때도 이 또한 대화의 자리다. 식탁 소통은 궁극적으로 상생의 결과를 도출하려는 나눔의 시간이다.

정 회장이 차후 ‘식탁’에서 다시 식사를 한다면 ‘식탁’의 긍정적인 의미를 잘 곱씹었으면 한다. 기업 위기관리의 성패는 오너CEO에게 주로 달려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사과는 진정성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국회의원이든, 재벌 총수든 한순간에 훅 간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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