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가 KB금융에 인수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서민지 기자 |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이 KB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 점유율 및 실적 등에서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 KB손보, 합병 후 기대보다 더딘 성장
LIG손보는 2014년 6월 대주주인 LIG그룹과 KB금융그룹의 인수 계약 후 지난해 6월 KB손보로 간판을 바꿔 달며 새롭게 출범했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 후 자산규모가 400조 원에서 423조 원으로 늘어나면서 금융 지주사 중 1위로 등극했다. 때문에 KB금융을 업은 KB손보가 KB국민은행의 지점망을 활용하며 동부화재·현대해상과 손보사 2위 싸움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KB손보를 이끌던 김병헌 전 사장 역시 방카슈랑스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KB손보의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KB손보는 손보사 '빅4' 중에 유일하게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감소했다. KB손보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2.2%로 전년(12.7%)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타 대형보험사와 다른 행보다. 손보사 상위 4곳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2014년 74.2%에서 지난해 76.6%로 상위사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화재는 28.1%에서 28.3%로 현대해상은 16.4%에서 18.2%, 동부화재는 17.0%에서 17.6%로 상위권임에도 점유율을 높이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특히 온라인 자동차보험 CM(사이버마케팅)·TM(텔레마케팅) 채널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손보의 자동차보험 CM·TM 채널 시장 점유율은 4.1%로 삼성화재(28.2%), 동부화재(18.1%), 현대해상(10.1%) 등 타 상위사들과 차이가 크다. 중소형 보험사인 악사손보(13.2%), 한화손보(6.6%), 롯데손보(6%) 등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KB손보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212억 원, 17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7%, 59.1% 올랐다. 하지만 미국 법인의 손실 620억 원 중 296억 원을 2014년에 포함해 실질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KB손보는 내부에서도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하며 아직까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노조가 있는 보험사의 경우 임단협이 당해년도 하반기 안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KB손보의 2015년도 임단협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이 지연된 데 이어 임금 수준과 PS(초과이익배당금) 배분, 직원복지 등에서 타협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손보가 올해 합병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 KB손보, 올해 합병 시너지 발휘할 수 있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손보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손보는 2위 싸움이 아닌 '빅4'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키는 것이 과제가 됐다"며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늦게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해 9월 은행·증권·보험 등의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복합점포를 업계 최초로 개설하면서 영업에 열을 올렸다. 또한 KB손보는 방카슈랑스 판매를 KB국민은행의 넓은 지점망을 이용할 수 있어 타 보험사보다 영업 환경이 좋지만 오히려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서서히 회복세가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지점 손실도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고, 손해율도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KB손보가 이번 달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와 택시 등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를 각각 3.5%, 3.2% 인상했기 때문에 부진했던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올 초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B손보가 지난 2년간 미국 지점의 지급준비금 적립 강화 등이 이슈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올해부터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KB금융으로 인수된 후 그룹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며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한 바 있다.
KB손보 측은 이익보다 내실 강화 위주로 성장하겠다는 입장이다. KB손보 관계자는 "매출 증가보다 우량물건 중심 판매 등으로 질적 성장을 하고 있다"며 "미국 손실은 해결됐으며, 타 보험사와 다른 차별화된 상품 등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은 손보사에서 마지막으로 합류하면서 점유율이 낮은 것"이라며 "합병에 대한 효과는 차츰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