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치맥파티' 현장에서 만난 유커들은 KBS2 수목미니시리즈 '태양의 후예'에 푹 빠진 반응을 보였다. / 월미도=이덕인 기자 |
[더팩트ㅣ월미도=박대웅 기자] 의외의 장소에서 중국 대륙을 점령한 한류를 실감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KBS2 수목미니리즈 '태양의 후예'의 인기다.
28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 야외공연장 갈매기홀 앞 광장에서는 4500명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운집해 '치맥(치킨+맥주)파티'를 열었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규모로 유례없는 치맥파티다.
이날 행사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주인공 배우 전지현의 대사 "눈 오는 날에는 치맥인데…"가 기폭제가 됐다.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실제로 중국 내에서 치맥에 대한 궁금증과 수요가 증가했다.
단적으로 중국의 유명 여배우 가오위안은 '별에서 온 그대'가 방송 중이던 2014년 2월 웨이보에 "첫눈은 왔는데 치맥은 어디에?"라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 같은해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까지 웨이보 계정을 통해 "첫눈 온 날 치맥 드셨나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2014년 2월 초부터 중순 사이 웨이보에 올라온 치맥 관련 포스트는 370만개가 넘으며 중국 현지 온라인 동영상사이트 아이치이닷컴과 르티비닷컴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TV드라마에 올랐다.(2014년 2월14일 기준) 28일 현재 '별에서 온 그대'의 누적 조회수는 37억 뷰를 넘는다.
그런 만큼 이날 치맥파티 현장에서 만난 유커들에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치맥을 한국에서 맛 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했다. '전지현처럼 치맥을 즐길 수 있어 기쁘다' '맛있다' 등의 대답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만난 많은 유커들의 대답이 이와 대동소이했지만, 결과적으로 "'태양의 후예'가 대세다"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28일 인천 월미도에서 열린 치맥파티 현장에서 중국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 SBS, KBS 제공 |
저우린(24·여)씨는 "'별에서 온 그대' 속 치맥을 모르지 않지만, 중국 내에서도 대세는 '태양의 후예'다"라면서 "송중기 정말 멋있다"고 함박 웃음을 보였다. 더욱이 배우 송중기를 언급한 대목에서 일행 모두 맞장구를 쳤다. 함께한 통역마저도 어느 말을 통역해야할 지 몰라 당황할 정도였다. 사우즈단(27·여)씨도 "'태양의 후예'를 즐겨 본다. 한국 드라마는 중국과 달리 스토리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며 "송중기가 멋있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행사장 여건상 통역원과 오랜 시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메모지에 '태양의 후예'를 한자로 쓴 채 행사장을 찾은 유커들에게 보여주며 부족한 영어로 물었다. 실제 취재진이 쓴 '태양의 후예' 한자어대로 중국 내에서 통용되는 지 알지 못하지만 기자의 어설픈 한자어를 읽고 이해하고 인터뷰에 응해준 유커들이 취재진으로서 더 놀라웠다. 이들은 취재진의 메모에 "하오 하오"를 연발하며 "굿(Good) 굿"을 외쳤다.
'태양의 후예'의 중국 내 인기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태양의 후예'는 지난 23일 기준 8억 뷰를 육박하고 있다. 이 속도라면 누적 조회수 37억 뷰의 '별에서 온 그대'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첫눈 오는 날에는 치맥인데"에서 촉발된 치맥파티가 '태양의 후예'를 거쳐 또 어떤 문화 콘텐츠로 재탄생할 지 기대된다. '~말이지 말입니다'라는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군대 용어가 대륙에서도 신조어로 유행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