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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 신동주 회장, 이젠'불계패'를 고민해야 한다
입력: 2016.03.17 05:00 / 수정: 2016.03.16 14:26

아버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언론 인터뷰를 지켜보는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남윤호 기자
아버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언론 인터뷰를 지켜보는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남윤호 기자


[더팩트 I 명재곤 기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 내 부족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알파고와의 대국을 원없이 마음껏 즐겼다."

‘인류 대표’ 이세돌 9단(33)이 인공지능(AI) ‘알파고’와 15일 최종 5국에서 미세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2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비록 1승4패의 전적으로 세기의 대결에서 졌지만 '바둑(인류)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 9단의 투혼에 세계가 경의를 표했다.

컴퓨터와 인간의 반상대결 5번기는 모두 불계패(승)로 마무리됐다. 불계패는 형세가 크게 불리하거나 역전의 승부처가 없을 때 끝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기권을 표하는 것으로 대국자의 기력과 품성이 갖춰졌을 때 행해지는 관행이다. 집계산을 굳이 하지 않아도 승패가 확연히 갈렸을 때 패자가 승자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양새다. 들어가고 나갈 때를 아는 품위있는 승부사들의 자기결정 행위다.

바둑 아마 4단 신격호 회장, 경영권 분쟁 '롯데 반상'에 어떤 훈수를

지난해 여름부터 불거진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이른바 ‘형제의 난’도 사실상 판세가 결정지어졌다는 게 일반적 관전평이다. 지난 6일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62)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등 경영진을 해임하고 자신을 신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의제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신동주 회장이 제안한 4가지 안건은 모두 과반수의 반대로 부결됐다. 신동주 회장측은 오는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재차 표대결을 시도하겠다고 하나 이미 전세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재계안팎의 관측이다. 신동주 회장이 인정하긴 힘들겠지만 ‘신동빈 불계승-신동주 불계패’로 롯데 경영권 분쟁은 현실세계에서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바둑계 전설 조치훈 프로 9단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은 아마추어 바둑 4단의 고수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에는 조 9단과 반상에서 머리를 맞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기가인 신 총괄회장이 현재 ‘롯데 반상’에서 전개 중인 장,차남의 경영권 다툼을 냉정히 판단한다면 어떤 결정을 할까. 시국이 혼탁한 만큼 아버지이자 창업주로서의 결정에 새삼 관심이 간다. 물론 정상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다. 마찬가지로 ‘이세돌 드라마’를 지켜봤다면 신동주-동빈 회장은 아버지와 롯데를 위한다면 ‘롯데 반상’의 승부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

롯데 하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연스레 먼저 떠올려진다. 아흔의 나이가 넘었지만 한창 시절의 꼿꼿하고 잘 생긴 용모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든, 심신치유을 위해 호텔 집무실에서 칩거하든 어떤 형태일지라도 롯데 한 복판에는 신 총괄회장이 있다.

그는 70여 년에 걸쳐 오늘날 10만여 임직원과 고락을 같이하는 ‘롯데 성’을 쌓았다. 두산그룹의 4세 경영체제 구축과 견줘볼 때 롯데그룹 창업주 신 총괄회장의 시공은 기업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겨준다.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 그룹 성장사, 작금의 경영승계 이슈 등 취사선택할 경영적 교훈이 적지 않다.

그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단단하고 힘이 넘치는 듯하다. 상당기간 법인 롯데와 기업인 신격호는 동일체로 재계안팎에서 받아들였다. 민망하지만 진행형인 롯데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를 지렛대로 삼(으려)는 다소 언행을 볼 때 신 총괄회장의 엄중한 무게감을 역설적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카리스마는 경영자의 큰 자산 중 하나다. 글로벌 무대에서 항해하기 위해선 1인자의 ‘위엄’이 요구된다. 공동선(共同善)을 위한 카리스마는 존중되고 시대환경에 맞춰 승계해야할 유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근래 신 총괄회장의 위엄과 명예가 알게모르게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다. 더구나 그 침식이 두 아들로부터 촉발되고 있어 더욱 염려스럽다. ‘정신건강’마저도 경영권 분쟁의 볼썽사나운 변수가 되고 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싶다.

신 총괄회장의 명예와 위엄은 롯데의 자산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상태를 진단해 결과에 따라 성년 후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사안 자체가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기업의 주주총회, 이사회 결정이 상법주의에 따라 구속력이 부여되는데 이 자체를 무시하고 결국은 그룹 창업주이자 아버지의 정신감정까지 의뢰하고 다투는 모습은 신 총괄회장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소모적 행위일 뿐이다.”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당당한 카리스마를 지켜본 이들의 조심스런 촌평들이다.

신 총괄회장도 정신감정에 동의했다고는 하지만 병원의 검진 후 법원의 판단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내려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검진 결과를 분쟁 당사자들이 온전히 받아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경영인으로서, 자연인으로서 신 총괄회장의 체면은 구겨질 수밖에 없다.

6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배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오른쪽)이 오는 6월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때 같은 안건을 재상정하기 위해 주주 제안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더팩트 DB
6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배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오른쪽)이 "오는 6월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때 같은 안건을 재상정하기 위해 주주 제안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더팩트 DB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는 오는 25일 정기주총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49년 만에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면 이는 신동주 회장이 한국과 일본에서 명실상부한 ‘원 리더’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촉발돼 9개월여째 계속된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는 상징적 주총인 셈이다.

한마디로 ‘롯데 반상’의 판세는 신동빈 회장 주도로 끝내기에 들어갔다.

승부사의 '불계패'는 추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신동주 회장은 나름 ‘용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와 위엄을 지키고 신 총괄회장이 70여년동안 일궈온 롯데의 ‘미래 70년’을 고려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신동주 회장은 한 회견에서 “ ‘롯데는 직원 모두의 것’이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이념을 실현할 것”이라며 그 실현 차원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고 시도한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그는 주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게 현실이다.

흰 돌을 쥐었든, 검은 돌을 잡았든 진정한 승부사는 ‘큰 가치’을 위해 진퇴를 결정하고 착점해야 한다. 불계 승패가 훤히 보이는 대국에서 애면글면 한 두집에 집착하는 모습은 대국자의 내공과 저의를 의심케 할 수 있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반상의 판세를 ‘알파고’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냉정하게 기계적으로 읽어야 한다. 바둑판을 정녕 엎을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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