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1년에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을 금융상품에 넣을 수 있는 중산층이 ISA의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황진희 기자] 정부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돕겠다며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 출시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SA가 해마다 2000만 원을 금융상품에 넣어야 하고, 5년간 자금이 묶여 있어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중산층 중에서도 일부 상위 계층에만 제대로 된 혜택이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4일 오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서울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점 객장에서 열린 ISA 1호 가입 행사에서 “1년에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을 금융상품에 넣을 수 있는 계층인 중산층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에게도 ISA의 혜택이 돌아가게끔 정부가 설계했지만 문제는 1년에 2000만 원을 낼 수 있는지 여부”라면서 “ISA 가입 혜택을 누릴 대상은 연소득 5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중산층”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금융권에서도 ISA의 최대 수혜 계층을 연봉 5000만 원 이상의 중산층으로 꼽았다. 지난해 말 신규 가입이 끝난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는 가입 자격을 연봉 5000만 원 이하로 제한한 반면, ISA는 가입 직전 연도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산층 중에서도 일부 상위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계 지표 상 중산층에게는 5년 동안 최대 1억 원의 달하는 자금을 묶어둘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통계 지표 상 중산층의 기준은 ‘4인 가구 기준 월 가처분소득 187만~563만 원을 올리는 가구’이며, 전체 인구에서 중산층의 비율은 65.4%나 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ISA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계층은 중산층 중에서도 일부 상위계층과 고소득층에 해당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 고액자산가에게 절세 혜택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5년간 자금이 묶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산층 중에서도 상위 레벨에 있는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ISA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하지만 고소득자들이 자산을 분산한 ISA로 ‘세(稅)테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산층보다는 고소득층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