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주의 도입 압박을 강화하면서 국책은행이 금융 당국과 노조 사이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국책은행, 당국과 노조 사이 '골몰'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금융 당국의 성과주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기업·산업·수출입 등 국책은행이 성과주의 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은행의 도입에 따라 시중은행의 행보도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7일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 9개의 금융공공기관장과 만나 '금융공공기관 성과주의 문화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해당 금융 공공기관은 기업·산업·수출입 등 국책은행을 비롯한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금융공공기관은 성과주의 문화를 조기에 이행할 경우 예산 등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반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령, 지침 등에 따라 인사, 예산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 제도를 도입해 인건비 인상률 중 1%를 성과주의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 성과연봉의 비중·차등폭 등 6개 항목의 이행 실적에 따라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는 0%, 모두 이행한 기관에는 1% 인상률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평가에서도 성과중심 문화를 평가하는 항목을 신설해 점수를 부과해 평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공공기관은 7일 '금융공공기관 성과주의 문화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산업은행 제공 |
이처럼 금융 당국의 압박이 점점 심해지자 국책은행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그동안 노조의 반발로 성과주의를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당국이 거세게 나가자 물러설 곳이 없게 됐다. 때문에 국책은행들도 서서히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달 성과주의 개인평가체제 도입을 위한 직무적성을 의뢰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 입찰에 나선 상태다. 산업은행의 경우 보수·평가·교육·인사·영업방식 등 전 부문에 걸쳐 성과주의 문화의 확산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출입은행 또한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성과중심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전반적인 부문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 노조는 성과주의 도입을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 노조는 지난 3일부터 4일 전체상임간부 워크숍을 개최하고 성과연봉제 등을 막아내기 위해 총력투쟁 할 것을 결의했다고 7일 밝혔다. 금융 노조는 그동안 성과주의 추진에 대해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사실상 구조조정을 이끄는 '관치금융'이라며 반대해왔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성과연봉제 개악 시도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저성과자 일반해고로 이어지는 노동개악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며 "금융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역량을 모아 총력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노조의 반대가 거세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은행권의 성과주의 추진에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노조가 총파업을 불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책은행이 성과주의 도입을 할 경우 시중은행에 번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시중은행 노조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