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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1위 포스코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계열사의 부진이라는 악재에 발목을 잡힌 가운데 업계 2위 현대제철이 고장력 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와 원가절감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나서면서 양사 간 영업이익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사진은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왼쪽)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더팩트 DB |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철강업계 1, 2위 포스코와 현대제철 간 벌어진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글로벌 시장의 철강수요 둔화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 등 외부적인 악조건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지난해 경영성적을 살펴보면 양사 간 온도 차가 크다.
포스코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국외 계열사의 부진이라는 악재에 발목을 잡힌 가운데 현대제철이 고장력 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와 원가절감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나서며 양사 간 영업이익 격차도 크게 줄어들었다.
포스코가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58조 1923억 원, 2조 41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매출 65조984억 원, 영업이익 3조2135억 원) 대비 각각 10.6%, 2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2014년 556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포스코는 지난해 962억 원의 당기순손실로 전환하며 창사 이후 4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전환 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은 14조4794억 원으로 전년보다 9.7% 줄었지만, 영업이익에서 1조 4678억 원을 기록하며 1.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결기준으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6조1325억 원, 1조46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포스코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나름의 선방'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매년 1조 원이 훌쩍 넘는 차이를 유지해왔던 양사 간 영업이익 격차 역시 7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매년 1조 원이 훌쩍 넘는 차이를 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양사 간 영업이익 격차는 지난해 7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
이달을 기점으로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철강재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실적 반등을 내다보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경영쇄신에 돌입한 포스코는 올해에도 그룹의 수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선두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실적 반등을 향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권오준 회장은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국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업설명회(IR)를 직접 주재한 이후 아르헨티나 살타주행 출장길에 올라 리튬생산 공장 착공식에 참석,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나 연간 40000t 규모의 리튬 생산을 약속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실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과제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실적 반등을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의 실적 부진은 대외 여건에 따른 부진한 업황도 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무엇보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계열사의 실적 악화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포스코의 국외법인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 3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은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는 수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지난 1월 열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도 권오준 회장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적 반등의 키워드로 제시하며 올해 35개 계열사를 포함해 내년까지 90여 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정리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지난달 시행한 임원인사에서는 임원 수를 전년 정기임원인사 대비 100여 명 이상 줄이고, 본부단위 조직을 20% 이상 감축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철강업계에서 가장 골칫거리로 꼽히는 중국재 철강재의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강도 높게 진행하는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포스코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계열사 정리 및 인력 조정은 가격 협상과 불가피한 인력 감원에 따른 잡음 등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포스코 내부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고강도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그룹 내 임원 수를 30%를 줄이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며 "올해 역시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부실 계열사 정리와 신성장 동력 발굴 등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내진용 강재, 초고장력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확대해 판매량을 더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
'각고'의 노력에 나서는 포스코의 뒤를 바짝 쫓는 현대제철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판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원가절감과 고부가제품 판매 확대로 '불황 속 선방'에 성공한 현대제철은 올해 역시 차별화된 제품 생산으로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당진 특수강 공장과 지난 1월 생산을 시작한 당진 2냉연 공장의 용융아연도금강판 제조설비를 바탕으로 연간 50만t의 초고장력강판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라는 든든한 매출 루트를 확보한 것 역시 현대제철의 실적 반등 의지에 힘을 싣는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출시한 신차를 살펴보면, 일반 강판보다 무게를 줄이고 강도는 2배 이상 높인 초고장력 강판(AHSS)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에서 최근 초고장력 강판 비중을 높인 신차를 출시한 것 역시 현대제철에 반가운 소식이다. |
지난 1월 출시 이후 초반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대형 세단 'K7'는 초고장력 강판을 기존 24% 대비 2배가 넘는 51%로 확대 적용했고, 유럽 시장 출시를 앞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도 비중이 53%에 달한다. 현대자동차의 최초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국내명 'EQ900'), 하이브리드 모델 '아이오닉' 등도 마찬가지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속적인 철강수요와 자동차용 고장력 강판 등 프리미엄 제품 매출 상승을 전망하며 현대제철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및 선순위 무담보 채권의 장기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BBB- → BBB)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내진용 강재, 초고장력 강판 등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은 실적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현대제철은 전기로와 고로를 같이 가동할 수 있는 생산 여건을 갖춘 만큼 자동차용 강판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견실한 실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